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관람했다.
맷 데이먼(Matt Damon) 주연의 이 영화의 예고편을 봤을 때에는 코미디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개그는 온데간데없고 인류의 종말을 전제로 하는 철학영화였다.
맷이 연기하는 주인공 폴 사프라넥은 더 넓은 집을 원하는 아내를 위하여
부부가 함께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다운사이징이란 인구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개발된 기술로
인간의 몸을 약 100분의 1 사이즈로 축소시키는 기술이다.
몸이 줄어드는 만큼 먹는 것과 쓰는 것의 비용도 줄어들게 되니
다운사이징 전에 갖고 있는 재산의 가치가 다운사이징 후에는 약 100배로 커지게 된다.
그러나 다운사이징 시술을 마치고 깨어난 폴의 곁에는 아내가 없었다.
폴이 시술을 받는 동안 겁을 먹고서는 도망을 간 것이다.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은 후에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폴은 아내의 배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폴이 으리으리한 대저택을 버리고 층간소음이 있는 아파트로 이주한 이유가
영화 속에서는 설명되고 있지 않지만
홀로 지내는 것보다는 여럿과 어울리는 삶을 좋아하는 인물이라서 그런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싶다.
매일 저녁 파티를 열어서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위층에 사는 이웃
두샨 역으로는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가 출연한다.
폴은 두샨과의 화해의 의미로 노란 장미꽃을 들고서 그의 집을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그의 인생에 변곡점을 찍는 인물과 만나게 된다.

홍 차우(Hong Chau)라는 여배우가 히로인 녹 란 트란 역으로 캐스팅되었는데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홍 차우는 베트남이 월맹에 의하여 공산화되었을 때 탈출한 보트 피플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태국의 난민촌에 머물다가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그녀가 연기하는 녹 란은 베트남의 독재정권에 의하여 강제로 다운사이징된 후
감옥에 갇혀 있다가 미국으로 탈출한 인권운동가로 그려지고 있는데
문제는 그녀에게 호의를 베푼 폴을 하인 부리듯이 취급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폴은 그런 그녀에게 빠져드는 걸로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이 자진하여 머슴이 되고 싶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또한 영화는 이기주의와 희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사람들은 당장 물질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윤택해진 삶을 누리게 되지만
그들의 윤택한 삶은 정상인들의 희생이 수반된 위에 성립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정상인들이 타는 버스에 함께 승차한 다운사이징인들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상인이 내는 요금보다 적게 지불하고서도 정상인이 타는 버스의 한쪽 공간에 마련된
다운사이징인용 일등석에 탑승하여 혜택을 누리는 그들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개그영화인 척 포장한 철학영화
다운사이징의 개인적 평점은
★★★★★★★☆☆☆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