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소설 악스 2018/07/07 01:19 by 오오카미




알에이치코리아(RHK)에서 지난달 출간한 일본소설 악스(AX)를 읽었다.
작년 7월에 일본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을 1년도 채 안 되어
번역본으로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소설 악스의 저자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지닌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伊坂幸太郎. 1971-)다.
올해 2월에 개봉했던 강동원 주연의 영화 골든 슬럼버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참고로 소설 골든 슬럼버(ゴールデンスランバー)는 일본에서 2007년에 발간됐고 34만부 이상 판매됐다.
악스는 그래스호퍼(グラスホッパー. 2004), 마리아비틀(マリアビートル. 2010)과 궤를 같이하는 킬러 시리즈다.



소설 악스의 주인공은 킬러 업계에서 코드네임 '풍뎅이(兜. 카부토)'로 불리는 중년의 남성이다.
풍뎅이는 겉으로는 문구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보이지만
회사원이 되기 이전부터 청부업계에 발을 담갔고 업계에서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순간에도 일말의 망설임이 없는 일류 킬러 풍뎅이이지만
그런 그조차도 도저히 맞설 수 없는 상대가 딱 한 명 있었으니 바로 그의 아내다.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식은땀을 흘리며 아내에게 건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신중을 기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공처가로 그려지고 있는 풍뎅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풍뎅이에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외아들 카츠미(克巳. 가쓰미)다.
카츠미가 태어나면서 풍뎅이는 가족의 소중함과 생명의 존엄함에 대하여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풍뎅이는 업계에서 은퇴할 마음을 굳혔으나
어두운 세계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손을 씻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카츠미가 고교생이 된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뛰고 있지만 풍뎅이는 여전히 은퇴를 바라고 있다.

참고로 주인공 이름인 풍뎅이에 관하여 언급해 두고 싶은 것이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풍뎅이는 투구벌레(장수풍뎅이)를 의미한다.
등껍질이 반짝반짝 빛나는 풍뎅이가 아니라 덩치가 크고 큰 뿔이 달린 장수풍뎅이 말이다.
2017년 7월 31일자 카도분 인터뷰 기사에서 주인공 이름인 兜의 유래에 관한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첫 단편에 해당하는 AX를 쓴 것이 약 6년 전이라서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에 왕사슴벌레(オオクワガタ)를 키우는 데 빠져 있어서 사슴벌레(クワガタ)라는 이름을 떠올렸지만
킬러의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사슴벌레가 안 되면 투구벌레(カブトムシ)로 하자고 생각했다고.
그래서 벌레(ムシ)라는 단어를 떼어버리고 투구(兜. カブト)라는 코드네임을 설정한 걸로 보인다.
따라서 직역이라면 '투구' 쪽이 보다 정확하다고 하겠으나 이래서는 곤충에서 유래했다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투구벌레'라고 번역하면 벌레라는 단어가 강인한 킬러의 이미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역자는 투구벌레의 동의어인 장수풍뎅이에 착안하여 兜를 풍뎅이로 번역한 것 아닐까 추측된다.
장수를 떼어내고 풍뎅이라고만 하면 투구벌레가 아니라 풍뎅이(コガネムシ. 黄金虫)를 연상하게 되는데도 말이다.



소설 악스는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편의 제목은 AX, BEE, CRAYON, EXIT, FINE이다.
앞의 세 편은 기존에 잡지 등에 게재되었던 단편이고 뒤의 두 편은 악스 단행본 발간을 위해서 새로 쓴 글이다.
각각 별도의 에피소드이지만 모두 풍뎅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옴니버스 구성이고
각 에피소드 간에 연관성이 있으므로 장편소설의 각 단락으로 보아도 무방한 구조로 되어 있다.

AX(도끼) 편에서는 엄마에게 꼼짝못하는 아빠를 보다 못한 아들 카츠미가
엄마에게 한 번 대들어 보라고 건의하는 장면에서 사자성어 당랑지부(螳螂之斧)가 등장한다.
사마귀의 도끼라는 이 사자성어는 강자 앞에서 분수도 모르고 날뀌는 어리석음을 비웃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두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싸우겠다는 의지와 용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BEE(벌) 편에서는 참말벌이 등장한다.
업계에서 참말벌이란 코드네임으로 불리는 청부업자도 등장하지만
실제로 참말벌이 나뭇가지 틈에 벌집을 지어서 풍뎅이를 곤란하게 만들어서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타이틀이기도 했다.

타인의 숨통을 끊는 순간에도 일말의 흔들림이 없는 풍뎅이이기에
벌집 제거에 나서면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그의 공처가 이미지 만큼이나 킬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기에
서글프면서도 한편으론 인간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CRAYON(크레용) 편에서는 킬러의 교우관계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킬러는 죽음이라는 단어와 함께하는 직업인 만큼 그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고 마음을 내줄 수 없다.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때로는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는 또래의 동성친구가 그리울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볼더링(bouldering)이라는 실내스포츠가 등장한다.
볼더링은 실내 암벽등반과 유사한 운동이나 홀드(손잡이)에 다양한 컬러가 칠해져 있어서
같은 컬러의 홀더만을 잡고서 올라가야 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EXIT 편은 풍뎅이의 가족애가 잘 드러난 에피소드였다.
의뢰를 받고서 타인을 해하고 그로 인하여 타인의 가정을 파괴하는
킬러 따위가 자기의 가족은 소중하게 여긴다니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인공을 향한 그런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서일까
작가는 풍뎅이가 아들이 태어난 후로 업계를 떠날 결심을 굳혔음을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이 에피소드에서 드디어 그 정점을 찍는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 FINE(파인)은 좋아, 괜찮아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고
끝, 마지막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다섯 개의 이야기 중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했고
앞서 전개되었던 이야기들이 완전하게 귀결되는 종착점이기도 했다.
주인공의 부성애가 강하게 전달되는 에피소드라서 감수성 강한 독자들은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독자들이 끊임없이 의아하게 생각했을 질문 
즉 풍뎅이는 왜 그렇게 아내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공처가였을까 하는 질문에 관하여
책의 마지막 두세 페이지에서 간결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이사카 코타로 작가를 떡밥 회수의 달인이라고 칭송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앞선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소품과 의문점들을
책의 후반부에서 깔끔하게 정리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이래서 이사카 코타로 월드라는 말까지 나오는구나 하고 실감했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은 이번에 악스를 읽으며 처음으로 접했다.
지금까지 발행된 그의 소설은 30권이 넘는다고 하니
앞으로 읽을 작품이 이미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이사카 코타로 월드에 일단 발을 들여놓은 이상 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본에서 14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는 킬러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소설 그래스호퍼를 이미 손에 들었다.



소설 악스를 읽고 나면 풍뎅이와 소시지를 안주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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