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지금도 가슴설렌다 2018/01/15 13:09 by 오오카미




1월 초순에 선돌극장에서 연극 지금도 가슴설렌다를 관람했다.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를 제작했던 극단 이루의 작품이다.
이혜빈 작, 손기호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10분이다.



무대 위에 따로 문과 벽 등의 구조물은 설치되어 있지 않으나
배우들이 문을 여닫는 동작 등을 통하여 구역이 나뉘어져 있음을 객석에 인식시킨다.
연극의 공간적 배경은 부산에 사는 여고생 달리의 할아버지네 아파트이고
시간적 배경은 설날 하루 전날이다.



달리의 친구 미라 역으로 출연할 뿐 아니라
해설자 역할과 노래를 담당하는 이랑 배우의 등장으로 연극은 막을 올린다.
이 연극은 음악극의 성격도 띠고 있다.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는 노래가 서너 곡 정도 삽입되어 있는데
최미루, 정자연, 홍예진 세 명의 뮤지션이 작사와 작곡을 한 노래들이라고 한다.



2013년 초연 때의 포스터.

음악을 담당한 뮤지션들은 삼무곡자연예술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리 배우가 초연 때 주인공의 친구 역을 맡았다.



좌로부터 달리의 둘째 작은아빠 영현 역 하지웅, 
달리의 할아버지 태윤 역 나종민, 달리의 할머니 순자 역 장하란, 달리 역 이세영,
달리의 엄마 은희 역 최정화, 달리의 아빠 영서 역 조주현,
달리의 셋째 작은엄마 리사 역 김하리, 옆집 할아버지 역 구자승 배우.


부산 시내의 어느 아파트.
여고 2학년생 달리네 가족이 설을 쇠기 위하여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다.
달리의 아빠 영서는 할아버지의 네 아들 중 첫째다.
이혼한 둘째는 혼자 내려왔고 바쁜 셋째는 아내를 혼자 내려보냈고 막내는 아픈 아내를 간병하느라 못 왔다.
할아버지 댁에 모인 가족들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에
할머니가 이 집을 내놓았다는 것이 알려져서 어수선해진 것을 시작으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건으로 가족들 간에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설상가상으로 달리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 설날을 하루 앞두고 집안이 요란법석 요동을 친다.


작년에 관람했던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처럼 이 연극도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인물에겐 저마다의 고민이 있다.
할아버지는 반신불수이고 젊었을 때 가족을 등한시했던 탓에 자진해서 모시려는 자식이 없다.
할머니는 말수가 적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아 오해를 사는 성격이다.
할머니가 집을 내놓았다는 것도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가족들이 알게 된 것이다.
달리의 아빠는 사업이 부진함에도 골프를 치러 다니고 있고
달리의 엄마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의부증 증세가 있고
달리는 짝사랑하는 오빠가 있고 학교성적은 바닥을 맴돌고 있다.
둘째 작은아빠는 이혼을 했고 다시 짝을 찾으려고 연애를 하는 중이고
셋째 작은엄마는 동남아에서 시집 온 외국인 여성인데 아픈 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 중 저마다의 아픔과 걱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연극 지금도 가슴설렌다는 등장인물들처럼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이었고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고 있는 가족극이었다.

작품 속에는 한 권의 책이 등장한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자전적 소설 인간실격(人間失格)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오오바 요조(大庭葉蔵)는 더럽고 추악한 인간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스스로를 인간실격이라 결론지어 버리고 삶을 포기해 버리는 나약한 인간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동반자살 미수로 스무 살도 안 된 여성이 생을 마감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고
인간실격을 탈고한 후 또다시 동반자살을 시도하여 결국 미망인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
이 소설은 사생활이 지저분했던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만큼 내용도 매우 우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극에서 소설 인간실격은 달리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상징적 오브제로 사용된다.
달리 본인은 자신이 잘 웃는 소녀인 줄 알고 있었으나 친구 미라로부터 정반대의 대답을 듣고 만다.
반면 미라는 쾌활한 성격이라서 대체 우울이란 게 어떤 감정인지 알고 싶어서 인간실격을 손에 드는 소녀다.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달리의 엄마 은희와 둘째 작은아빠 영현이 할아버지의 거취를 놓고 언쟁하는 장면이다.
어머니가 집을 내놓은 걸 알게 된 후 아들들이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셔야겠다고 말을 꺼내자
첫째 며느리인 은희는 늬들이 그러고도 자식이냐며 역정을 낸다.
말싸움이 시작되자 그 동안 가슴에 담아두고 있던 서로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나오기 시작하여
영현은 내가 이혼하게 된 게 모두 형수의 오지랖 때문이라며 고함을 치고
은희는 시부모님 재산을 삼촌 명의로 이전해 놓은 걸 누가 모를 줄 아냐며 되받아친다.

많은 가족극이 그러하듯이 이 연극 또한 이러한 가족들 간의 갈등이 후반부에서는 화합을 이루며 마무리된다.
공부 안 한다고 딸을 구박하던 엄마 은희와 엄마는 내 맘을 몰라준다며 투정하던 딸 달리가 화해하는 장면에서
은희는 달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의 첫사랑은 네 아빠이지만 진짜 첫사랑은 너라고. 지금도 너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고.



달리의 엄마 은희 역의 최정화 배우의 열연이 단연 돋보였다.
그녀는 말 많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의 모습을 연기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사투리 연기도 구수했고 얄밉게 보였다가도 사랑스럽게 보이는 등 팔색조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었다.





연극 지금도 가슴설렌다 커튼콜.

옆집 할아버지는 맏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갖고 있던 오해를 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고
극의 시작과 끝에 혼자서 무대에 등장함으로써 수미상관식 구성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달리네 가족을 제3자적 시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더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커튼콜 때에는 이랑 배우가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부르며 극의 여운을 더해 준다.
유지태, 이영애 배우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2001)의 주제가이기도 한 이 노래는
우울한 기분을 더 울적하게 만드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따스한 곡이기도 하다.



무대 벽면에 영상을 투사하여 시각적 효과를 더하는 기법은 최근 자주 접할 수 있다.
달리의 할아버지네 집이 있었던 동네의 영상이 비추어지며 연극은 막을 내리는데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이 배경인 걸로 보아 감천문화마을 사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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