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젊음의 행진 2018/03/19 17:56 by 오오카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젊음의 행진의 첫날 공연을 관람했다.



충무아트센터 2층의 공연장 로비에는 학창시절을 연상케 하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칠판 한 구석에 적혀 있는 떠든 사람이라는 글자를 보니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떠든 사람이란 자습시간에 떠드는 학생에게 조용히 하라고 지적을 해도 말을 안 들으면
반장 등 학급임원이 칠판에 떠든 사람 이름을 적어서 나중에 선생님의 체벌이 가해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요즘은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되었다고 하니 떠든 사람을 적는 일도 없으려나.
포토존 맞은편에는 전국의 오락실을 댄스 삼매경으로 물들였던 DDR 펌프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DDR(Dance Dance Revolution)은 PC나 게임기에 연결하여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버전이 발매되기도 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PMC프러덕션에서 제작했고 2007년이 초연이었으니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한다.
제작진은 송승환 예술감독, 추민주 작, 심설인 연출, 양주인 편곡, 이현정 안무이고
공연시간은 1부 75분, 인터미션 15분, 2부 6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오영심 역에 신보라, 왕경태 역에 김지철,
김검모 역에 김세중, 상남이 역에 전민준, 담임 역에 정영아, 교생 역에 우찬,
앙상블에 송나영, 황자영, 서예림, 안상은, 전성혜, 이윤하, 정예주, 박소현,
이재복, 유승엽, 박성광, 김의환, 장재웅, 이주순 배우였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주간소년잡지 아이큐점프에 연재되었던
배금택 만화가의 대표작 영심이의 등장인물 영심이와 왕경태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1981년부터 1994년까지 방영된 KBS의 인기 음악프로그램 젊음의 행진과 결합을 시켰다.

무대의 막이 오르면 젊음의 행진 8090 콘서트의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출연하여 자신들의 히트곡을 열창하며
그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과 함께 하나가 되는 뜨거운 무대가 기획된 것이다.
이 콘서트는 30대 중반의 오영심 PD가 기획했고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등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김검모(김건모의 패러디)가 제작했다.
오 PD와 김 가수는 처제와 형부 사이이기도 하다.
리허설로 분주한 가운데 콘서트장으로 긴급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공연장 전력공급에 문제가 있으니 전기 사용을 중지하라는 한국전력 관계자의 전화였다.
발신자는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니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신신당부하였으나
공연시작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오 PD는 리허설을 속행한다.
얼마 후 한전에서 나온 관계자가 찾는다기에 오 PD가 나가 보니 낯익은 얼굴의 사내가 서 있었다.
고교시절 영심이 좋아했던 동급생 왕경태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무려 15년 만의 재회였다.
오랜만이라며 짧은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이었지만 사적인 일보다는 공적인 일이 우선돼야 했으므로
경태가 공연장의 전원스위치를 내리려고 전원함으로 다가서는데 영심이 이를 가로막았다.
영심은 전원스위치를 사수하기 위해서 경태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감전되어 기절하게 되는데
몽롱해져가는 의식 저편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유쾌발랄하고 사랑스러운 공연이었다.
익히 알려져 있는 대중가요를 수록곡으로 사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므로
친숙한 노래들이 자연스레 관객의 흥을 돋우고 추억을 새록새록 되살리는 데다가
영심과 경태의 고교시절 회상을 통하여
관객들도 기억 저편에 잠들어 있던 저마다의 단편들을 깨우게 된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 사용된 넘버는 다음과 같다.


- 1부 -
이유같지 않은 이유(1994) - 박미경
핑계(1993) - 김건모
말해줘(1997) - 지누션 feat. 엄정화
장미 빛깔 그 입술(1988) - 홍수철
모여라(1990) - 송골매
보이지 않는 사랑(1991) - 신승훈
공부합시다(1990) - 윤시내
하얀 바람(1988) - 소방차
마지막 콘서트(1989) - 이승철
너는 왜(1993) - 철이와 미애 & 달빛 창가에서(1986) - 도시의 아이들
Love is..(1996) 터보
잘못된 만남(1995) - 김건모
질투(1992) - 유승범
내일이 찾아오면(1989) - 오장박
Honey(1998) - 박진영 & 소녀시대(1989) - 이승철
사랑 그대로의 사랑(1993) - 푸른하늘
가리워진 길(1987) - 유재하


