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소설 잊혀진 소년 2018/03/14 16:55 by 오오카미


예문아카이브에서 출간한 일본 추리소설 잊혀진 소년을 읽었다.
이 소설의 원제는 幻夏(げんか)이고 일본에서 2013년에 발간되었으며
여성작가 오타 아이(太田愛. 1964-)의 두 번째 소설이다.

오타 아이는 카가와(香川)현 타카마츠(高松)시 출신이고 연극 극단에서 10년 정도 각본을 담당한 후
1997년 울트라맨 티가(ウルトラマンティガ)의 각본 팀에 합류하면서 TV방송작가로 데뷔했다.
인기 일본드라마 아이보우(相棒. 파트너) 시즌8(2009)부터 각본 팀에 합류하여 대본을 집필하고 있으며
2017년에 개봉한 아이보우 극장판4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오타 아이 작가의 소설 단행본은 幻夏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세 권이 발행되었는데
국내에 번역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드 아이보우의 팬의 한사람으로서 그녀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아이보우 시즌7부터 시즌10까지 레귤러로 출연했던 배우 오이카와 미츠히로(及川光博)의 추천사.
"가슴에 느껴지는 이 아픔을 감동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넘쳐흐르는 슬픔에 나는 그저 무력할 뿐이었다."



소설 잊혀진 소년은 초등학교 소년의 여름방학 이야기로 시작된다.

토쿄 니시이나기(西稲城)시 사카노우에 지역에 살고 있는 이 소년은
동네에 또래 친구가 없어서 방학 동안에도 밖에서 친구들과 놀 일이 없었다.
여동생이 병원에 입원해서 엄마가 간병하러 집을 비웠기에 점심을 근처 분식점에서 해결해야 해서
소년은 점심을 사 먹으러 분식점으로 향했는데 가게 앞에서 못 보던 또래 소년 두 명과 마주치게 된다.
아마도 새로 이사 온 아이들인 것 같았고 형제로 보였는데 그들도 도시락을 사러 온 듯했다.
아이들이 없는 한적한 동네였기에 소년들은 금세 친해졌고 여름방학 내내 함께 어울리며 우정을 쌓아나갔다.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어 셋이서 함께 등교를 했다.
그런데 형제 중 큰 아이가 잊은 게 있어서 집에 다녀오겠다며 교문 앞에서 돌아섰다.
그러나 그 아이는 끝내 학교에도 집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어 수사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한참 떨어진 마을에서 실종 당일 오후 해 질 녘쯤 소년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있어서
주변탐색이 개시되었고 강가에서 소년의 책가방이 발견되었다.
이상한 점은 책가방 속에 실종 당일이 아니라 다음날 시간표의 책이 들어 있었다는 점과
가방이 놓여져 있던 강변 부근에 떠내려와 있던 유목의 표면에
// = I
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목격 증언도 없었고 수사도 진척되지 않아
소년의 행방은 결국 오리무중인 채 실종처리되고 말았다. 벌써 23년 전의 일이다.

*니시이나기는 가공의 지명인 것 같다. 토쿄도에 이나기(稲城)시가 있어서 이 지역을 모델로 한 것 같긴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건틀릿(The Gauntlet. 1977).
소년들이 집에 모여서 TV로 시청했던 영화가 건틀릿이었다.
거울 앞에 서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얼굴을 찡그려 보기도 했다고 하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보다.


방송작가가 쓴 소설답게 장면 묘사가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어서
삽화 한 장 없이 활자로만 이루어진 소설임에도 TV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처럼
뇌리에 시각적 이미지가 저절로 떠오른다는 점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잊혀진 여름은 약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추리소설 본연의 흥미진진함은 물론이고
친구와 가족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휴머니즘의 진한 감동으로 인하여
꽤 두꺼운 책이란 사실을 잊은 채 막힘 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었다.



사라진 소년이 이전에 살았던 시즈오카(静岡)현 미시마(三島)시에
탐문수사를 갔다가 돌아오며 사 온 현지 특산품으로 꼬꼬찐빵이 등장한다.
꼬꼬찐빵(こっこ. 콧코) - 구운 빵이 아니라 찜기에 찐 빵. 수질 좋기로 유명한 시즈오카의 물을 이용하여 찐다.
こっこオンラインショップ 콧코 온라인숍 홈페이지.


소설 잊혀진 소년의 주요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소마 료스케(相馬亮介) - 토쿄 진다이서 교통과 소속 형사. 융통성이 부족하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다.  
야리미즈 나나오(鑓水七雄) - 흥신소 사장. 방송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대학시절부터 소마의 친구다.
시게토 슈지(繁藤修司) - 흥신소 직원. 몇 년 전 묻지마 살인사건에 휘말렸으나 소마와 야리미즈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쿠라요시 노조미(倉吉望) - 과학경찰연구소 소속 연구원. 소녀 유괴사건을 지원하기 위해 진다이서에 파견된다.
미즈사와 나오(水沢尚) - 23년 전 여름 실종된 소년.
미즈사와 타쿠(水沢拓) - 23년 전 여름 실종된 소년의 남동생.
미즈사와 카나에(水沢香苗) - 23년 전 여름 실종된 소년의 엄마.

