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발렌타인 데이 2018/01/04 16:56 by 오오카미




12월의 마지막 주말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발렌타인 데이를 관람했다.
이 연극의 원작은 러시아 극작가 이반 븨릐파예프(Ivan Vyrypaev. 1974-)의 동명희곡 Valentine’s Day(2001)이다.
이반은 앞세대의 러시아 극작가 미하일 로신(Mikhail Roshchin. 1933-2010)이 쓴 
발렌틴과 발렌티나(Valentin and Valentina. 1971)라는 희곡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1985년에 영화로도 제작된 발렌틴과 발렌티나(Валентин и Валентина. Valentin i Valentina)는
18세의 젊은 연인 발렌틴과 발렌티나가 어머니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국엔 둘의 사랑을 허락받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연극 발렌타인 데이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그리고 있어서 내용면에선 오히려 상반된다 할 수 있겠다.



영화 발렌틴과 발렌티나의 한 장면. 발렌티나를 연기한 마리나 주디나(Marina Zudina. 1965-)의 미모가 눈부시다.  



공연장에 가면 공연을 관람하러 온 배우들의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날 공연장 로비에서는 연극 고곤의 선물, 단테의 신곡,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무대에서 만나보았던 정동환 배우의 모습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연극 발렌타인 데이는 김종원 연출가가 번역, 연출을 맡았고 공연시간은 2시간이다.
발렌티나 역에 정재은, 발렌틴 역에 이명행, 까쟈 역에 이봉련, 코러스 역에 최아령 배우가 출연한다.
그리고 무대디자인은 알렉산드르 쉬시킨(Aleksandr Shishkin)이 맡았다.
이 연극은 무대미술에 관하여 도저히 언급을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무대를 보여주었기에 알렉산드르 쉬시킨이라는 무대미술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연극은 60세의 생일을 맞이한 발렌티나의 집에서 시작된다.
발렌티나의 옆방에는 수십 년을 알고 지낸 이웃사촌 까쨔가 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까쨔가 커다란 생일케이크를 만들어서 발렌티나의 방을 찾아왔다.

발렌티나와 까쨔는 얼핏 보면 돈독한 친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이 두 여자는 발렌틴이라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사이인 것이다. 즉 연적이었다.
발렌티나가 살고 있는 이 집의 주인은 원래 까쨔였다.
그러나 남편 발렌틴이 죽은 후 알코올중독에 빠진 까쨔는 발렌티나에게 집과 물건들을 하나씩 팔기 시작했고
이십 년이 지난 지금은 소유주가 발렌티나로 바뀐 이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발렌티나의 60번째 생일인 이날도 까쨔는 발렌티나에게 자신의 물건을 사 달라며 애걸했다.
발렌틴이 남긴 총구가 두 개인 엽총이다.
그러나 발렌티나는 더 이상 너의 물건을 사 주지 않겠다며 거절한다.



연극은 발렌티나와 까쨔의 현재를 보여주는 부분과
삼각관계로 얽힌 세 남녀의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과
발렌티나의 꿈속 이야기를 보여주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세 부분이 번갈아가면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과거 회상 부분은 동갑내기 발렌티나와 발렌틴이 처음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18세 때,
발렌티나와 발렌틴이 발렌티나 모친의 반대와 까쨔의 개입으로 헤어지게 되는 20세 때,
발렌티나와 발렌틴이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불륜에 빠져들게 되는 35세 때,
발렌틴이 발렌티나의 생일에 자살하는 40세 때가 그려진다.

18세의 회상 장면은 하수(무대 왼쪽)에서 진행되는데
발렌티나와 발렌틴의 머리 위로 하얀 눈을 연상케 하는 하얀 종이가루가 끊임없이 뿌려진다.
코러스를 맡은 배우가 3층에 올라가 두 배우의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종이가루를 뿌린다.
몇 분 동안이나 계속 흩날리는 종이눈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으나
20세의 회상 장면에선 종이눈을 압도하는 종이낙엽이 등장하여 신선함을 넘어선 강렬한 충격을 선사했다.

돈을 벌러 시베리아로 떠난 발렌틴에게 모스크바의 발렌티나로부터 다른 남자와 만난다는 편지가 전해진다.
연인의 배신이 믿기지 않은 발렌틴은 발렌티나의 집까지 찾아오지만
발렌티나의 모친으로부터 발렌티나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하기로 정해졌다는 대답을 듣는다.
실의와 분노에 빠진 발렌틴을 위로하러 찾아온 여자가 있었으니 이웃에 사는 까쨔였다.
발렌틴은 발렌티나에게 복수한다는 생각으로 까쨔와 결혼을 해 버린다.
이 장면은 상수(무대 오른쪽)에서 펼쳐지는데
발렌틴과 까쨔의 머리 위로 갈색 낙엽을 연상시키는 구겨진 커다란 갈색 종이들이 무수하게 떨어진다.
앞서 언급한 종이눈과 마찬가지로 이 장면 내내 무대 위로 종이낙엽이 흩뿌려지는데
조금 과장하면 무대 절반을 덮을 만한 규모의 양이어서 그 엄청난 물량공세에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대체 저 많은 종이조각들을 어떻게 치울 생각일까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얼마 후에 또 한 번의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무대 중앙부가 좌우로 갈라지면서 무대 위에 놓여져 있던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이고
무대 전체를 덮고 있던 거대한 양탄자를 통째로 빨아들인다.
양탄자 위에 쌓였던 종이눈과 종이낙엽도 대부분 함께 빨려서 무대 밑으로 내려갔지만
워낙 엄청난 양이 뿌려졌던 만큼 양탄자가 사라진 후에도 많은 양이 무대 하수와 상수에 여전히 남기는 했다.

연극 발렌타인 데이는 무대디자인면에서 가히 충격적이라 해도 좋을 작품이었다.
알렉산드르 쉬시킨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연극이었다.
발렌티나의 꿈 장면에서 공중에서 내려온 두 개의 그네에 발렌티나와 까쨔가 올라탄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발렌틴 역 이명행 배우와 발렌티나 역 정재은 배우.

정재은 배우는 서현철 배우의 아내이니 연극배우 커플이다.
믿고 보는 코믹연기의 대가 서현철 배우의 반려자라고 하여 더욱 주목하며 보았는데
감정선을 잘 살리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TV 연예프로 싱글와이프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기에 방송도 시청해볼 생각이다.



까쨔 역 이봉련 배우.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는 발렌티나의 편지는 실은 발렌티나가 보낸 게 아니었다.
발렌틴을 짝사랑하고 있던 까쨔가 둘의 관계를 이간질하기 위해서 꾸민 계략이었고
발렌티나 모친의 거짓말이 더해져서 발렌틴은 발렌티나를 포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까쨔가 발렌틴과 부부로 지낸 기간이 이십 년이었고
발렌티나가 까쨔의 집을 사들인 후 까쨔의 집주인으로 지낸 기간도 이십 년이다.
발렌티나가 어째서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간 연적을 곁에 둔 것인지 그 심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자신의 사랑을 빼앗겼던 햇수와 같은 기간만큼 곁에 두었던 것에는
네가 그를 소유했던 시간만큼 나도 너를 소유하겠어라든가
그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기는 하다.

러시아 연극 하면 고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고리끼 등
대문호들의 작품들이 국내에도 연극과 뮤지컬로 많이 소개되었고 현재도 상연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대의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무대에서 만나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도 발렌타인 데이는 신선한 러시아산 연극이었다.





연극 발렌타인 데이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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