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몬태나를 시사회로 보고 왔다.
국내 제목은 영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인디언 추장 옐로 호크의 고향인 몬태나(Montana)로 정해졌지만
원제는 Hostiles이다. hostile은 형용사로도 쓰이지만 명사로 쓰이면 적, 적대적인 사람이라는 의미이고
특히 백인에게 적대적인 북미 인디언을 가리키기도 한다.
참고로 몬태나는 스페인어로 산을 의미하는 Montaña에서 유래했다.
1892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몬태나는 호전적인 인디언 부족으로 유명했던 코만치 일당에게
로자먼드 파이크(Rosamund Pike. 1979-)가 연기하는
로잘리 퀘이드(Rosalie Quaid) 일가가 몰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장면이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 1974-)이 연기하는 주인공 조셉 블로커(Joseph Blocker) 대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둘의 연관성은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알 수 있게 된다.
블로커 대위는 20년 이상을 군인으로 복무하며 인디언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온 베테랑 군인이다.
전역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 임무가 하달된다.
7년간 감옥에서 복역한 인디언 추장 옐로 호크(웨스 스투디. Wes Studi. 1947-)와 그의 가족들을
고향인 몬태나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라는 임무였다.
블로커는 옐로 호크와의 전투에서 친구를 몇 명이나 잃은 아픈 과거가 있는 데다가
인디언과의 오랜 전투를 통하여 그들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기에 명령에 따르기를 거부하지만
명령불복종으로 군사재판에 회부하겠다는 상관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호송임무를 떠맡는다.
영화는 블로커와 그의 부하들이 추장과 그의 가족들을 몬태나까지 호송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크리스찬 베일, 로자먼드 파이크, 스콧 쿠퍼(Scott Cooper. 1970-) 감독, 웨스 스투디.
크리스찬 베일은 영화에서는 살이 찌기 전의 모습으로 나오니까 사진을 보고 실망하지는 말자.
아메리카 대륙의 이주민인 백인과 원주민인 인디언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영화 하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Dances With Wolves. 1990)이 먼저 떠오르는데
영화 몬태나 역시 다른 인종 간의 반목과 화합을 그리고 있다.
또한 휴머니즘을 실천하기 위해서 희생이 뒤따르는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수천 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던 원주민을 내쫓고 그 땅을 빼앗은 백인은 침략자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인디언을 악당으로 묘사하고 백인을 영웅으로 포장한 서부영화들이 예전에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보다 객관적인 관점으로 빼앗긴 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몬태나에서는 직접적으로 가해자인 백인들을 비난하고 피해자인 인디언들을 옹호하는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우리는 모두 적이었다'는 과거형의 영화 카피처럼 영화는 과거의 갈등을 씻고 오늘의 화합을 찾아나간다.
블로커 대위는 죽음을 앞둔 옐로 호크를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당신과 함께 나의 일부도 죽을 것이오."
고뇌에 가득찬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묵직한 울림을 주는 영화
몬태나의 개인적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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