文化ライフ 소설 거울 속 외딴 성 2018/10/01 16:47 by 오오카미


알에이치코리아(RHK)에서 출간한 일본소설 거울 속 외딴 성(かがみの孤城)을 읽었다.
일본에서는 2017년 5월에 발간되었고 작가는 츠지무라 미즈키(辻村深月. 1980-)다.
여성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는 치바(千葉)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했고
2004년에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冷たい校舎の時は止まる)로 작가 데뷔했다.
그녀의 팬네임 중 츠지(辻)는 학창시절에 팬레터를 보냈을 정도로
열렬히 좋아했던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고
미즈키(深月) 또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등교거부 중인 중학교 1학년 소녀 안자이 코코로(安西こころ)다.
코코로가 학교에 가지 않게 된 원인은 같은 반 아이들의 이지메(집단 괴롭힘) 때문이다.
그러나 코코로는 학교에서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았다.
외동딸인 코코로는 부모가 출근하고 나면 혼자 방 안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5월의 어느날 코코로의 방에 놓여 있던 전신거울이 빛을 발하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빛을 뿜어내는 거울 표면에 코코로가 손을 갖다대자 거울은 그녀의 몸을 거울 속으로 빨아들였다.
눈을 뜬 코코로의 눈 앞에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커다랗고 멋진 성이 우뚝 서 있었다.
놀란 코코로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으니
늑대가면을 뒤집어쓰고 곱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앳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거울을 통하여 거울 속 외딴 성으로 초대 받은 이는 코코로 외에도 여섯 명이 더 있었다.
늑대가면 소녀는 이들에게 이 성에 관한 정보와 성내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설명했다.
성의 어딘가에는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열쇠와 그 열쇠로 열 수 있는 비밀의 방이 숨겨져 있다.
열쇠를 찾아서 비밀의 방의 문을 연 사람은 원하는 소원 한 가지를 성취할 수 있다.
손님들이 성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오후 5시가 지나도 돌아가지 않고 성에 머물면 늑대에게 잡아먹힌다.
이 성은 내년 3월 30일까지 존재한다.
단 열쇠를 찾은 누군가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 시간부로 성도 사라진다.



소설 거울 속 외딴 성은 2018 서점대상(本屋大賞)에서 1위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서점대상은 NPO 법인 서점대상실행위원회(本屋大賞実行委員会)가 2004년부터 실행한 문학상이다.
일반적으로 문학상은 출판사가 주최하고 작가나 학자가 심사위원이 되는 경우가 많으나
서점대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점에서 근무하는 점원들의 투표로 후보작과 당선작을 선정한다.
책을 구매하는 고객과 소통하고 현장에서 직접 책을 취급하는 서점 점원들이 심사위원인 셈이라서
그만큼 독자의 반응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한 서점대상은 투표로 획득한 점수순으로 총 열 개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거울 속 외딴 성은 6510점을 획득하여 2위 작품과 4000점 이상의 압도적인 점수차를 벌이며 1위에 올랐다.
이 작품에 투표한 점원들의 추천 멘트를 읽어 보니
소설의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란 내용이 많이 눈에 띄었다.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가 친필로 적은 메시지에서도
10대의 독자들이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코코로 등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과 친구가 되어서
성에서 함께 어울려 지내는 여덟 번째 멤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적혀 있었다.
왕따, 집단 괴롭힘 등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미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 지 오래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 인간이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여
외톨이가 될 때 겪게 되는 불안감과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적 고통일 것이다.

이러한 곤경에 처했을 때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될까.
코코로는 소설 속에서 거울 속의 성에서 만나게 된
다른 여섯 명의 중학생들과 소통하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찾아가게 된다.
개인적으론 이런 힘든 상황에서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와 형제 즉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코코로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털어놓고 상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하나
코코로는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것이 싫어서 교실에서 당한 이지메를 숨긴 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서 학교에 가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가 이렇게 진실을 감추고서 입을 꾹 다물어 버리면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등교거부 원인이
중학생이 되면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등교를 거부하는 진짜 원인은 동급생들의 집단 괴롭힘 때문인데도 말이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만 효과적인 처방도 가능한 법이다.

코코로의 학급 담임선생은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코코로는 학교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이리저리 알아보던 엄마를 통하여
인근 대안학교에서 근무하는 키타지마(喜多嶋)라는 여선생을 소개받게 된다.
키타지마 선생은 틈틈이 코코로의 집까지 찾아와 주인공에게 용기를 복돋워주며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한다.



이나가키 고로(稲垣吾郎)가 진행하는 대담 프로그램
고로 디럭스(ゴロウ・デラックス) 2018년 6월 28일 방송에서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로 도라에몽(ドラえもん)을 들었다.
그녀의 작업실에서도 도라에몽 피규어를 여럿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작가는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이유로 현실과 이세계(異世界)가 쉽게 연결되는 설정을 손꼽았다.
노비타(노진구)의 책상 서랍을 열거나 바닥에 깔려 있는 타타미를 걷으면
바로 이세계와 연결되는 입구가 나오는 것처럼 현실과 다른 세상의 경계가 머지 않은 곳에 있다는 설정은
판타지나 SF 소설을 창작할 때 매력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통로가 해리포터에서는 지하철 플랫폼,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옷장이었다면
거울 속 외딴 성에서는 방 안의 거울이 되었다.

성에 숨겨진 열쇠를 찾으면 어떤 소원이든지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믿기 힘든 선물이 주어져 있음에도
코코로를 비롯한 일곱 명의 소년과 소녀들은 열쇠를 찾기보다는 성 안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현실에 만족을 한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등교를 하는 학생이라면 거울 속 성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학교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등교거부를 하는 이들 즉 학생이면서도 학생이 아닌 이들에게는 이 시간대에 갈 곳이 마땅히 없다.
밖에 나가서 어슬렁거리자니 불량아 취급을 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은둔형 외톨이로 집에 처박혀 있자니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며 스스로를 옥죄는 꼴이다.
그러나 거울 속 외딴 성에 가면 등교거부를 하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있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나 혼자만 남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란 걸 느끼게 되어 마음에 위안이 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이 아이들과는 거울 속 세상에서만이 아니라
거울 밖의 현실에서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지만 이 아이들과 바깥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
2학기가 끝나고 3학기가 시작될 즈음에는 코코로를 비롯한 아이들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 일본은 초중고교가 일반적으로 3학기 제도를 취하고 있다.
1학기가 4월~7월, 2학기가 9월~12월, 3학기가 1월~3월로 되어 있고
여름방학이 1개월 정도, 겨울방학과 봄방학이 각각 2주 정도로 되어 있다.

거울 속 성에서 계속 이렇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계절의 변화와 함께 성이 폐쇄되는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서 아이들의 마음에는 초조함이 일기 시작한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결말부였다.
솔직히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혹시 이 모든 이야기가 코코로의 상상 또는 망상이었다거나
꿈 속의 이야기였다는 걸로 끝을 맺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실체가 있는 진실이니 미리 결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겠다.
늑대가면 소녀의 정체가 밝혀지고 일곱 명의 소년과 소녀가 드나들었던 거울 속 성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에는
정말로 염원한다면 이 소설 속의 이야기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나의 곤경을 외면하지 않고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이렇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존재하기에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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