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고래가 산다 2018/03/05 22:03 by 오오카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고래가 산다의 첫 공연을 관람했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우뚝 서 있는 교각의 사진이 포스터에 사용되어서 우선 시선을 끌었으나
이 사진이 한남대교의 교각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꽤나 손품을 팔아야 했다.
한강자전거도로를 애용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다리의 교각인지를 즉답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만약 교각이 아니라 상판 위의 교탑이나 다리 전체의 모습이었다면 확답할 수 있었을까 반문해 보았다.
아무래도 교각만 나온 사진보다야 정답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겠지만 
여하튼 수도 없이 한남대교 아래를 지나다녔으면서도 나는 그동안 뭘 보고 다녔던 것일까 하는 회한이 들었다.
다리와 풍경과 같은 사물뿐 아니라 사람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연극 고래가 산다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주변인물들은 그들이 안고 있는 그러한 슬픔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포스터 사진을 보고서 한남대교의 교각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듯이
주변인물들의 관찰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주인공들이 그들의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모르게 꽁꽁 숨겼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주인공들의 주변인물들 역시 그들과 비슷한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기에 타인을 돌아볼 틈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연극 고래가 산다는 극단 유목민 제작, 김수미 작, 손정우 연출, 이경은 안무이고 공연시간은 105분이다.
음악은 Sasko Kostov가 라이브로 연주했다.
연주자의 위치가 하수(무대 왼쪽) 구석의 2층이라서 내 좌석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다양한 악기를 이용하여 고래 울음소리를 내는 등 독특한 음색을 연주하며 극에 생기를 더했다.
이태훈, 장용철, 주수정, 이승기, 박용전, 김동현, 김승환, 박정림, 하지은, 김선용,
김한결, 이승현, 임종원, 김주연, 박새롬, 제예은, 강민영 배우가 출연한다.

한강의 어느 시민공원이 연극의 공간적 배경이다.
오후 7시에 이곳에서 시민들을 위한 야외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작업인부들이 무대를 설치하고 있고 공연기획자는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다.
한편 공원 내에선 거리의 악사가 노래를 부르니 지나가던 시민들이 환호를 하기도 하고
공원의 구석진 곳에서는 노숙자가 잠을 청하고 있기도 하다.
주말의 한강시민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 펼쳐진다.
이윽고 무대 중앙에 여러 인물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연극 고래가 산다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을 위해서 한강시민공원에 온 사람도 있고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아온 사람도 있다.



무명가수 역 박용전 배우와 발레리나 역 김주연 배우.

아직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무명가수.
다리를 다쳐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는 발레리나.
꿈을 이루기란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기획자 역 박새롬 배우와 기혼남 역 김승환 배우.

유부남을 사랑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닫고 결별을 선언한 여자와
지금의 아내와 이혼이라도 하겠으니 내 사랑을 받아달라며 애원하는 기혼남.
진짜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건 왜 이리도 타이밍이 맞지 않는 걸까.



매점녀 역 박정림 배우와 자전거남 역 김한결 배우.

매점녀에게 한강시민공원은 좋든 싫든 삶의 터전이다.
자전거남은 누군가 벗어놓은 구두를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린다.
욕심이 지나쳐 화를 부르는 과유불급보다는 현실에 순응하며 만족할 줄 아는 삶이 행복하지 않을까.



가방끈 긴 인부 역 임종원 배우와 가방끈 짧은 인부 역 이승현 배우.

배운 인부는 사리분별력도 있고 작업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덜 배운 인부는 일에 대한 애정도 직업의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실에는 직업에 분명히 귀천이 있다. 그러나 어느 위치에서 일을 하든 인정을 받고 못 받고는 자기 하기 나름이다.



소녀 역 제예은 배우, 아이엄마 역 주수정 배우, 아이 역 강민영 배우.

15세의 소녀는 7년 전 한강에서 몸을 던졌다. 소녀가 구천을 떠도는 이유는 극 후반부에 밝혀진다.
죽은 장녀가 그리워져서 소녀의 엄마는 어린 딸과 함께 한강을 찾았다.
시간은 기억을 흐리게 만들어서 아픔을 치유해 준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행가 역 하지은 배우와 노숙자 역 장용철 배우.

피아노를 전공했던 여인은 재능이 미치지 못함을 깨닫자 꿈을 접고서 여행가가 되기를 자처했다.
법대교수였던 남자는 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하여 노숙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패자의 현실도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으나 인생은 결국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고 저마다 행복의 기준도 다른 법이다.



구두남 김동현 배우.

삶에 지친 남자는 한참 동안 푸념을 늘어놓은 후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며 고급구두를 벗어놓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가 떠난 후 구두를 차지하려고 노숙자와 자전거남은 싸움을 벌인다.
누군가의 선의가 이처럼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는가 보다.



퇴역군인 역 이태훈 배우와 수질검사원 역 이승기 배우.

퇴역군인은 노인정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공원에서 음악회가 열리니 나오라고 재촉한다.
수질조사원은 언젠가 정규직이 될 거라는 희망을 안고서 꿋꿋이 일하고 있지만 생수를 사서 마신다.
풍족하지는 않을지라도 여유롭게 노년의 삶을 보낼 수 있기를 많은 관객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 많은 현실이지만 꿋꿋하게 오늘을 살아낸다면 언젠가 그 꿈은 이루어질 거라고 응원하고 싶다.  





연극 고래가 산다 커튼콜.
연극 변태로 낯익은 장용철 배우가 출연해서 더욱 반가운 무대였다.

연출의도를 읽어보면 스스로의 삶에 이방인이 되어 버린 현대인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기 위해서 한강을 찾지만
한강에서 고래가 살 수 없듯이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한강에 갇힌 고래처럼 피폐해져 간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한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한강이 힐링이 되는 공간임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기온이 오르며 나날이 나들이하기 좋아지는 계절이다.
한강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느끼고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삶의 무게를 잠시 잊어보라.
한강이 고래가 살고 싶어할 정도로 포근하고 희망찬 공간임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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