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2018/09/06 11:55 by 오오카미




8월 하순의 주말에 압구정동에 위치한 K현대미술관에서 위대한 낙서전을 관람한 후
성수대교로 한강을 건너서 대학로로 이동했다.
자전거로 성수대교를 건너보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를 JTN 아트홀 1관에서 관람했다.
럭키블루 엔터테인먼트 제작, 김명환 작, 현어진 연출, 박기영 작곡이고 공연시간은 110분이다.



지하로 내려가니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공연답게
캐스팅보드를 붙여놓은 공간을 라커룸처럼 센스 있게 꾸며놓았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이승엽 역에 이호석, 김건덕 역에 신재범, 윤효정 역에 랑연,
홍성근 감독 역에 윤석원, 멀티맨 역에 최신우, 장민수, 조민욱 배우였다. 



공연장 로비에는 출연배우들의 프로필 사진이 인쇄된 대형패널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어서 포토존의 역할을 겸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이승엽 선수의 기자 인터뷰 장면으로 공연은 막을 올린다.
특이하게도 이 장면에서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촬영 가능하다고 안내 멘트도 나온다.
야구심판 복장의 멀티맨 배우가 손짓으로 객석에 촬영 중지를 요청할 때까지의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빛의 속도로 공을 던지지 않는 이상 이승엽 선수에게 대적할 투수는 없을 거라는 기자의 멘트에
이승엽은 빛의 속도로 공을 던진다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본다며 그리운 과거의 회상에 잠긴다.

1994년 8월 1일 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은 캐나다 브랜던시의 웨스트브랜구장에서 미국대표팀과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World Junior Baseball Championship) 결승전 시합을 치르고 있었다.
8회말 한국은 8-10으로 미국에게 2점을 뒤지고 있었으나
이승엽의 안타가 추격의 불씨를 지폈고 이어지는 안타와 김건덕의 3루타로 동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투수의 폭투를 이용하여 김건덕이 홈에 들어옴으로써 역전에 성공하게 된다.
투수였던 김건덕은 9회초를 실점 없이 지켜내어 한국은 미국에게 10-11로 역전승을 거두게 된다.
투타 양면에서 활약한 김건덕은 대회 MVP(최우수선수)에 선정이 되었고
그를 지켜본 미국 메이저리그의 한 스카우터는 자신의 수첩에
언젠가 빛의 속도로 공을 던질 동양인 투수가 나왔다고 메모를 남겼다.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2015년에 초연과 재연을 했고 올해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기존에 있던 곡을 대체하여 새로운 넘버가 추가되는 등 작품의 내용에도 변화가 일어났고
이 기간 동안에 현실 세계에서도 두 주인공의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
김건덕(1976-2016) 선수는 심장마비로 4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이승엽(1976-) 선수는 2017년에 프로야구를 은퇴하며 그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것이다.

솔직히 이 뮤지컬을 접하기 전까지 김건덕이라는 선수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이승엽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인지도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두 인물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인생에는 앞으로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는 변곡점이자 찬스라고 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있다.
그 기회를 제대로 잡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인생은 크게 소용돌이친다.
김건덕과 이승엽은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에 13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주역이었다.
그러나 한 선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려 그 이름조차 잊혀져 버린 반면에
다른 한 선수는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 프로야구 역사에까지 이름을 남기는 위인이 되었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이렇게까지 다르게 바꾸어 버린 것일까.



물론 픽션이 가미되었겠지만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큼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야구 구단의 억대 계약금을 마다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했던 두 주인공이
방학 기간 동안에 대학 야구부에서 예비선배들과 합숙훈련을 하던 중 선배들의 텃세에 시달려
대학 진학이 아니라 프로야구 입단으로 생각을 바꾸는 장면은 안타깝고도 씁쓸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생각지도 않았던 이런 쓰잘데기 없는 장애물들 때문에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는 상황이 흔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측과 계약을 해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두 주인공은 어떻게 하면 대학을 안 갈 수 있는지 궁리한다.
그 결과 200점 만점의 수능에서 40점 미만의 성적이 나오면 체육특기생 입학이 취소된다는 것을 알아낸 승엽은
이 방법으로 대학과의 계약을 취소시키고 연고지 구단인 삼성에 1억 5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게 된다.

읽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 이승엽 수능사건의 전말



무대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공연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우선 궁금했다.
무대의 양옆은 라커룸과 선수휴게실로, 무대의 중앙은 푸른 잔디가 깔린 구장으로 꾸며졌다.
무대의 앞쪽보다 뒤쪽을 비스듬하게 높여서 전체적으로 무대에 입체감을 주었다.
한정된 공간을 잘 활용하여 아기자기하게 꾸민 무대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넘버 또한 무척 마음에 들었다. 동물원의 멤버인 박기영 씨가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오프닝과 커튼콜에 사용되어 이 공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대표곡
'슈퍼스타'는 흥겨운 멜로디와 희망으로 가득한 가사로 되어 있어 객석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든다.
경북고 야구부의 전지훈련 장면에서 흐르는 '안녕 바다야'는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갈매기가 끼륵거리며 새하얀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날아가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정도로
사랑스러운 넘버다. 남자 야구부원들의 선창 후 랑연 배우가 연기하는 홍일점
효정이 하늘거리는 원피스와 밀짚모자 차림으로 무대에 나타나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바캉스 분위기의 정점을 찍는다.
친구이자 라이벌이었고 한 여인을 함께 사랑했던 두 주인공 건덕과 승엽이
추계야구대회에서 진검승부를 펼치는 장면의 넘버 '9회말 2아웃'은 청춘들의 대결을 긴박감 있게 그리고 있다.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좌절과 성공이라는 서로 다른 두 길을 걸어간 주인공들의 대비를 통하여
인생의 무게와 의미에 관하여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어제의 꿈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오늘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하면 된다는 교훈도 물론 잊지 않고 있다.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수록곡

01. 슈퍼스타 - 모든 배우
02. 빛의 속도로 날아가 - 건덕
03. 야구 선수세요? - 건덕, 효정
04. (진정한 노력) - 승엽, 홍감독, 야구부원
05. 대학 가기 싫어 - 건덕, 승엽, 홍감독
06. 엄청 쉽게 설명하는 특수상대성이론 - 스타강사
07. 시간이 흐르면 - 건덕, 승엽, 효정
08. 안녕 바다야 - 승엽, 효정, 홍감독, 야구부원 
09. (정말 좋아해) - 승엽
10. 내 삶은 왜 - 건덕
11. 넌 죽을 때까지 나 못 이겨 - 승엽
12. 9회말 2아웃 - 모든 배우
13. 시간아 멈춰라 - 건덕, 그림자들
14. 포기하지 마라 - 승엽, 효정, 홍감독 
15. 시간이 흐르면 Rep - 건덕, 승엽, 효정
16. 슈퍼스타 Rep - 모든 배우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커튼콜.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이승엽 선수의 좌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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