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치치코프 2017/12/06 10:43 by 오오카미




12월의 첫 번째 일요일 오후에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연극 치치코프를 관람했다.



연극 치치코프의 원작은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 1809-1852)의
소설 죽은 혼(Мёртвые души. 1842)이다.
극단 호호바다 제작, 조하영 재구성 및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85분이다.



주인공 치치코프는 가난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사기꾼이다.
치치코프는 러시아 농노제의 폐단을 악용하여 큰돈을 마련하려는 계략을 꾸민다.
당시 러시아 정부에서는 지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노(農奴)의 호적을 약 10년에 한 번 정리했다.
이렇게 정부의 감시와 관리가 게으르고 허술하다 보니
실제로는 죽은 농노임에도 정부의 장부상에는 살아있는 것으로 처리되어 지주에게 인두세가 과세되었다.
치치코프는 이 점에 착안하여 지주들을 찾아다니며 죽은 농노의 호적을 헐값에 사들인다.
죽은 농노들의 호적을 담보로 맡기고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대출받은 후 외국으로 도피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지방의 N도시에 도착한 치치코프는 세련된 의상을 갖춰 입고
잘생긴 외모와 유창한 언변을 무기로 그곳 사교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시장, 검사, 경찰서장 등 고위 관료들에게 호감을 얻은
치치코프는 그들로부터 대지주를 소개받고 지주들을 찾아다닌다.
지식이 없고 일상이 따분한 마닐로프,
욕정에 넘치고 어리석은 여지주 코로보치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탐욕스러운 소바케비치,
내기를 좋아하고 호전적인 노즈드료프.
치치코프가 방문하는 이들 지주들을 통하여 작가는 타락하고 퇴폐한 러시아 귀족사회를 꼬집는다.
치치코프는 세 명의 지주로부터 죽은 농노를 사들이는 데 성공하지만
내기와 도박을 좋아하는 노즈드료프에게는 실패하게 되고
결국에는 주인공만큼이나 간사한 노즈드료프에 의하여 사교장에서 치치코프의 계략이 까발려진다.

고골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시조라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작가의 마지막 작품인 죽은 혼에서 러시아 사회의 부패상이 고스란히 고발된다.
제목 죽은 혼은 죽은 농노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살아있음에도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연극에서는 지주들이 하얀 옷을 입고 나오고 죽은 농노들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죽은 불쌍한 농노들이나 살아있는 타락한 지주들이나 진배없는 셈이다.

또한 작가는 군중심리의 부정적인 측면도 지적하고 있다.
치치코프가 사교계에서 화제에 오르자 사람들은 그를 백만장자라느니 대지주라느니 하면서 떠받든다.
후에 노즈드료프가 치치코프의 실체를 폭로하자
군중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틀리지 않다는 걸 항변이라도 하려는 듯 집단으로 노즈드료프를 몰아세운다.
집단이 진실을 외면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관극 전에는 정극을 예상하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연극 치치코프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이다.
첫장면은 하얀 옷을 입은 배우들이 무대를 기어다니거나 괴로움에 몸을 비트는 몸짓이었다.
구천을 떠도는 죽은 농노들의 혼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을 때의 몸짓 또한 서로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마주앉는다든가
상대방의 이마에 딱밤을 놓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일부러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계속되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초반부에서 치치코프가 사교장에서 시장 등 거물들을 찾아뵙는 대목이다.
치치코프 역을 제외한 다섯 명의 배우가
머리만 나올 수 있게끔 구멍을 다섯 개 뚫어놓은 커다란 천을 함께 둘러쓰고 나와서는
가운데에 위치한 배우가 제일 높은 발판에 오르고 그 양옆의 배우는 다음으로 높은 발판에 오르고
맨끝의 배우는 가장 낮은 발판에 올라서 마치 산이 우뚝 솟은 것 같은 모양을 만든 채 치치코프를 맞이했다.
힘 있는 자들의 권위를 나타내는 듯도 보였지만 하나의 몸통에 머리만 다섯 개가 달린 괴물처럼도 보여서
부패한 권력자들을 조롱하는 연출의 의도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소녀 역 서담희 배우.
서담희 배우는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연극을 선택한 계기도 그녀가 출연해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치치코프는 사교장에서 시장의 딸 소녀에게 반하고 만다.
치치코프의 시선을 눈치챈 귀부인들이 쑥덕대며 질투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간파한 노즈드료프는 치치코프를 깎아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치치코프 역 류용수, 마닐로프 역 이경민, 코로보치카 역 황순미,
소바케비치 역 임영준, 노즈드료프 역 박하경, 소녀 역 서담희 배우가 열연했다.





연극 치치코프 커튼콜.

죽은 농노들의 혼이 쓸쓸히 N도시를 뒤로하는 치치코프의 뒤를 따라가는 것으로 연극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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