- 2부 -
마지막 승부(1994) - 김민교
영원한 사랑(1999) - 핑클
Tears(2000) - 소찬휘
초대(1998) - 엄정화
흐린 기억 속의 그대(1992) - 현진영
금지된 사랑(1997) - 김경호
바람아 멈추어 다오(1989) - 이지연
한바탕 웃음으로(1989) - 이선희
그대와 함께(1994) - 더 블루
너의 의미(1984) - 산울림
내일이 찾아오면(1989) - 오장박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1996) - 토이
이젠 안녕(1991) - 015B
언젠가는(1993) - 이상은
그대와 함께(1994) - 더 블루


이 뮤지컬의 과거 공연들을 살펴보니 수록곡은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이번 공연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전 공연에서는 김완선, 심신 등의 히트곡이 사용된 적도 있고
영심의 형부 모델이 김건모가 아니라 이상우로 설정된 적도 있었다.
젊음의 행진 8090 콘서트의 리허설 무대라는 설정이 학창시절과 더불어 이야기의 양축을 이루고 있으므로
리허설 무대에 출연하는 가수와 노래는 음원 저작권 문제만 해결된다면야
얼마든지 공연에 사용하는 음악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장점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관람하면서 K-Pop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80, 90년대에는 케이팝이라는 용어가 아직 사용되지도 않았던 시절이지만
공연을 관람하며 귀에 익은 수많은 그 시절의 가요들을 듣고 즐기면서
오늘날 지구촌을 열광시키고 있는 케이팝의 토대는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캐릭터는 정영아 배우가 연기하는 담임선생님이었다.
한국무용을 복수전공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봉산탈춤의 춤사위도 보여주고
후배뻘인 남자 교생선생에게 반해서 애정공세를 벌이는 귀여운 푼수 짓도 보여주며 객석에 웃음을 선사했다.
그녀가 심은하 주연의 공포드라마 M(1994)을 연상시키는 장면에서도 객석은 빵 터졌다.



정예주, 이재복, 이윤하, 김의환, 황자영, 이주순 배우.



안상은, 박성광, 박소현, 유승엽, 장재웅, 전성혜 배우.

뮤지컬 젊음의 행진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가 앙상블의 비중이 무척 크다는 점이다.
연극의 코러스, 뮤지컬의 앙상블이라고 하면 지나가는 행인 등 대사가 따로 없는
단역의 이미지이거나 군무나 합창을 하는 무리 중의 한 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따로 집중하지 않는 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위치일 수도 있으나
이 공연의 앙상블은 독자적인 대사와 솔로 노래 파트를 갖고 있기도 해서
다른 뮤지컬에 비해서 한층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엄정화, 이상은, 김경호 등 콘서트 리허설에 등장하는 가수들의 배역 또한 앙상블이 맡고 있으니
앙상블이 이처럼 화려하게 자신을 뽐낼 수 있는 공연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거라 생각한다.



김세중, 정영아, 우찬 배우.

김검모 역 김세중 배우는 핑계를 부를 때
김건모의 노래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창 실력이 좋았고
교생 역 우찬 배우는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를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황당한 설정으로 마무리해서 객석에 웃음을 주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담임 역 정영아 배우는 섹시미와 백치미를 발산하며 매력을 뽐냈다.
그녀는 담임 역으로 등장하기 전에 지누션의 말해줘 리허설 장면에서
피처링을 맡은 엄정화 역으로도 출연하여 무대의 분위기를 워밍업시켰다.



서예림, 전민준, 송나영 배우.

세 배우가 연기하는 구월숙, 이상남, 박정자는 효성여고 3인방으로 영심과 함께 4대4 미팅에 나간다.
오늘날과는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었던 콜라텍(청소년이 콜라를 마시고 춤추며 놀던 곳. 청소년용 나이트클럽)에서
미팅을 하는 이 장면에선 배경음악으로 클론의 Funky Tonight(1999), 타샤니의 경고(2000)가 흘러나와 흥겨움을 더했다.

