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소설 삼총사 2018/04/12 15:12 by 오오카미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1802-1870)의 소설 삼총사(Les Trois Mousquetaires)를 읽었다.
구름서재에서 출간한 편역본이다.
완역본에서는 삼총사인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의 개인적 이야기들도 나온다고 하나
편역본에서는 달타냥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은 생략되어
지엽적으로 빠지지 않고 본편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읽을 수 있다.  



삼총사 관련하여 최근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들자면 뮤지컬 삼총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전아트센터에서 10주년 공연이 진행 중이고 얼마 전에 관람했다.
뮤지컬에서는 추기경의 심복인 쥬샤크가 아토스에게 총을 쏘는 장면 이외에는 총이 등장하질 않는다.
주인공인 달타냥과 삼총사는 오로지 검으로만 승부를 한다.
그렇기에 왜 삼검사나 삼기사가 아니라 제목이 삼총사인 걸까 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뒤마는 1844년에 삼총사를 발표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발표 당시로부터 200여년 전인 루이 13세(Louis XIII. 1601-1643) 시대이다.
루이 13세는 1622년에 국왕 직속의 친위대를 창설하고 총사(Mousquetaire)라 이름 붙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에겐 머스킷(mousquet/musket) 총이 지급되었다.
즉 총사대란 머스킷이라는 강력한 화기를 갖춘 국왕 친위대였던 것이다.
소설 후반부에는 프랑스 정규군과 위그노(신교도) 시민군과의 종교전쟁인 라 로셸 포위전을 다루고 있는데
이 장면에서 총격전이 펼쳐지므로 총사들이 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총도 잘 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뮤지컬에서는 라 로셸 포위전이 아예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총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삼총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프랑스 코미디 영화 크레이지 보이의 삼총사(Les Quatre Charlots Mousquetaires. 1974)이다.
이 밖에도 아라미스를 남장여자로 설정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아니메삼총사(アニメ三銃士. 1987)도 떠오른다.
그리고 최근에 접했던 뮤지컬 삼총사로 인하여 원작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그렇기에 뮤지컬 삼총사와 원작소설을 비교해 가면서 후기를 적어볼까 한다.



세계 최대의 박물관인 루브르는 소설 속의 시대에서는 루이 13세의 왕궁이었다.
1789년에 프랑스혁명이 발발하고 1793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소설에서는 달타냥이 왕을 알현하는 초반부에 루브르궁(Palais du Louvre)이 등장한다.

달타냥(D'Artagnan)은 총사였던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총사가 되기 위해서 파리로 상경하고
총사대장 트레빌(Tréville)의 저택을 방문하나 아토스(Athos), 아라미스(Aramis), 포르토스(Porthos)
세 명의 총사와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게 되어 각각 결투를 신청하게 된다.
달타냥이 세 명의 총사와 같은 장소에서 결투를 벌이게 되는 점은 동일하나
뮤지컬에선 세 명 모두 같은 시각인 12시로 설정되어 있는 것에 반하여
소설에선 12시, 1시, 2시로 시각은 각각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결투시각이 각자 다름에도 어째서 12시에 세 명의 총사가 함께 있었는가 하면
12시에 결투 약속을 잡은 아토스가 정식결투라는 것을 입증해 줄 입회인으로
절친한 두 친구 아라미스와 포르토스를 데리고 나왔기 때문이다.
아라미스와 포르토스 또한 나도 마침 그곳에서 조금 있다가 결투가 있으니 
서로 입회인이 되어주면 되겠군 하면서 12시에 맞추어 나왔던 것이다.



투르넬 다리(Pont de la Tournelle).
다리의 한쪽 끝에는 파리의 수호성녀 쥬느비에브(Saint Genevieve) 동상이 높은 기둥 위에 세워져 있다.

파리를 주요무대로 하는 만큼 루브르궁, 투르넬 다리처럼 실제 지명들이 다수 사용되고 있어서
파리를 여행하는 여행객에게는 명작소설에 등장하는 명소를 방문하는 기쁨을 더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뮤지컬에선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소설에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있으니
바로 달타냥과 삼총사의 하인들이다.
달타냥의 충직한 하인 플랑셰(Planchet)의 경우는 오히려 달타냥보다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니
원작에서 하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하겠다.
총사가 되려면 하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세 친구의 조언을 들은 달타냥은
투르넬 다리 위에서 침을 뱉어서 수면에 동그라미를 만들고 있던 플랑셰를 하인으로 고용한다.



