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CGV 영등포에서 영화 7년의 밤을 관람했다.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고 정유정 작가가 2011년 봄에 출간했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영화 제작노트를 읽어 보니 감독은 인간의 성악설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맹자의 성선설에 반대되는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은 타고난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예의와 사법과 같은 가르침을 통하여 인성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영화 속에서 성악설을 대변하는 인물은 장동건이 연기하는 오영제다.
영제는 세령댐이 있는 세령마을의 대지주이자 치과의사다.
마을사람들은 그가 가진 재력과 권력을 두려워하여 그에게 굽신거린다.
류승룡이 연기하는 최현수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영제는 악한 심성을 드러낸다.
현수는 세령댐에 관리팀장으로 새로 부임하게 되었다.
아내(문정희)가 가족이 살게 될 관사를 이사하기 전에 둘러보고 오라고 닦달을 했기에
현수는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회식을 하다 말고 야간에 차를 몰고 세령마을로 향했으나
2차선 도로에서 서행하면서도 길을 비켜주지 않는 영제의 차 때문에 사고를 당할 뻔한다.
영제의 악한 모습은 그가 12세의 어린 딸 세령(이레)을 허리띠로 폭행하는 장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학대를 견디다 못한 세령은 집을 탈출했고 영제의 추적을 피해서
산속을 도망치다가 산속 도로에서 현수의 차에 치이고 만다.
어두운 밤 초행길에서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온 여자아이를 치고 만 현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만다.
아이를 병원에 옮기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올바른 행동을 선택하는 대신
아이의 사체를 댐 부근의 호수에 유기하는 범행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현수 역시도 성악설의 증인인 셈이다.
어찌 보면 영제보다 현수 쪽이 성악설의 보다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의 본성이 원래 악하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해선 안 된다며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예의와 도덕을 가르쳤고 나쁜 짓을 행하면 벌을 받게 되도록 사법제도를 만들어 놓았음에도
현수는 후천적으로 학습한 선행을 행하는 대신 본성에 기인한 악행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지는 전북 임실군의 옥정호, 완주군의 상관저수지, 충북 음성군의 원남저수지,
충북 청주시에서 대전시 대덕구에 걸쳐 있는 대청댐 등이라고 한다.
영화 7년의 밤은 뒷맛이 씁쓸한 영화다.
영제의 악행이 원인이 되어서 현수의 악행이 발생한 것처럼 보여져서 악의 전이를 다루고 있는 데다가
현수의 아버지가 가정폭력을 일삼은 과거사를 보여줌으로써 악의 대물림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송새벽이 연기하는 안승환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서 영화의 한 줄기 빛이 되어주고 있다.
승환은 현수가 세령댐에 부임하기 전부터 근무했던 직원이고
감옥살이하게 되는 현수 대신 그의 아들 서원(고경표)을 7년 동안이나 보살피는 인물이다.
성악설을 반증하는, 성선설의 방증과도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승환이 쉬는 날마다 세령호수에 잠수하여 실종된 시신을 찾는 행위 또한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그만의 선행이다.
악이 죄를 잉태하는 추악한 과정과 복수극의 허무하고 씁쓸한 결말을 통하여 악을 단죄하는 영화
7년의 밤의 개인적 평점은
★★★★★★★☆☆☆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에서 영화 7년의 밤 무대인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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