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여도 2018/01/22 20:45 by 오오카미




지난주 한전아트센터에서 연극 여도를 관람했다.
공연장으로 향하기 전 친구 준짱과 만나서 봉피양 양재점에서 한우양곰탕을 먹었다.



올해 초연인 창작극 여도는 공현주 배우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고
보이그룹의 멤버들이 캐스팅되기도 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명품추리사극이라는 홍보문구를 사용하고 있으나
공연을 관람한 후의 느낌으로는 추리라는 단어는 빼는 게 나을 것 같다.
숙부 세조가 조카 단종을 죽였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단종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에게는 미스터리일 수도 있겠으나
관객들에게는 추리적 요소가 있는 사건으로 다가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리적 요소의 유무를 떠나서 연극 자체는 흥미진진했다.
사극 자체가 갖고 있는 옛날이야기의 구수함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어우러졌고
역사적 사실에 적절한 허구를 가미하여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 무대였다.



연극 여도의 캐스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성 역에 송승현(FT아일랜드), 힘찬(B.A.P), 신민수.
세조 역에 박정학, 김정균.
정희왕후 역에 강효성, 전국향.
단종 역에 병헌, 이민혁(블락비 비범), 이선.



혜빈정씨 역에 공현주, 김사희, 이혜수.
신숙주 역에 김준, 안홍진.
성삼문 역에 김원식, 백승헌, 임석주.
노호신 역에 양창완.
교하노씨 역에 윤예주, 차윤지.
재인 역 이달형, 박용.

송승현, 힘찬, 이민혁뿐 아니라 틴탑 탈퇴 전 엘조로 활동했던 병헌
그리고 아이라는 가수명으로 활동하는 차윤지까지
가수 출신의 젊은 배우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이성 역에 송승현, 세조 역에 김정균, 단종 역에 이민혁,
정희왕후 역에 강효성, 혜빈정씨 역에 공현주, 교하노씨 역에 윤예주,
재인 역에 이달형, 신숙주 역에 김준, 성삼문 역에 김원식, 노호신 역에 양창완,
앙상블에 신동혁, 윤민구, 김혁종, 박태현, 김두헌, 박현준, 김만중, 홍대경,
강지연, 이혜수, 손미리, 지희, 신희정, 이기리, 원규리, 전하엘, 허유진 배우였다.

LED 전광판의 출연배우 정보와 실제 공연의 캐스팅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재인 역 박용 배우가 이달형 배우로 변경이 되었는데 이날 공연의 전광판뿐 아니라
예매사이트의 일정표에도 아직까지 반영이 되어 있지 않다.



연극 여도는 김도현 작,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2시간 20분이고
배경음악은 국악 연주자들이 무대 뒤에서 라이브로 연주한다.
세도의 서자 이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현재(1467~1468년)와
이성의 친부 단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그려지는 과거(1450~1457년)를 오가며 극이 전개된다.

연극의 막이 오르면 1467년이다.
주인공 이성이 열 살이 되어 창원군에 봉해지는 봉군식이 열리는 경사스러운 날이다.
이성은 신숙주의 소개로 노호신의 여식을 소개받고 식장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세조를 비롯하여 세조의 정실 정희왕후,
세조의 측실이자 이성의 모친인 혜빈정씨 등 왕실과 고관대작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그러나 식은 도중에 중단되고 만다.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세조가 자리를 피한 후 이성은 화살에 매여 있던 쪽지를 펼쳐서 읽어본다.
홍위의 죽음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세조에게 왕위를 양도했던 전 임금 단종의 이름이 홍위였다.
이성은 단종의 죽음에 관하여 조사하기 시작한다.

1450년 세종의 첫째아들 문종이 왕위에 오르자 장남 홍위가 왕세자에 책봉된다.
1452년 문종이 죽자 홍위가 12세의 나이로 조선 6대 임금 단종으로 즉위한다.
1453년 세종의 둘째아들 수양대군(首陽大君)이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켜
단종의 후견인이었던 김종서 등을 제거하고 영의정에 올라 국정의 실권을 잡는다.
1455년 단종은 수양대군 세력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왕위를 숙부에게 넘기고 물러난다.
1456년 단종 복위를 꾀하던 사육신 등의 세력이 발각되어 처형된다.
1457년 단종은 영월에 유배되고 17세의 나이로 10월에 생을 마감한다.



연극 여도와 관련되는 인물들을 역사적으로 잠깐 살펴보겠다.

단종(端宗. 1441-1457) - 이름은 홍위(弘暐). 조선 6대 임금.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다.
세조(世祖. 1417-1468) - 세종의 둘째아들 수양대군. 형의 아들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조선 7대 임금이 된다.
정희왕후(貞熹王后. 1418-1483) - 세조의 정실. 야심 많은 여장부. 예종의 엄마이자 성종의 할머니로 7년간 수렴청정했다.
근빈박씨(謹嬪朴氏) - 세조의 후궁으로 음악과 춤에 능했다.
이성(李晟. 1457-1484) - 세조의 후궁 근빈박씨의 차남 창원군(昌原君). 어려서부터 궁중예법을 무시하고 여종을 죽이는 등
행패를 부린 망나니다. 시호는 여도(戾悼). 지난 허물을 뉘우치지 않는 것을 려(戾)라 하고, 일찍이 죽은 것을 도(悼)라 한다.
신숙주(申叔舟. 1417-1475) - 한글창제에 기여한 집현전 학사. 수양대군 편에 서서 영의정에까지 오른다.
성삼문(成三問. 1418-1456) - 한글창제에 기여한 집현전 학사. 단종 편에 서서 참형을 당하는 사육신의 한사람이다.