영화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 2011)에서 밀레디로 출연한 밀라 요보비치(Milla Jovovich. 1975-).

소설 삼총사와 뮤지컬 삼총사를 비교해 보면 다른 점이 무척이나 많다.
뮤지컬에선 총사의 하인들을 비롯하여 총사대장 트레빌과 안 도트리슈 왕비 등 많은 등장인물이 생략되었고
쥬샤크(Jussac)처럼 두 명의 캐릭터가 통합된 인물도 있다.
뮤지컬에선 쥬샤크가 부하들을 데리고 달타냥과 삼총사의 결투장소에 난입하여
이들과 칼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추기경의 심복으로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원작에서 쥬샤크는 추기경 근위대에서 최고의 검술을 자랑하는 인물로서
달타냥과 삼총사와의 4대 4 결투에서 달타냥의 칼에 찔려 부상을 당하는 것으로 이야기에서 퇴장한다.
추기경의 권세가 불만이었던 국왕 루이 13세는 이 소식을 전해듣고서 크게 기뻐하며
추기경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달타냥과 삼총사를 왕궁으로 초대하여 치하하니
달타냥은 이때 왕을 처음으로 알현하게 된다.  
소설에서 추기경의 비밀임무를 수행하거나 밀레디와 연락책을 맡는 인물은
로슈포르(Rochefort) 백작이라는 별개의 인물이고 쥬샤크보다 비중도 크지만 뮤지컬에선 쥬샤크로 통합되었다.

뮤지컬에서 달타냥과 사랑에 빠지는 콘스탄스는 처녀로 설정되어 있지만
소설에서는 콩스탕스 보나시외(Constance Bonacieux) 부인이라는 유부녀다.
달타냥의 하숙집 안주인인 보나시외 부인은 왕궁에 출입하며 왕비의 신뢰를 얻은 현명한 여인이고
남편 보나시외와 나이차가 많이 나는 젊고 아름다운 기혼녀로 등장한다.
아직 십대 청소년인 달타냥이 연상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셈이다.
달타냥뿐 아니라 아라미스와 포르토스 또한 원작에서는 유부녀와 사랑을 나누고 있다.
당당하게 불륜을 행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기사에 대한 환상은 깨어지고 만다.
맑고 고결한 인성의 영웅보다는 속물근성으로 넘쳐나는 데드풀 같은 영웅이 당시에도 더 각광을 받았던 것일까.

인물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뮤지컬과 원작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뮤지컬의 경우 삼총사뿐 아니라 철가면이란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는
브라질론 자작(Le Vicomte de Bragelonne. 1850)의 이야기까지 가져다 사용하였기에
등장인물과 기본적인 설정 외에는 원작소설 삼총사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뮤지컬에선 밀레디(Milady)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악녀가 된 것으로 설정하고 있어서
동정심이 일기도 하지만 소설에선 그런 명분이 일절 없다. 
밀레디는 천성이 탐욕적인 철저한 악녀로 그려진다.
뮤지컬에선 콘스탄스와 밀레디가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원작에선 둘 다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왕비가 연인에게 선물로 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왕이 주최하는 무도회가 열리기 전까지 되찾아오는 것이 주안점이 되고 있으나
뮤지컬에선 왕비가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리슐리외 추기경의 세 가지 초상화(Triple portrait of Cardinal de Richelieu. 1640).
필리프 드 샹파뉴(Philippe de Champaigne)가 그렸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결말 부분이었다.
달타냥을 총사로 임명한 것이 국왕이 아니라 리슐리외(Richelieu. 1585-1642) 추기경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삼총사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다.
루이 13세와 동갑인 왕비 안 도트리슈(Anne d'Autriche. 1601-1666)는 에스파냐(스페인) 공주였고
1615년에 프랑스로 시집을 왔다. 정략결혼이어서였는지 둘의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를 인정했던 아버지 앙리 4세와는 달리 루이 13세는 구교를 신봉하였기에
왕비가 에스파냐의 첩자 노릇을 했음에도 가톨릭의 규율에 따라 이혼은 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루이 14세(Louis XIV. 1638-1715)는 결혼한 지 23년 만에 얻은 아이였다.
왕비가 모국인 에스파냐와 내통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었기에 작가는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뒤마는 소설에서 왕비가 적국인 영국의 버킹엄 공작과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묘사하고 있다.
버킹엄(Buckingham) 공작이라 불렸던 조지 빌리어스(George Villiers. 1592-1628)도 실존인물이다.
버킹엄은 소설에서 존 펠튼(John Felton. 1595-1628)에게 암살당하는데 역사적으로도 동일하다.
단 소설에서는 밀레디에게 현혹당하여 암살을 저지르는 것으로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되었다.

