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아내의 서랍 2017/11/28 14:17 by 오오카미




대학로 명작극장(구 아츠플레이씨어터)에서 연극 아내의 서랍을 관람했다.



극단 고향 제작, 김태수 작, 신유청 연출의
연극 아내의 서랍은 40년 넘게 함께 살아온 60대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2인극이다.
남편과 아내 역은 더블캐스팅인데 월요일과 화요일은 박민관, 신혜옥 배우가 부부로 출연하고
나머지 요일은 주호성 배우와 김순이 배우가 부부로 출연한다. 공연시간은 110분이다.

가수 겸 배우 장나라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연극배우 주호성의 출연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연극이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 젊은 팀의 캐스팅으로 보았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좋아서 흡족하게 관극할 수 있었다.



연극은 채만식이 낡은 비디오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한 후 누군가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찍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얼마 전 문학공모전 시 분야에 당선되어 60대의 나이에 시집을 출간하고 시인으로 등단한 것을 먼저 자랑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시를 쓰게 된 이유와 관련이 되는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한다.

만식은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다. 충분한 연금이 나오므로 노후생활에 별다른 걱정은 없다.
만식의 아내 유영실은 고분고분한 여자다. 
시대의 추이에 역행하는 만식의 가부장적 태도에도 가끔 말대답을 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순종하며 살아왔다.
영실은 최근 들어 건망증이 심해져서 걱정이다.
며칠 전엔 다림질하고 있던 걸 깜빡해서 만식이 아끼는 양복바지를 못 쓰게 만들었고
미안해하는 영실에게 만식의 구박과 잔소리는 어김없이 날아들었다.
다른 남편들은 은퇴한 후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산다던데 만식의 권위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하루는 전날 과음으로 정오가 다 되어서야 만식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집에 있어야 할 영실이 보이지를 않았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커다란 곰솥을 가득 채운 곰국이 끓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도 영실이 돌아오지 않자 잔소리 좀 했다고 삐쳐서 딸네 집에라도 가 있는 건가 하고 만식은 생각했다.
다음날 저녁이 되어도 영실에게서 연락이 없자 만식은 결국 자존심을 접고서 딸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연극 아내의 서랍은 예상했던 대로 가슴 짠해지는 작품이었다.
아내의 실종 후 남편은 아내가 가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해 보지만
딸네 집과 처제네 집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아내가 자주 연락하고 지내던 친구는 있었는지 생각해 보다가 남편은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아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 동안 아내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던가를.
결국 남편은 실종된 아내의 단서를 찾기 위해서 아내의 서랍을 열어 보는데
그 안에는 싸구려 장식품과 테이프로 밀봉된 상자가 하나 들어 있었다.
테이프를 뜯고서 상자를 열어 보니 그 안에는 무심했던 남편에게
아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추억의 조각들이 고이 담겨져 있었다.

만식 역 박민관 배우는 거의 풀타임으로 무대 위를 지켰다.
혼자 있을 때에는 영상편지를 받아볼 상대를 향하여 독백을 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회상 장면에서는 영실과 딸 역으로 1인 2역을 하는 신혜옥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방대한 양의 대사를 소화하며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60대의 노인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신혜옥 배우의 연기 또한 좋았다. 영실 역일 때에는 남편에게 쥐여사는 캐릭터이지만
딸 역일 때에는 거침없이 할 말 다 하는 드센 성격의 캐릭터여서 인물간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

대학로에는 젊은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 연극처럼 나이 지긋한 부부가 함께 보기에 좋은 연극도 있다.
연극 아내의 서랍은 늘 곁에 있는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훈훈한 작품이었다.





연극 아내의 서랍 커튼콜.



공연 후엔 포토타임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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