실종된 아들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흥신소에 접수되어 야리미즈는 니시이나기시에 있는 의뢰인의 집을 방문한다.
의뢰인 카나에는 젊었을 때 꽤 미인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초로의 여인이었다.
카나에가 아들 나오의 방을 보여주며 실종된 지 23년이 지났다고 하기에
야리미즈는 의뢰인의 정신상태가 이상한 것 아닌가 의문이 들기도 하였으나
보수로 건네진 300만 엔 앞에서 결국 사건을 맡기로 결심하게 된다.
카나에 일가는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요코하마(横浜)시 사쿠라기쵸(桜木町), 시즈오카현 미사미시에 살았다고 하여
야리미즈는 해당 지역에 아는 경찰관이 있으면 도움을 구하고자 친구인 경찰 소마에게 전화를 건다.



손세정제 아이깨끗해로 국내에도 익히 알려져 있는 일본 라이온사의 주방세제 마마레몬.
어린 시절 회상신 중 나오가 길에 버려진 마마레몬 페트병에 수돗물을 담아서 무지개를 만들었다는 묘사가 등장한다.


야리미즈의 전화를 받은 소마는 도내에서 발생한 저명인사의 손녀가 유괴된 사건의 탐문수사로 외근 중이었다.
아직 초등학생인 소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인 도서관 부근 가로수에서 소마는 낯익은 기호를 발견하게 된다.
// = I
23년 전 사라진 소년 나오의 책가방이 발견된 강가의 유목에 새겨져 있던 그 기호였다.  
과연 소녀 유괴사건과 23년 전 소년 실종사건은 연관이 있는 걸까?
대체 나무에 새겨진 슬래시 슬래시 이퀄 버티컬 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한다.



나오가 실종되기 며칠 전 카나에는 두 아들 나오와 타쿠와 함께 백화점에 들렀을 때 먹을 것을 사 줄 테니 골라보라고 했다.
나오가 고른 것은 머스캣(청포도)이 올라간 케이크였다.


소설 잊혀진 소년은 원죄를 테마로 하고 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죄라는 종교적 의미의 원죄(原罪)가 아니라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의미하는 원죄(冤罪)를 말한다.

경찰, 검찰, 사법부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국가기관의 잘못으로 인해서
아무 죄도 없는 인간이 범행을 저지른 죄인으로 둔갑하여 옥살이까지 하게 된다는
이러한 원죄와 관련된 사건은 형사드라마나 탐정드라마와 같은 가상의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세상에서도 종종 뉴스로 접하게 된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 검찰, 사법부 중 단 한 곳에서만이라도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억울함이 밝혀졌다면 원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원죄가 발생했다는 것은 경찰, 검찰, 사법부 세 곳의 공권력이 모두 과오를 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설은 원죄에 의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 그리고 주변인물들에게까지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하는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원죄를 야기한 당사자들의 뉘우침을 찾아볼 수 없는 오만한 태도를 통하여 
그릇된 권력을 바로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하는 메시지를 묵묵히 전하고 있다.

만약 그때 그렇게 했다면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하는 가정하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엎질러진 물을 도로 담을 수 없듯이 지나간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러한 가정은 결국 덧없는 상상으로 끝나버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운 그 시절의 여름. 원죄로 인해 야기된 사건이 없었다면
소년들은 여름방학뿐 아니라 학교생활도 함께하면서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우정을 쌓아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마당에 빨간 칸나가 심어져 있는 카나에의 집에서 소년은 나오, 타쿠 형제와 더 많은 행복을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어날 수도 있었던 단란한 행복은 원죄가 낳은 사건으로 말미암아 현실이 아닌 가정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카나에가 아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독자의 두 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설 잊혀진 소년을 읽고 나니 주요등장인물 소마, 야리미즈, 슈지에게 친근감이 느껴지게 되었다.
오타 아이의 현재까지 출간된 작품 중 나머지 두 소설 
범죄자 크리미널(犯罪者 クリミナル. 2012), 천상의 갈대(天上の葦. 2017)에도 이들이 등장한다.
범죄자 크리미널은 2017년에 범죄자(犯罪者)로 제목을 개정하여 다시 발간되기도 하였는데
소마와 야리미즈가 슈지와 인연을 맺게 되는 묻지마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룬 시리즈 첫 작품이고
최신작 천상의 갈대는 시부야 한복판에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가리키며
절명한 노인은 무엇을 보았는가 하는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고 한다.
잊혀진 소년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에 아직 국내에 발간되지 않은 작품들은 원서로 사서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타 아이 씨가 소마 시리즈의 소설을 계속 써 주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국내에서 번역 출판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김난주 번역가가 이 소설의 번역을 맡았는데 시간이 급박했던 것인지
망원경을 망경원으로 표기했다든가 그밖에도 몇 곳 오타가 있었다는 점은 옥에 티라고 하겠다.





덧글

  • 준짱 2018/03/16 10:18 # 삭제 답글

    소설 속 소재들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리뷰라니 재미있네?^^
  • 오오카미 2018/03/16 11:59 #

    활자만 가득한 페이지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물 사진 쪽이 신선할 것 같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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