루이 13세리슐리외 추기경 간의 관계도 살펴볼 만하다.
뮤지컬에선 철가면의 내용까지 인용하는 탓에 추기경이 왕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악인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선 그렇지 않다. 추기경이 왕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권세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반역죄에 해당하는 그러한 야심은 보이지 않는다.
추기경이 왕비를 감시하는 것도 적과의 내통이 의심되어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리슐리외는 밀레디를 이용하여 왕비의 비밀을 밝혀내려 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사한 일면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추기경의 근위대가 아니라 국왕의 총사대를 선택하는 달타냥을 용서하는 대인배적인 모습이 보다 두드러진다.

역사적으로는 루이 13세와 리슐리외는 정치적 동반자였다.
앙리 4세가 구교 광신도에게 암살당하여 루이 13세는 열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어린 왕을 대신하여 왕의 모친인 마리 드 메디시스(Marie de Médicis. 1573-1642)가 섭정을 행했고
이때 발탁된 인물이 리슐리외였지만 장성한 루이 13세가 자신을 학대했던 모후와 그 추종세력을 숙청하고
실권을 잡았을 때 왕을 보좌한 인물이 바로 리슐리외였다.
이후 리슐리외는 재상에 임명되어 루이 13세를 보필하며 프랑스 절대왕정의 초석을 쌓는 역할을 수행했다.
1642년에 리슐리외가 죽고 이듬해 루이 13세가 타계하여 루이 14세가 다섯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섭정을 맡은 안 도트리슈는 리슐리외가 후계자로 지목했던 쥘 마자랭(Jules Mazarin. 1602-1661) 재상과 함께
아들 루이 14세를 위하여 프랑스의 절대왕정체제를 확립시켜 갔다.



라 로셸 포위전의 리슐리외 추기경(Le Cardinal de Richelieu au siège de La Rochelle. 1881).
프랑스 화가 앙리 폴 모트(Henri-Paul Motte)가 그렸다.

라 로셸 포위전은 1627년부터 1628년에 걸쳐서 프랑스의 개신교도를 일컫는 위그노가 밀집해 있던
라 로셸에서 일어난 전투를 가리킨다. 뮤지컬에선 등장조차 하지 않는 원작소설 후반부의 배경이다. 
귀족의 힘을 약화시키고 왕의 권력을 강화시키고자 했던 루이 13세의 절대왕정체제에 반대하는
지방귀족이 위그노들과 합심하여 일으킨 내란이었기에 이를 진압한 후 절대왕정은 더욱 확고해지게 된다.


셋이서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흔히 삼총사라고 부른다.
소설 삼총사는 그 제목이 일반명사화되었을 정도로 세간에 익히 알려진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컬로 몇 차례 관람하여 더욱 정감이 가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이번에 편역본이기는 하나 원작소설을 읽으며 원작이 갖고 있는 해학성을 느껴볼 수 있었고
소설과 뮤지컬의 많은 차이점을 확인하며 각색의 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원작을 읽은 덕분에 리슐리외 추기경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게 된 점과 
프랑스 역사에 관해서 조금이나마 공부하게 된 점을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P.S. 메인사진은 타카라즈카(宝塚) 가극단의 삼총사 포스터(1980).





덧글

  • 준짱 2018/04/13 17:41 # 삭제 답글

    올~ 요즘은 책도 나름 읽네?^^
  • 오오카미 2018/04/14 02:22 #

    나 문과 나온 남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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