상남 역의 전민준(전역산) 배우의 매력도 예사롭지 않았다.
근육질의 남자배우가 여장을 하고서 보이시한 여학생 역을 연기하니 그 갭이 주는 웃음이 컸다.
여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보이시한 동성에게 반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상남이 바로 그런 역할이었다.
상남이 앞머리를 찰랑거리며 반대쪽으로 넘기는 장면에서는 무대 위에 금가루가 흩날린다.
남자 머리카락이 저렇게 찰랑거려도 되는 거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중성적 매력을 발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였다.
그나저나 여자에게 상남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드라마 아들과 딸(1992)에서 김희애 배우가 맡았던 배역의 이름이 후남이었다.
지금과는 달리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시절에는 다음에 남아가 태어나길 염원해서 여아 이름에 男자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왕경태 역 김지철 배우와 오영심 역 신보라 배우.

신보라 배우는 용감한 녀석들이라는 개그 코너에 출연할 때부터 노래 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도 주역에 걸맞는 실력으로 극을 잘 리드했다.
그녀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박미경을 대신해서 무대 위에서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열창하며 1부의 막을 열었다.



최수종, 최진실 배우가 주연했던 드마라 질투(1992)에서 두 배우를 중심에 두고 
카메라가 배우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촬영한 마지막신을
패러디한 장면에서도 폭소가 터져나왔고 시종일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었다.

미드 맥가이버(MacGyver. 1985-1992)의 오프닝(시그널) 멜로디가 흐르기도 했고
장동건, 심은하 주연의 마지막 승부(1994),  차인표, 신애라 주연의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 주연의 느낌(1994) 등 그 시절에 애청했던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어서 그리운 감정을 가슴 가득히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1973년부터 1996년까지 MBC에서 진행되다가 이후 EBS로 옮겨진
장학퀴즈의 오프닝곡인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을
배우들이 아카펠라로 멋들어지게 연주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작품 속의 수록곡을 접하는 관객들마다 저마다의 추억이 아른거릴 것 같다.
2부 후반부의 넘버인 이상은의 언젠가는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데
솔직히 이 노래를 접하기 전에는 이상은이라는 가수를 싫어했었다.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그녀의 데뷔곡 담다디(1988)는 전국적으로 히트한 노래였지만
여가수가 남자처럼 옷을 입고 나와서 경망스럽게 춤을 추니 여성미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불만이었고
동급생 중에 쉬는 시간마다 이 노래를 불러대서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를 준 녀석도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녀가 유학에서 돌아와 발표한 발라드곡 언젠가는은 여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매력적인 노래였다.
이별의 아픔을 경험하며 성숙한 화자가 인생을 달관한 듯
기약 없는 언젠가의 만남을 노래하는 애절함이 가슴에 와닿은 것 같다.  
그녀가 대학로에서 잠깐 운영했던 술집 해와 물고기(Sun&Fish)에서 그녀를 보았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이미 담다디에 대한 반감이 사라지고 언젠가는을 통해 좋은 노래를 부른 가수로 인식이 바뀌어 있던 때였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80,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8090세대 관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당대의 히트곡들을 접하면서 추억은 방울방울 피어오르고 입가엔 환한 미소가 지어지니 정말 사랑스러운 뮤지컬이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커튼콜.
약 10분에 가까운 흥겨운 커튼콜이 진행되어 공연의 여운을 더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의 커튼콜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이 노래이므로 커튼콜에서 다시 한번 그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은 관객에게 큰 선물이 된다.



공연 첫날이라 아직 운영되지 않았던 MD숍에는 추억을 샘솟게 하는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종이인형 옷입히기는 요즘 같으면야 손으로 쉽게 떼어낼 수 있게끔 재단이 되어 나오겠지만
옛날에는 윤곽선을 따라서 일일이 가위질을 해서 오려내야만 했기에 나름 손실력이 필요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카세트테이프라든가 엄정화 누나의 CD라든가
이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소품들을 아직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블로그에 포스트하면서 당시를 회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큐점프 잡지도 반갑고
얼마 전 콘서트에서 딸 자랑을 하던 이선희 누님의 레코드판에서도 시절의 향수가 느껴진다.



핑클과 SES가 잡지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필자는 어느 파였는가 하면 베이비복스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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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글루스 알리미 2018/03/27 09:18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3월 27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컬처]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오오카미 2018/03/27 11:34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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