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2018/09/10 13:40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관람했다.
극단 동 제작, 장강명 원작, 정진새 각색, 강량원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15분이다.



연극은 고등학생 주인공이 동급생을 칼로 찔러서 죽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살인죄로 9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주인공은 '우주 알 이야기'라는 소설을 썼다.
주인공은 고교시절 연인이었던 동창생이 다니는 출판사에 소설을 보냈고
이 소설을 계기로 주인공과 옛 연인은 15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게 되었다며 그녀에게
자신이 시간을 초월한 존재가 된 양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살인자가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고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점에서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란 제목을 붙여도 될 것 같다.
영화화되기도 했던 동명의 다른 소설이 있어서 현실적으론 힘들겠지만.
제목에 그믐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그믐달과 초승달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장면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즉 그믐이란 사람들이 쉽게 잘못 알거나 착각하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예시일 수도 있겠다.
주인공은 형량을 적게 받기 위하여 피해자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학대했다고 진술했다.
당시에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시점이라서 주인공의 범죄는 정상참작을 받았다.
그러나 30대의 중년이 된 주인공은 당시에 살인을 저지를 만한 학대는 없었다고 말을 바꾼다.

극단 동은 신체행동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을 지향하는 단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무대가 앞쪽으로 기울어진 불안정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도
배우들의 몸짓을 보다 역동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었다.
또한 초반부에는 배우들이 뇌성마비 환자처럼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뒤틀면서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연기를 하는데 신체행동을 중시하는 극단인 만큼
이 장면은 몸짓으로 기억의 왜곡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주인공과 옛 연인이 거리를 거닐다가
거리의 가수가 공연을 하고 있는 곳을 지나치는 대목이었다.
이 장면에서 배우가 부르는(립싱크일 수도 있다) 노래는 손지연의 실화다.
시적이고 애절한 가사와 독특한 창법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노래라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도 컸고
무엇보다도 노래하는 중간에 옛 연인과 거리의 가수가 마이크로 바통 터치를 하면서 배역이 뒤바뀐다.
옛 연인 역의 김문희 배우보다 거리의 가수 역의 유은숙 배우 쪽이
몸매나 외모가 객관적으로 보아 낫다고 할 수 있으므로
배역이 뒤바뀌는 이 장면 또한 주인공의 기억이 왜곡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과 옛 연인 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피해자의 어머니다.
자식을 잃은 고통으로 인하여 그녀의 인생에는 비참함만이 남아버렸다.
그녀는 가해자인 주인공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수시로 전화를 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화 통화에서 그녀가 주인공을 원망하는 대사는 일절 없다.
원망은커녕 밥은 먹고 다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도리어 걱정을 한다.
주인공을 향해서 너는 내가 가슴으로 낳은 아들이라는 표현까지 사용을 한다.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살인자에게 관용이라도 베풀 듯이 따뜻한 말을 건넨 것은 결코 그녀의 진심이 아니었다.
가해자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을까 아니면 미치지 않고 이성을 붙잡고 있기 위한 오기였을까.

그리고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어디에선가 물방울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누가 공연 중에 매너 없게 잡담을 하나 싶어서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후반부에 물소리인 것이 확실시된 후로는 오후에 내렸던 소나기는 그친 줄 알았는데
밖에 비가 많이 오나 싶어서 귀로가 걱정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밖에 나와보니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즉 공연 중에 들렸던 물소리는 음향효과였다.
관객이 바깥 날씨를 걱정하게 만드는 교묘한 생각 왜곡장치였던 셈이다.





2009년 2월 12일 손지연의 실화 라이브 영상.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커튼콜.

등장 순으로 학생 시절의 주인공 역 윤민웅, 학생 시절의 여자 역 신소영,
피해자 및 피해자의 아버지 역 최태용, 피해자의 어머니 역 김정아,
전반부에서 현재의 여자 역 김문희, 거리의 가수 및 후반부에서 현재의 여자 역 유은숙,
현재의 주인공 역 김석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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