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영화 당갈 2018/04/30 09:33 by 오오카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인도영화 당갈(Dangal. 2016)을 관람했다.
당갈은 힌디어로 레슬링을 의미한다.
베이스볼, 바스켓볼 대신 국어로 야구, 농구라고 하는 것처럼
인도에서는 레슬링을 당갈이라고 표현하는 게 일반적인가 보다.

영화 당갈은 여자 레슬링 경기 국제대회에서 인도에 최초로 금메달을 안긴
여자 레슬링 자유형 55kg급 선수 기타 포갓(Geeta Phogat. 1988-)과 그녀의 가족 이야기를 토대로 하는
뜨거운 스포츠영화이자 감동이 가득한 가족영화였다.



영화는 회사원들이 사무실 TV로 1988년 서울올림픽 레슬링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과 러시아 선수가 맞붙은 결승전이다.
근엄한 표정으로 TV를 시청하던 우람한 근육질의 중년 사내가 인도에서 레슬링은 인기종목이지만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국가가 제대로 지원을 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하자
옆에 있던 그보다 키가 더 크고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당신이 그렇게 떠들어댈 만큼 실력은 있냐고 비아냥거린다.
중년이 여기서 실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하자 청년이 결투에 응했고 사무실 안에서 두 남자의 레슬링이 벌어진다.
결과는 중년남의 완승이었다.
젊은이를 바닥에 패대기친 중년 남자의 이름은 마하비르 싱 포갓(Mahavir Singh Phogat)이고
젊은 시절에는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도 있는 레슬링 실력자였다.

마하비르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레슬링의 꿈을 접고 회사원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레슬링을 향한 꿈,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은 퇴색하지 않았다.
마하비르는 아들이 태어나면 레슬링을 가르쳐서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잇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첫째는 딸이었다.
마하비르 부부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아들 낳는 법을 전수받았지만 둘째도 딸이었다.
넷째 딸이 태어난 후 마하비르는 꿈을 접었다.



그런데 2000년에 마하비르의 인생에 변환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루는 그가 회사 일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이웃주민이 아들을 데리고 집에 와 있었다.
댁의 아이가 우리 아이를 때렸다며 따지러 온 것이었다.
마하비르는 동생의 아들인 남자 조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나무랐지만 범인은 따로 있었다.
마하비르의 첫째 딸 기타와 둘째 딸 바비타가 또래 사내아이를 두들겨 팬 것이었다.
마하비르는 생각했다.
금메달을 남자만 따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여자 레슬링도 있지 않은가.

다음날부터 마하비르는 기타와 바비타를 레슬링 선수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딸들을 훈련시킨다.
두 딸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행한 폭력에 대한 체벌인 줄 알고 며칠만 하면 끝나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아버지의 의지를 확인한 후로는 레슬링을 그만두기 위해서 투정도 부리고 반항을 하기도 한다.
하루는 오후 훈련을 땡땡이 치고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들켜서 아버지를 낙담시키는데
자신들에게 혹독한 아버지를 비난하는 기타와 바비타를 향해서 그런 아버지가 있어서 좋겠다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열 네살의 소녀 신부의 대사가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인도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계급제도인 카스트이다.
법적으로는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현실에는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밖에도 딸이 14세가 되면 시집을 보내는 등 다양한 구습이 남아 있는가 보다.
영화에서 소녀 신부는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시집 가야 하는 서글픈 신세를 한탄하며
관습에 얽매여 쓸모 없는 짐을 처분하듯이 생전부지의 남자에게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들보다는
딸에게 레슬링 선수라는 꿈을 심어준 너희 아버지야말로 진정으로 딸을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억지로 결혼하는 친구에게서 이같은 말을 듣고서 기타와 바비타는 마하비르의 진심을 깨닫게 되고
다음날부터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훈련에 임하며 일취월장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단역이긴 하였지만 소녀 신부는 영화 속에서 무척 비중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인도의 전통 레슬링은 한국의 씨름이나 일본의 스모처럼 모래밭에서 진행된다.
씨름과 스모가 그러하듯이 당갈도 선수가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출전하는 탓에 여자 경기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마하비르는 딸들을 당갈에 출전시키기 위해서 이 편견을 깨뜨려야만 했다.



현역 선수 시절의 마하비르를 연기한 아미르 칸(Aamir Khan. 1965-)



88서울올림픽 때인 중년의 마하비르를 연기한 아미르 칸.



딸들을 레슬링 선수로 키우는 2000년 이후의 마하비르를 연기한 아미르 칸.

사전지식 없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마하비르를 연기한 배우가 연령대별로 세 명 있는 줄 알았다.
5, 60대 때의 마하비르가 가장 많이 출연하므로 아미르 칸이 이 연령대를 연기하고
이보다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것은 얼굴이 비슷한 두 명의 다른 배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체격이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후기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다가 모든 연령대를 아미르 칸이 연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무줄 몸무게로 유명한 배우 하면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1943-)가 떠오르는데
아미르 칸 또한 이 반열에 올려야 할 것이다.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와 풍만한 뱃살의 몸매가 같은 인물이라니 다이어트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아미르 칸과 니테쉬 티와리(Nitesh Tiwari) 감독의 인터뷰 영상.
아미르 칸이 5개월에 걸쳐서 살을 빼고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기타와 바비타를 연기한 파티마 사나 셰이크(Fatima Sana Shaikh. 1992-)와 산야 말호트라(Sanya Malhotra. 1993-).

영화 당갈을 통하여 영연방경기대회(Commonwealth Games)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과거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렸던 영국인 만큼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이 많은데
영연방경기대회는 영국과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참가하는 유서 깊은 국제대회라고 한다.
1930년에 제1회 대회가 열렸고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다.
영화 후반부의 주무대가 되는 제19회 영연방경기대회는 인도 델리에서 2010년 10월에 개최되었고
올해 4월에는 호주에서 제21회 영연방경기대회가 열렸다.



니테쉬 티와리 감독, 기타 포갓, 바비타 쿠마리 포갓(Babita Kumari Phogat. 1989-), 아미르 칸,  마하비르 싱 포갓.

영화에선 따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마하비르는 네 명의 딸 모두와 여조카 두 명에게 레슬링을 가르쳤다.
그의 첫째 딸 기타 포갓은 2010년 영연방경기대회 55kg급에서 금메달을,
둘째 딸 바비타 쿠마리 포갓은 2014년 영연방경기대회 55kg급에서 금메달을,
그의 여조카 베니쉬 포갓(Vinesh Phogat. 1994-)은 2014년 영연방경기대회 48kg급과
2018년 영연방경기대회 50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니 그야말로 국보급 레슬링 가족이라 하겠다.

영화 후반부에 그려지는, 기타가 출전하는 영연방경기대회의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영화상에서는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하여 아슬아슬한 스코어 차이로 표현되었지만
실제로는 일방적인 결과였다. 영화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허구를 가미한 부분이라고 보면 되겠다.

레슬링을 향한 열정 가득한 스포츠영화이자 부녀 간의 따뜻한 정을 담은 가족영화
당갈의 개인적 평점은
★★★★★★★★★★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관람했다.
인도영화의 특징이지만 작위적이라고 지적되는 군무 장면은 결혼식 축하연에서 삽입되어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극 속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장면과 잘 어울려서 대사를 노래하듯 뮤지컬적 재미를 더한 점도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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