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하순에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뮤지컬 인터뷰를 관람했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작, 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이고 공연시간은 11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유진 킴 역에 이건명, 싱클레어 고든 역에 김경수, 조안 시니어 역에 김주연 배우였다.
음악은 피아노 한 대가 라이브로 담당하고 있고 강수영 피아니스트가 연주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영어라서 외국 라이선스 작품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뮤지컬 인터뷰는 창작뮤지컬이다. 2016년에 초연했고 작년 재연에 이어서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또한 인터뷰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영어로 상연된 한국 최초의 뮤지컬이라는 기록을 세운 공연이다.
2017년 2월 7일부터 3월 5일까지 뉴욕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Theatre at St. Clement’s)에서 막을 올렸다.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로는 명성황후, 영웅이 있지만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상연되었다.

탐정사무소를 연상시키는 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사건 현장의 것으로 보이는 슬라이드를 보고 있는 장면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어디에선가 소녀의 자장가 노래가 들려오는 가운데
슬라이드 영사기가 내뿜은 빛은 욕조에서 살해된 소녀의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고 있다.

때와 장소는 2001년 런던이고 남자의 이름은 유진 킴이다.
런던은 작년에 오필리어 살인사건이라는 연쇄살인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물에 빠져 죽는 비운의 히로인 오필리어(Ophelia)를 그린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의 오필리어 그림에서처럼
살해된 소녀들이 물이 담긴 욕조 안에서 하늘거리는 의상을 입은 채로 발견되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유진이 한참 골몰히 생각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리고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보조작가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는 방문객은 싱클레어 고든이라는 이름의 작가지망생이었다.
싱클레어의 방문을 통하여 유진이 인형의 죽음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인기소설가라는 정보가 관객에게 전달된다.
유진은 싱클레어의 실력을 가늠해 보기 위하여 짤막한 내용이 적힌 종이를 건네며 이야기를 만들어 보게 했다.
유진이 건넨 종이에는 유서로 보이는 글귀가 적혀 있었는데 그 글을 쓴 사람은 오필리어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 중인 죄수였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여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알려진다.
10년 전에도 오필리어 연쇄살인의 피해자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살해된 소녀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18세였던 그 소녀의 이름은 조안 시니어였다.
뮤지컬 인터뷰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연쇄살인사건이 언급된다.
피해자는 모두 소녀이고 익사한 오필리어를 연상시키는 차림으로 발견되었다. 범인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는 무죄를 주장하며 자살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범이 따로 있는 것인가.
게다가 두 주인공은 인기작가와 작가지망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달인들이 머리를 맞댈 테니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음악 또한 출중하다.
누가 울새를 죽였나(Who killed cock Robin?)라는 동요 가사에 곡을 붙인 넘버 '자장가'는
잔혹동화들이 그러하듯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엔 어딘가 부적절해 보이는 가사 내용과
귀에 감기는 마성을 지닌 멜로디가 어우러져서 신비하면서도 음산한 기운을 발하며 초반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사랑에 빠져서 도피를 결심하는 조안이 부르는 솔로곡 '조안의 이야기'와
조안과 맷 남매가 함께 부르는 듀엣곡 '애너벨 리'에서는
에드거 앨런 포의 유명한 영시 '애너벨 리'의 시구가 인용되고 있어서 운치를 더하고 있다.
최고의 사랑이란 의미로 '사랑 중 사랑'이라는 시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의 넘버가 일반적인 대사 파트와 멜로디가 가미된 노래 파트가 뒤섞여 있다는 점도 이 뮤지컬의 특색이다.
대사 파트에 적당한 음을 붙이면 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화도 가능하겠다.
유진 킴 역의 이건명 배우는 관록 있는 무게감으로 극을 리드했고
싱클레어 고든 역의 김경수 배우는 팔색조의 매력을 한껏 발휘했다.
그는 장면에 따라서 억양과 분위기를 일변하며 상황에 맞게끔 전혀 다른 인물상을 멋지게 소화했다.
조안 시니어 역의 김주연 배우는 초연 때부터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인물의 해석력이 무척 좋았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조안의 심리를 생동감 넘치고 실감나게 연기하여 한층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뮤지컬 인터뷰를 요약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아동학대와 다중인격(해리성정체감장애)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어서 내용면에서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작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짜릿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공연임엔 틀림없다.
좋은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서 뮤지컬의 재미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멋진 작품이다.
커튼콜 촬영 불가라는 점은 아쉬움이다.
개인적으로 커튼콜 촬영하는 것이 공연을 추억하고 여운을 남기는 즐거움이기에
커튼콜 촬영을 금지하는 공연에는 늘 아쉬움을 토로할 것이다.
이날 공연은 1층 후미 쪽에서 관람했는데 커튼콜 때 1층 관객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탠딩 오베이션(기립박수)을 보낸 점이 또한 인상에 남는다. 그 만큼 만족도 높은 무대였다.
- 뮤지컬 인터뷰 수록곡 -
01. 자장가
02. 유서
03. 조그만 이야기
04. 싱클레어의 이야기
05. 내 안의 괴물
06. 만들어낸 이야기
07. 싱클레어의 공격
08. 조안의 이야기
09. 유진의 반격
10. 지미의 이야기
11. 지미의 이야기 rep.
12. 자장가 rep.
13. 우디의 이야기
14. 앤의 이야기
15. 끊어진 기억
16. 맷의 이야기
17. 애너벨 리
18. 인형의 죽음
19. 맷의 이야기 rep.
20. 유서 rep.
02. 유서
03. 조그만 이야기
04. 싱클레어의 이야기
05. 내 안의 괴물
06. 만들어낸 이야기
07. 싱클레어의 공격
08. 조안의 이야기
09. 유진의 반격
10. 지미의 이야기
11. 지미의 이야기 rep.
12. 자장가 rep.
13. 우디의 이야기
14. 앤의 이야기
15. 끊어진 기억
16. 맷의 이야기
17. 애너벨 리
18. 인형의 죽음
19. 맷의 이야기 rep.
20. 유서 rep.

P.S. 원래 뮤지컬 인터뷰는 올해 시즌의 첫공인 7월 10일 공연을 관람하러 갔었다.
그러나 공연 도중에 최영준 배우가 무대 위의 테이블에 얼굴을 부딪혀서
피를 흘릴 정도로 부상을 당하여 공연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많은 공연을 보러 다녔으나 배우의 부상으로 공연이 도중에 취소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최영준 배우가 부상에서 회복하여 다시 무대에 서고 있으니 다행이다.
아무쪼록 배우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멋진 무대를 만들어주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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