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하이젠버그 2018/05/07 16:09 by 오오카미


4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에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연극 하이젠버그(Heisenberg)를 관람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영국의 극작가 사이먼 스티븐스(Simon Stephens. 1971-)이고
이 연극은 뉴욕의 New York City Center Stage II에서 2015년 6월에 초연되었다.
사이먼 스티븐스의 작품 중 국내에서 상연된 최신작으로는
마크 해던(Mark Haddon. 1962-)이 2003년에 발표한 동명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2012)이 있고 
개인적으론 그의 작품 중에 모토타운(Motortown. 2006), 하퍼 리건(Harper Regan. 2007)을 관람한 적이 있다. 



연극 하이젠버그는 남녀 주인공 두 배우만이 출연하는 2인극이다.
사이먼 스티븐스 작, 김희수 번역, 김민정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80분이다.

연극의 제목 하이젠버그는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베르너 칼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Heisenberg의 독일어 발음 하이젠베르크를 영어식으로 읽으면 하이젠버그가 된다.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원리(不確定性原理 / Unschärferelation / Uncertainty principle)를 제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1927년에 발표한 불확정성원리란 위치와 운동량, 시간과 에너지처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두 요소의 수치를 측정할 때
어느 한쪽을 오차 없이 정확하게 측정하려고 하면 할수록 다른 한쪽의 오차가 커진다는 이론이다.
즉 불확정성원리는 위치와 운동량, 또는 시간과 에너지는 동시에 양쪽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이론이다.

하이젠베르크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연극으로는
2차 대전 중인 1941년 독일군의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 중이었던 하이젠베르크가
독일 점령하에 있던 스웨덴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그의 유대인 스승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962)를 만났던 일화를 소재로 하는
코펜하겐(Copenhagen. 1998)이라는 연극이 있고 국내에서는 2008년에 초연된 바 있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을 새롭게 해석한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의 중심인물들이다.



연극의 제목 때문에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와 불확정성 원리까지 언급을 하긴 했지만
사실 연극의 내용은 복잡한 물리학 이론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하이젠베르크 하면 떠오르는 불확정성원리의 불확정성이라는 단어에 착안하여
인생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정한 미래로 가득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연극이다.

정동환 배우가 연기하는 알렉스 프리스트(Alex Priest)는 75세의 정육점 주인이고
방진의 배우가 연기하는 조지 번스(Georgie Burns)는 42세의 식당 종업원이다.
아빠와 딸의 나이차가 나는 알렉스와 조지는 런던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나 통성명을 하게 된다.
발랄하다 못해 낯선 남자의 목덜미에 키스를 할 정도로 황당하기까지 한
천방지축의 조지가 알렉스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얼마 후 알렉스와 조지의 두 번째 만남은 알렉스의 정육점에서 이루어진다.
조지가 알렉스의 이름으로 구글링(구글 검색)을 해서 그의 정육점 위치를 알아내고 찾아온 것이다.

알렉스는 미혼남이다. 젊은 시절에는 한때 사랑을 한 적도 있었으나 사랑에 실패한 후 혼자만의 삶을 살아왔다.
해외는커녕 그가 나고 자란 런던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다고 하니
집과 정육점을 오가는 똑같은 나날이 반복되며 나이를 먹어갔을 것이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무미건조하고 확정된 나날을 살아갈 것 같은 알렉스였으나
어디로 튈지 알 수 공처럼 불확정성의 결정체와도 같은 여자 조지의 등장으로
안정되고 확정되었던 그의 인생은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정동환 배우는 인터뷰 기사에서 젊은 시절에는 미래란 불확실한 것이라서 불안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인간의 삶이란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를 꿈꾸고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정적인 남자 알렉스가 동적인 여자 조지와의 만남을 계기로
그의 삶에 변화가 시작되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달아가게 된다.

연극 하이젠버그를 보면서 무척 좋아하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실연의 아픔을 가진 남녀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연극인데
이 연극에서도 두 주인공의 만남은 당돌한 여주인공의 저돌적인 대시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극무대의 베테랑 정동환 배우와 실제로도 나이차가 딸뻘 되는 방진의 배우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정동환 배우는 무대뿐 아니라 얼마 전 공연장 로비에서 뵌 적도 있으나
방진의 배우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이후 십 년 만에 만나보았는데 살이 너무 빠져서 딴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무대 경험이 많은 배우들인 만큼 이야기의 전개는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아쉬운 것은 연출 부문이다.
이 연극은 객석을 전후좌우 사방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싫어하는 객석 구조이다.
씨름이나 레슬링처럼 경기의 진행상황에 따라서 어느 쪽이 무대의 정면이 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정성의 무대라면 이러한 사방 또는 원형 구조의 객석이 타당할 수 있겠지만
연극은 연출에 의해서 배우의 위치와 동선 등이 사전에 정해지고 약속대로 이행되는 예술이라서
어느 쪽을 정면으로 할지 얼마든지 사전에 조정이 가능한 확정성의 무대이다.
확정성의 무대에 불확정성의 객석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밖에 없다.
배우들이 건너편 객석을 정면으로 삼아서 극을 진행할 때에는 배우들 뒷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니 답답하고
건너편 객석의 관객들이 시야에 들어오니 무대 위 배우들을 향한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니콜 키드먼 주연의 연극 같은 영화 도그빌(Dogville. 2003)의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인지
무대 바닥에 기차역, 정육점 등 하얀 선과 글자로 구획을 구분하여 바닥 배경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정육점 장면이라고 해서 정육점 구획에만 배우들이 위치하는 게 아니라
구획에 별다른 구애를 받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굳이 브로셔에서까지 바닥 그림과 함께 
각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연극 하이젠버그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교감하게 된 두 주인공이 행복하게 탱고를 추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인생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일이 기대되고
함께하면 보다 즐거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연극 하이젠버그였다.



이 연극은 커튼콜 촬영이 금지라서 어차피 찍을 일도 없었지만
커튼콜 촬영 때 건너편 관객이 화면에 들어간다는 것도 사방을 객석으로 꾸민 연극의 단점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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