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레미제라블 자베르 2017/12/04 13:17 by 오오카미




화창했던 12월의 첫 토요일에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 자베르를 관람했다.
새천년홀은 600주년 기념관 건물의 지하 2층에 위치하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자베르의 원작은 빅터 위고(Victor Hugo. 1802-1885.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이다.
독특한 점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원작의 주인공 장발장이 아니라
악역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자베르 경감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이 공연의 캐스팅은
자베르 역 유다미(서세권), 장발장 역 우원호, 코젯 & 판틴 역 서찬양,
마리우스 역 이한울, 떼나르디에 역 김도형, 김형석,
생플리스 역 정세원, 앙졸라 역 최승언, 주교 역 김한우,
남자 앙상블 역 권용기, 김형인, 김정혁,
여자 앙상블 역 정민재, 원예향, 허다혜, 황희선, 이성숙 배우이다.
연출 오재익, 대본 강보람, 음악감독 허수현이고 공연시간은 100분이다.



성균관대 새천년홀은 첫방문이었다. 좌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층 객석의 중앙에 패션쇼의 런웨이처럼 확장무대를 설치해 놓은 것이 우선 눈에 띄었다.
수직으로 뻗은 이 확장무대는 1층과 2층 경계선에서 수평으로 연결이 되어 T자 모양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새천년홀에서 열렸던 다른 공연들을 살펴보니 T자형의 확장무대는 보이지 않았다.
즉 이번 공연을 위해서 1층 중앙부의 객석을 뜯어내고 특별히 설치한 무대임을 알 수 있었다.
확장무대 수평부분의 좌측은 객석 출입구에 연결되어 있어서 배우의 출입통로로도 활용되었고
공연 중에도 T자형 확장무대를 배우들이 동선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극에 역동적인 효과를 더하였다.



레미제라블은 2012년에 휴 잭맨, 앤 해서웨이 주연의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고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거론되는 작품이기고 하고
원작소설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명작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자베르는 선은 무엇인가 악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넘버로 막을 올린다.
1832년 6월 3일 떼나르디에가 파리의 뒷골목에서 돈 많은 노인의 금품을 훔치려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자베르는 이 미수범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모습을 감춘 피해자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주어
파리의 천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정체불명의 백만장자임을 알게 된다. 파리의 천사의 인상착의를 들은
자베르는 8년 전 경찰들의 추적에 쫓기다가 바다에 빠져 실종된 탈옥범의 이름을 떠올린다. 
장발장.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거듭되는 탈옥 시도로 형량이 19년형으로 늘어났던 탈옥범.
성당에서 은접시를 훔친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신부가 도난 사실을 부인하여 풀려났던 절도범.
마들렌이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신분을 속이고 구슬공장으로 막대한 부를 이루어 시장까지 되었던 사기범.
파리의 천사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을 조건으로 떼나르디에를 풀어준
자베르는 흉악한 악당 장발장을 체포하여 이번에야말로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파리 시내에는 왕정에 반대하는 공화주의자들이 6월 봉기(파리봉기)를 주모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장발장의 양녀 코젯의 연인 마리우스도 있었다.



주교 역 김한우 배우와 생플리스 역 정세원 배우.

미리엘 신부는 장발장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준 은인이다.
장발장은 먹을 것을 내어준 미리엘 신부의 성당에서 은접시를 훔쳐서 달아났으나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자 신부가 준 것이라고 둘러댔고 확인차 성당에 다시 끌려온다.
미리엘 신부는 장발장에게 은접시와 은촛대를 선물로 주었는데 접시만 갖고 갔다면서 촛대까지 내어주었고
파렴치한 죄를 저지른 자신을 넓은 아량으로 감싸준 신부에게 감화를 받아
장발장은 남은 인생을 타인을 위해서 살기로 결심하게 된다.
미리엘 주교와의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생플리스는 병든 판틴을 거두어준 수녀다.
판틴은 미혼모라는 이유로 장발장의 구슬공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후
딸 코젯의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몸을 파는 창녀가 된 가련한 여인이다.
판틴의 부당해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장발장은 속죄의 마음으로 코젯을 양녀로 받아들인다.



마리우스 역 이한울 배우와 코젯 및 판틴 역 서찬양 배우.

아름답게 성장한 코젯은 귀족 출신이지만 시민혁명에 가담한 청년 마리우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1832년 6월 5일과 6일에 걸쳐서 발발한 6월 봉기에서
시민군의 선두에 섰던 마리우스는 진압군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장발장은 딸의 연인을 살리기 위해서 마리우스를 둘러업고 하수구로 탈출을 감행한다.

2012년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넘버를 그대로 사용했다.
판틴 하면 영화에서 이 역을 연기했던 앤 해서웨이가 불렀던 I DREAMED A DREAM이 먼저 떠오른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자베르는 원작소설을 토대로 하되 장발장보다 자베르를 앞에 내세운 창작뮤지컬이다.
따라서 작품 속에 사용되는 넘버들도 모두 창작곡이다.
작년과 올해에 레미제라블 두 남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상연됐던 뮤지컬의 연출과 음악감독이 이 공연과 동일하다.
두 남자 이야기를 관람하지 않았기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시 공연에서도 돌출무대를 사용했다고 하니
부제가 두 남자 이야기에서 자베르로 바뀌기는 했지만 작품에 사용되는 넘버도 거의 같지 않을까 싶다.



떼나르디에 역 김형석 배우.

떼나르디에는 여관주인이었다.
판틴은 일을 해야 했기에 딸 코젯을 이 악덕 여관주인에게 맡겼고 매달 양육비를 송금했다.
여관이 망한 후 파리에 온 떼나르디에는 돈 많은 장발장을 습격하려다가 도리어 자베르에게 잡히게 된다.



자베르 역 유다미 배우.

유다미 배우의 예전 이름은 서세권이다. 6년 전 극단 후암의 햄릿에서 레어티즈 역으로 만나봤었다.
이 공연은 의도적으로 자베르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므로 자베르의 출연 분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원작의 주인공이 장발장이다 보니 실제 비중은 장발장과 자베르가 비슷비슷했다.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신념이었던 자베르로서는 탈옥범 장발장을 붙잡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자베르는 장발장을 체포하여 선행을 베푸는 척 위선을 떠는 범죄자의 가면을 벗겨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자베르가 장발장을 뒤쫓다가 시민군에게 붙잡혀서 죽음의 위기에 처해졌을 때
장발장의 개입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자 자베르의 신념체계는 완전히 무너진다.
그의 신념대로라면 악인은 악행만을 일삼아야 하고
설령 선행을 베푸는 척하더라도 그것은 무언가 악한 목적을 위해서여야만 했다.
하지만 장발장은 이익이 되기는커녕 손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자베르를 살려주었다.
결국 자베르는 장발장을 뒤쫓는 것을 단념하고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선택을 한다.
레미제라블은 가엾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장발장을 괴롭혔던 자베르 역시 불쌍한 사람이었다.



흥부전을 흥부가 아니라 놀부의 시점에서 재구성한다거나
아마데우스를 모짜르트가 아니라 살리에리의 시점에서 재구성하는 것처럼
뮤지컬 레미제라블 자베르는 잘 알려진 고전명작소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시도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넘버는 전반적으로 무난했지만 멜로디가 기억에 남을 만큼 특별한 수준의 곡은 없었던 것 같다.



T자형의 돌출무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관객들과 더욱 밀착하고 싶다는 제작진의 열성이 느껴졌다.
이러한 돌출무대가 다른 공연에서도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은 역시 멋진 일이므로.





뮤지컬 레미제라블 자베르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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