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2018/08/13 19:16 by 오오카미




7월 하순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을 관람했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작, 민준호 작/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05분이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인포테인먼트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정보와 오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연극임을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모 방송국의 토론 프로그램인 백분토론의 제목을 따온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지닌 전문가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각 패널들은 전문가답게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각자의 주장에 힘을 싣고 상대의 주장을 반박한다.
다양한 전문용어와 고유명사가 섞이고 분량이 많은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능력에 감탄하게 되고
많은 서적과 방송을 참고하여 이 희곡을 완성시켰을 작가의 창의력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에서 토론의 주제로 다루고 있는 것은 창조론과 진화론이다.
청소년의 달을 맞이하여 청소년들에게 토론 주제 선정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제작진의 예상과는 달리 창조론과 진화론 중 무엇이 옳은지 궁금하다는 답안이 많았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출연배우는 일곱 명이다. 각 배역이 모두 더블캐스팅인데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사회자 신석기 역에 조원석,
NASA에서 근무했고 인문학 하는 천문학 박사 우지현 역에 서예화,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분자생물학 박사 이성혜 역에 이지해,
이런저런문제연구소 소장이고 뇌인지과학 박사 나대수 역에 마현진,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진화생물학 박사 전진기 역에 양경원,
환경운동가이고 인기 유튜버이고 기생충 박사 현충희 역에 홍지희,
각종 퀴즈대회 우승자이고 종교철학을 전공한 개그맨 육근철 역에 김종현 배우였다.



무대는 토론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방송국 스튜디오의 이미지다.
뒷배경에는 창조론, 진화론, 신인류 등 다양한 단어가 양각되어 벽면을 하얗게 수놓고 있었는데
저 글자들을 파고 붙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노력이 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출연진의 테이블 위로 패널들의 얼굴을 비추거나 관련영상자료를 송출하기 위한 모니터가 네 개 걸려 있고
사회자와 각각의 패널들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일곱 개나 고정 설치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개막시각인 오후 8시를 조금 앞두고서 사회자와 패널 역 배우들이 스튜디오화된 무대에 속속 입장했다.
한 손에는 음료수를 들고 다른 손에는 휴대폰이나 자료를 들고서 입장한 패널들은
사회자와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패널들 간에 인사를 나누기도 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하나둘 착석한다.
관객들은 자연스레 토론 프로그램의 방청객 입장이 되어 무대를 바라보게 된다.



서예화 배우는 2012년에 연극 새끼손가락,
이지해 배우는 2014년에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2015년에 연극 춘천 거기,
홍지희 배우는 2015년에 뮤지컬 빨래, 2016년에 연극 올모스트 메인에서 만나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여배우들이라 반가웠고 더 예뻐진 것처럼 느껴졌다.

TV 토론 방송의 형식을 취한 연극이다 보니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리얼하게 토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추어져서 생생한 현장감이 돋보이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1897)
위 그림의 제목이다.
타히티의 화가로 유명한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이 생전에 그린 마지막 작품인 이 그림은
스무 살에 폐렴으로 죽은 딸 알린(Aline)을 추모하는 그림이고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하여 고뇌하며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자는 패널들을 소개한 후 이 그림을 언급하며 창조론 대 진화론 토론전의 시작을 선언한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인포테인먼트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흥미진진한 공연이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의 자연선택이론(Natural Selection),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창백하고 푸른 점(Pale Blue Dot),
시조새 논쟁, 연가시와 기생 따개비처럼 숙주를 지배하는 기생충 등
흥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다루어졌고
영상자료를 많이 활용하여 관객의 이해를 도운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지해 배우와 양경원 배우는 언성을 높여가며 대립하기도 하여 극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았고
홍지희 배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여 좋은 대조를 보여주었다.
서예화 배우는 영어 억양을, 양경원 배우와 김종현 배우는 사투리 억양을 구사하여 극에 구수함을 더했다.

지식과 정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웃음을 선사하는 오락적인 면에서도 매우 훌륭한 공연이었다.
예를 들어 서예화 배우가 연기하는 우지현 박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설명할 때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1초에 400미터를 회전하고 30킬로미터를 이동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살은 빠지지 않아요. 지구는 살 안 찌고 살은 우리가 다 쪄요."라고 하면서
지구가 초당 400m 속도로 자전하고 초당 30km 속도로 공전한다는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다이어트와 관련된 우스갯소리를 집어넣어 객석에 웃음을 전달했다.

이 연극은 결말에서 반전을 제시한다.
제목에 사용된 신인류란 단어가 반전과 관련된 힌트였다는 것을 관객은 비로소 깨닫게 되고
많고 많은 주제 중에서 왜 창조론과 진화론이 선택되었는가 하는 의문의 답도 풀리게 된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은 유신론과 무신론의 대립이기도 했고 종교와 과학의 대립이기도 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치밀하고 영리한 연극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칼 세이건은 많은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1990년 태양계를 떠나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돌려서 이 사진을 찍게 했다.
지구로부터 64억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바라본 지구는 창백하고 푸른 점에 불과했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커튼콜.

서예화 배우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무법 변호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하여 찾아서 봐 볼 생각이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접했던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영화에는 더욱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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