드라마의 경우도 그렇지만 연극으로 접하는 사극 역시 아무래도 역사적 사실이 기반이 되다 보니
관람을 전후하여 실존인물들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된다.
이렇듯 자연스레 역사공부를 하게 되는 것도 사극을 보는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연극 여도에는 실존인물 외에도 혜빈정씨와 재인이라는 가공인물이 등장한다.
혜빈정씨는 이성의 모친으로 설정이 되어 있으므로 역사적으로는 근빈박씨에 해당하겠으나
이 연극에서는 이성이 세조의 아들이 아니라 실제로는 단종의 아들인 것으로 가상하여 설정했기 때문에
실존인물인 근빈박씨 대신에 가공인물인 혜빈정씨를 내세우고 있다.
궁녀 출신인 정씨는 미모와 춤 실력이 뛰어나서 수양대군의 눈에 들었고 그의 측실이 된다.
그러나 정씨는 궁녀 시절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님이 있었으니 바로 단종이다.
단종을 연모하던 혜빈정씨는 그가 영월로 유배를 떠나기 전날밤 이별을 아쉬워하며 사랑을 나누었다.
이후 혜빈정씨는 단종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세조의 처소에 든다.

만약 혜빈정씨가 연인의 복수를 갈망하는 여인으로 설정되었다면
오늘날의 막장드라마처럼 복수의 피바람이 부는 짜릿한 전개를 상상해볼 수도 있겠으나
연극에서 그녀는 아이의 친부를 숨긴 채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순종적인 여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재인은 광대의 다른 말로 궁중의 음악과 춤을 담당하는 장악원(掌樂院) 관리 출신의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그는 저잣거리를 헤매던 어린 고아 혜빈정씨를 궁중에서 무수리로 일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녀가 성장한 후에는 춤을 지도해준 은인이니 혜빈정씨에겐 아버지 같은 존재라 하겠다.



남성 앙상블들.





여성 앙상블들.



광대 역 윤민구, 강지연 배우.

이성은 세조가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권을 찬탈한 사건을 고발하기 위하여 연회를 열고 광대들을 부른다.
광대들이 선보인 공연은 백제 7대 임금 사반왕과 8대 임금 고이왕의 이야기였다.
이들 역시 조카와 숙부의 관계였다.



성삼문 역 김원식 배우와 신숙주 역 김준 배우.

역사적으로 성삼문과 신숙주는 한 살 차이이다.
나이는 신숙주가 한 살 더 많았지만 문과 급제는 성삼문이 일 년 더 빨랐다.
세종대왕을 도와서 집현전에서 한글창제에 공헌한 동료인 데다가
나이도 비슷하고 중앙관직에 진출한 시기도 비슷하니 친구처럼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성삼문은 단종 복위를 주도하다가 발각되어 참형을 당하였고
신숙주는 세조를 도와서 최고관직에까지 오르게 되니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한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단종 복위를 도모했던 거사가 성공했다면 두 사람의 운명도 뒤바뀌었을 것이다.

콩에서 싹이 나면 콩나물이라고 하지만 녹두에서 싹이 나면 숙주나물이라고 부른다.
녹두나물이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모시는 왕을 바꾼 신숙주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변절자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신숙주이지만 그의 재능과 기량이 탁월했던 것만큼은 분명하리라.

성삼문은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와 함께 사육신(死六臣)으로 불리며 충신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육신 사건 때 연루되어 자결하거나 처형된 사람의 수는 70여 명에 달하기 때문에
비단 이들 여섯 명만을 단종 복위와 관련하여 목숨을 잃은 충신으로 한정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하겠다.
사육신을 기리는 사육신묘는 노량진에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김원식 배우와 김준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목숨으로 절개를 꿋꿋이 지키겠다는 성삼문과 국익에 보다 도움이 되는 길을 택했을 뿐이라는 신숙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은 상반되는 두 인물이지만 각각의 지조와 신념을 지닌 캐릭터로서 맛깔나게 꾸며졌다.



노호신 역 양창완 배우와 교하노씨 역 윤예주 배우.

교하노씨는 봉군식에서 이성을 처음 만났고 그의 첫인상에 호감을 느꼈다.
혼례식날 실성한 듯 상복을 입고 나타난 이성이었음에도 그의 아내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이성이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에 내려가자 만삭의 몸을 이끌고서 지아비를 좇는 순애보적인 여인이다.

윤예주 배우는 순종적인 듯하면서도 톡톡 튀는 발랄함이 있는 깜찍한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렸다.



재인 역 이달형 배우.

