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스모크 2018/05/22 01:05 by 오오카미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을 드러낸 지난 토요일에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뮤지컬 스모크를 관람했다.



뮤지컬 스모크는 작년에 초연을 한 창작뮤지컬이고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에서 제작했다.
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이고 공연시간은 105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초(超) 역 임병근, 해(海) 역 황찬성, 홍(紅) 역 유주혜 배우였다.



뮤지컬 스모크는 27세에 요절한 천재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상(1910-1937)의 시 오감도에서 출발한다.
오감도는 단편시가 아니다. 여운형이 창간한 조선중앙일보(조선일보, 중앙일보와는 관련 없는 별개의 신문)에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연재되었던 15편의 연작시를 통칭한다.
원래 30편을 연재할 예정이었으나 이게 시냐며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쳐서 연재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나무위키에 신문에 연재되었던 15편의 오감도와 국문학자들의 해석이 실려 있어서 링크한다.


오감도 시제4호나 시제5호를 보면 당시 독자들의 반응에 공감이 간다.
시가 아니라 정신병자의 낙서로 인식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숫자와 기호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그러나 오감도는 작가의 천재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작시 오감도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오감도 시제1호를 보면
숫자가 바뀔 뿐 같은 문장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영국의 민요 '열 꼬마 인디언(Ten Little Indians)'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1976) 또한
열 꼬마 인디언의 가사에서 착안하여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 1939)'를 쓴 바 있는데
이상은 조감도(鳥瞰圖)라는 단어에서 한자의 획 하나만 바꾸어 오감도(烏瞰圖)라는 제목을 붙이고
열 꼬마 인디언처럼 숫자가 바뀌며 문장이 반복되는 파격적인 시를 이보다 몇 년 앞서서 선보였다.
미치광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시대를 앞서간 지식인이었던 것이다.



뮤지컬 스모크의 무대는 몽환적으로 꾸며져 있다.
계단이 있고 창이 없는 구조로 보아 어느 건물의 지하실로 추정되는 공간이다.
게다가 여러 면으로 구성된 벽면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새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지하에 밀폐된 공간임에도 좌측에는 축음기가 있고 우측에는 피아노가 놓여져 있어서 운치가 있다.
중앙에는 문서가 어지러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 글 쓰는 사람의 서재라는 인상을 준다.

작가 이상의 절규로 무대는 막을 올린다.
작가는 자신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원망하며 절필을 선언한다.
무대 위에 조명이 다시 들어오면 두 명의 남자가 눈가리개를 한 여자를 끌고서 방 안으로 들어선다.
거친 성격의 남자 이름은 초, 유약한 성격의 남자 이름은 해, 납치당한 여자의 이름은 홍이다.
납치를 주도한 초는 홍이 미츠코시 백화점의 딸이라며 많은 몸값을 뜯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친구 초가 하는 일이라서 납치에 동참하긴 했지만 범죄를 저질렀단 사실에 해는 안절부절못한다.
초가 자리를 비운 후 묶여 있는 홍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다 못한 해는 결국 그녀를 풀어준다.
스톡홀름 증후군일까.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는 해에게 홍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뮤지컬 스모크는 초, 해, 홍이라는 세 명의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이들이 시인 이상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을 낳는다.
이상이 워낙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기에 작가의 젊은 시절 이야기는 아닐 테고
작가의 본명이 김해경인 점을 감안하면 셋 중에서 해가 이상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
각기 다른 성격의 세 등장인물은 이야기의 핵심과도 연결이 된다.
이들 인물들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비로소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밀폐된 새장 같았던 구조의 공간이 이해가 되고
이 작품의 제목을 연기(smoke)라고 붙인 이유에도 수긍이 가게 된다.

- 수록곡 -

1.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 초
2. 거울 - 초, 해, 홍
3. 마지막 티켓 Part 1 - 초, 해
4. 유일한 방법 - 해
5. 生(생) - 홍
6. 연기처럼 - 해,홍
7. 어여쁜 사람, 어여쁜 당신 - 해, 홍
8. 마지막 티켓 Part 2 - 초, 해
9. 상실 체읍 눈물 - 초, 해, 홍
10. 싸움 - 초, 홍
11. 넌 혼자가 아냐 - 홍
12. 운명 같은 장난, 장난 같은 운명 - 초, 해, 홍
13. 뱅뱅 도는 이야기 - 해
14. 날 보내줘 - 초, 홍
15. 연기처럼 Rep. - 초, 해
16. 그래도 난 널 - 초, 해, 홍
17. 내 인생 - 해, 홍
18.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있다 - 초, 해, 홍
19. 절망 - 해
20. 날개 - 초, 해, 홍



2017 KOBA(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전시회) 때 한 조명기기 회사의 부스에서.
기술의 발전은 공연에 사용되는 영상과 조명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뮤지컬 스모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관객이 이 신을 선택할 거라 생각한다.
바로 초와 해가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조명이 막대한 역할을 한다.
천장에서 바닥으로 쏘아진 레이저빔과 같은 조명이 부채꼴 형태로 조명의 막을 무대 중앙에 만들어낸다.
이 조명은 360도로 회전하여 마치 거울면이 무대 위에서 빙그르르 회전하는 듯한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조명이 만들어낸 가상의 거울면 너머로 배우들이 오고 감으로써 환상적인 분위기까지 연출한다.

초, 해, 홍이 마지막 넘버인 '날개'를 함께 부르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작가 이상은 자신의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과 대중을 한탄했고
그들을 이해시키지 못하여 고독의 늪에서 홀로 박제가 되어가는 자신을 절망하며 생을 마감하였으나
초와 해 그리고 홍은 다시 한번 날아보자는 내용의 날개를 부르며 희망과 달관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 스모크는 자아분열한 천재 시인 이상을 비롯하여
고독한 예술가의 삶과 내면세계를 탐구해볼수 있는 작품이었다.
커튼콜 촬영불가라는 점은 역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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