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2018/01/07 18:46 by 오오카미




12월의 마지막날에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를 관람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의 원작은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Manuel Puig. 1932-1990)이 1976년에 발간한 동명소설(El beso de la mujer araña)이다.
마누엘은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20대 때에는 이탈리아에 유학하여 영화감독을 목표로 공부한 적도 있다.
영화 쪽 꿈을 접고서 소설가로 전향한 마누엘이 쓴 첫 번째 소설은
리타 헤이워스(헤이워드)의 배신(Betrayed by Rita Hayworth. La traición de Rita Hayworth. 1968)이다.
194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여배우 리타 헤이워스(Rita Hayworth. 1918-1987)의 이름을 제목에 사용했고
영화 오타쿠인 토토라는 소년이 등장한다는 점 등에서 작가의 영화를 향한 사랑 또는 미련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도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1985년에 윌리엄 허트(William Hurt. 1950-)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1992년에는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로 초연되었다.
뮤지컬은 1993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도 상연되어 토니상 7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극으로서의 초연은 1983년 런던에서였고 마누엘이 직접 희곡으로 각색했다. 국내 초연은 2006년이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악어컴퍼니에서 제작했고 문삼화 연출가가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공연시간은 2시간 5분이고 남자배우 두 명이 출연하는 2인극이다.
각 배역에 배우들이 네 명씩 멀티캐스팅되어 있는데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몰리나 역에 이이림, 발렌틴 역에 박정복 배우였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어느 형무소의 2인실 감방이 연극의 공간적 배경이고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잡혀온 30대의 잡범 루이스 알베르토 몰리나(Luis Alberto Molina)와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하다가 투옥된 20대의 정치범 발렌틴 아레귀 파스(Valentin Arregui Paz)가 작품의 주인공이다.

몰리나는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동성애자라서 행동거지도 여성스럽고 수다스럽다.
따분한 수감생활을 견디다 못한 몰리나는 자신이 본 영화 이야기를 발렌틴에게 들려준다.
스스로를 세상을 바꿀 혁명가라고 여기고 있는 발렌틴은 몰리나 따위에겐 관심도 없었지만
감방 안의 미칠 듯한 적막감보다는 영화 이야기라도 듣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는지 귀를 기울인다.

몰리나가 들려준 영화 속의 여주인공은 이리나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성이다.
건축가인 남자는 동물원의 표범 우리 앞에서 표범을 그리고 있는 이리나를 보고서는 반해 버렸고 말을 걸었다.
여러 번의 만남을 거쳐서 남자와 이리나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이리나가 남자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키스였다.
이리나는 남자에게 그녀가 트랜실베니아 출신이고 그녀가 살던 마을에는 표범여인의 전설이 전해져 온다고 고백한다.
표범여인은 평상시엔 여인의 모습이지만 남자에게 키스를 당하면 표범으로 변해 버린다는 전설이다.
이리나는 자신이 표범여인일 것 같다고 두려워했고 남자는 그런 아내에게 정신과 의사를 소개해 주었다.

연극에서는 표범여인의 전설까지만 언급이 되었고
남자에게 키스를 당하면 표범으로 변한다는 전설의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혹시 배우가 중간에 대사를 빼 먹은 건가 싶어서 다른 후기들을 찾아서 읽어 보았으나
표범여인 전설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걸 보니 대사에 원래 없었는가 보다.
몰리나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의 결말에서 여인이 표범으로 변했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전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탓에 결말에 도달하기 전까진
어째서 여주인공 이리나가 표범여인 전설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원작소설에서는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여섯 편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표범여인 이야기가 그 중 첫 번째였고 연극에서는 이 이야기만 등장한다.
이 이야기의 토대가 된 영화는 자크 투르뇌(Jacques Tourneur. 1904-1977) 감독의 캣 피플(Cat People. 1942)이다.



연극은 몰리나와 발렌틴의 수감생활과 몰리나가 들려주는 표범여인 영화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서 몰리나를 대하는 발렌틴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난다.
처음엔 영화 이야기에 대해서 시니컬한 태도를 보이던 발렌틴이었으나
나중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달라며 몰리나에게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

발렌틴이 몰리나에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은 무척 극적으로 그려진다.
형무소장은 상부로부터 발렌틴에게서 반정부운동을 벌이는 조직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소장은 발렌틴과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몰리나를 매수하여
발렌틴으로부터 정보를 빼내오면 가석방을 시켜주겠다는 미끼를 던져 놓았다.
이런 사정이 있어서 발렌틴의 환심을 사려고 친절하게 접근한 몰리나였으나
심한 고문에 의해 상처를 입고 쇠약해졌음에도 끝까지 함구하는 그를 바라보며 심적 동요를 일으키게 된다.
발렌틴이 복통을 호소하자 몰리나는 의무실에 갈 것을 권하지만
발렌틴은 저들에게 굴복할 수 없다며 거절하고는 결국 침대 위에서 볼일을 보고 마는데 
몰리나는 싫은 기색도 내지 않고 자처하여 용변의 뒤처리를 하고는 발렌틴의 몸을 닦아주기까지 한다.
타지생활할 때 가장 서러운 것이 몸이 아플 때라는 것은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으로 인하여 발렌틴이 몰리나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이 연극에서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고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
점차 가까워진 발렌틴과 몰리나는 결국 침대 위에서 하나가 되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품고 있는 사상이나 자라온 생활환경 등이 전혀 다른 두 주인공이
한 공간 안에서 생활하면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신뢰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몰리나를 전적으로 믿게 된 발렌틴은 동지들에게 전해달라며 메시지를 부탁하고
가석방된 몰리나는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발렌틴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접선장소로 향한다.
사회주의 사상에 물들었던 발렌틴도 몰리나에게 감화를 받아서 투쟁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으며 눈을 감는다.

영화 이야기 속의 표범여인이 남자를 파멸시키는 존재였던 것에 반하여
발렌틴의 마지막 꿈 속에 등장하는 거미여인은 무인도에 표류한 남자를 구해주는 생명의 은인일 뿐 아니라
그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그가 원하는 대로 바다 너머로 돌려보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발렌틴에게 있어서 몰리나는 아낌없이 주는 거미여인이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커튼콜.

몰리나를 연기한 이이림 배우는 애정하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에서 만나본 적이 있어서 더욱 친근감이 느껴졌다.
몰리나가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므로 아무래도 발렌틴보다는 몰리나 쪽이 더 비중이 있는 편인데
이이림 배우는 안정되고 차분하게 극을 견인했다.

몰리나가 감방 밖으로 나가서 형무소장과 면담을 하는 장면에서는 배우의 모습 없이 목소리만으로 진행되는데
소장 역의 목소리는 서현우 배우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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