재인은 이성이 친부를 찾아나서는 여정에 계기를 마련해주는 인물이다.
또한 혜빈정씨를 궁궐에 들이고 춤을 가르친 스승이므로 이들 모자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 하겠다.

이달형 배우는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진실을 알고 있는 광대를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단종 역 이민혁 배우와 혜빈정씨 역 공현주 배우.

이번 공연이 연극 데뷔작이라서 긴장한 탓일까
이민혁 배우는 첫 등장에서부터 대사를 더듬어서 불안하게 출발하였으나 뒤로 갈수록 나아졌다.
장악원 인근의 산속에서 춤을 추는 선녀 같은 혜빈정씨를 보고서 단종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다.
단종은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재인을 물리고 혼자서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몸이 안 좋으니 잠시 혼자 있고 싶다면서 거짓말을 하는데 한 문장의 대사에서 세 번이나 말을 더듬었다.
여인을 보고서 가슴이 설레는 장면이므로 일부러 말을 더듬은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 보기엔 다소 어색했다.
단종은 사약을 받아서 죽었다는 것이 정설이나 목을 졸려 죽었다거나 자결했다는 설도 있다.
연극에서는 정설을 따라 사사되는 걸로 나오는데 사약을 받기 전 단종의 대사에 울림이 있었다.
이성이 영월을 찾았을 때 단종의 무덤가의 소나무들이 고개를 숙이는 연출도 좋았다.

공현주 배우는 기대했던 대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극 여도가 그녀의 연극 데뷔작이라고 하지만 연기경력이 오래된 만큼 무대에서도 빛이 났다.
한복의 고운 선을 잘 살리며 추는 춤은 단아했고 감정을 담아내는 표현력도 돋보였다.
그녀는 사극뿐 아니라 현대적 감각의 로맨틱코미디 연극에도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한다.



정희왕후 역 강효성 배우와 세조 역 김정균 배우.

강효성 배우는 뮤지컬 하드락 카페 이후로 보았으니 십여 년 만이었다.
그녀는 강인하고 표독한 중전마마 역을 카리스마 넘치게 연기했다.
혜빈정씨도 표독한 스타일이었다면 두 여자의 맞대결이 긴장감 넘치게 펼쳐졌겠지만
후궁이 너무 고분고분해서 애당초 싸움이 성립되지 않았다.

김정균 배우 또한 개성 넘치는 카리스마로 극의 중심추 역할을 다했다.
2009년에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이후로 그를 만나본 무대였으니 역시 오랜만이었다.
대학생 주인공들의 청춘을 그린 드라마 내일은 사랑(1992)은 이병헌 배우의 출세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김정균 배우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데뷔 때부터 개성 있는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였다.
연극 여도에서 그는 호랑이 같은 단호한 면모도 보여주지만 조카를 죽인 죄책감에 어깨를 떨구는 모습도 보여준다.
한국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의 일드 리메이크작 미안하다, 사랑한다(ごめん、愛してる. 2017)에서
킬러로 출연했다고 하니 시청해볼 생각이다.



이성 역 송승현 배우.

송승현 배우는 이 공연이 연극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보이그룹은 잘 모르기 때문에 후기를 작성하면서 자료를 조사하는 중에 그가 가수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공연을 관람하는 중에는 연극 무대에 익숙한 배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
배역 소화력이 우수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는 발성도 좋았고 감정표현력도 풍부했다.

역사상 알려져 있는 실존인물에 허구적 상상력을 가하여 변화를 주는 예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선균 배우가 예종을 연기했던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예로 들자면
역사상 예종은 19세에 왕위에 올랐고 20세에 죽었으나
영화 속의 예종은 나이만 보더라도 이미 허구가 가미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역사상 이성은 무뢰한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연극 여도에서는 단종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려면 자유로운 행동이 보장되어야 했기에
궁궐 밖으로 쫓겨나기 위해서 이성이 일부러 미치광이 흉내를 낸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혜빈정씨를 닦달하는 정희왕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성이 아내 교하노씨의 칠거지악을 하나씩 열거한 후
이에 빚대어 정희왕후의 칠거지악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통쾌하게 반박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무대의 우측 구석에는 소리를 담당하는 배우가 가끔씩 등장하여
이어지는 장면과 연관된 정황을 요약하여 설명하거나 이야기를 보충하여 들려줌으로써
극의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한편 국악적인 색채를 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연극 여도는 단종과 세조 두 명의 왕을 아비로 둔 비운의 왕자 이성의 이야기이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허구라고 해야 하겠지만
고려 우왕의 경우도 공민왕의 아들이 아니라 재상 신돈의 아들이라는 설이 있듯이
역사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더욱 재미있고 다채로운 이야기 보따리가 풀리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연극 여도는 사극의 재미, 우리 역사의 재미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 매죽헌(梅竹軒) 성삼문의 시조 -





연극 여도 커튼콜.





1월 마지막 일요일 오후에 관람한 연극 여도 커튼콜.
이날 공연의 주요 출연진은
신민수, 이선, 김정균, 강효성, 김사희, 안홍진, 양창완, 김원식, 윤예주, 박용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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