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빈의자 2017/11/25 23:04 by 오오카미




선돌극장에서 연극 빈의자를 관람했다.
극단 이와삼 제작, 공동창작이고 극단 대표 장우재가 연출했다.
공연시간은 80분이고 조연희, 이은주, 김동규, 황설하, 라소영, 김희선, 성우창 배우가 출연한다.



관객 입장동선부터가 특이했다.
일반적으로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인 분장실
즉 무대 뒤를 일부러 거쳐서 객석으로 입장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공연 전 무대 위에는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를 요약해 놓은 글이 비춰진다.
신자유주의는 원래 경제용어다.
신자유주의는 국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를 비판하며 등장했고
국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유성을 강화하자는 이론이다.



막이 오르자 여섯 명의 배우가 무대에 뛰어나와 의자를 하나씩 들고는 무대 왼편으로 퇴장한다.
무대 위에는 투명한 의자 하나만이 남게 되었다.
무대 오른편에서 다시 나타난 배우들은 또다시 달리기로 무대 왼편으로 사라진다.
배우들은 이런 동작을 반복하며 수 분간 무대 위를 계속 뛰어다닌다.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가빠지니 거친 숨을 내쉬고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배우들의 러닝이 끝나자 남자배우 한 명이 마이크 앞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속도위반 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식장과 산후조리원을 동시에 알아보게 되었다.
비용 마련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돈을 자유롭게 벌 수 있어야 했기에 극단 활동을 잠깐 쉬기로 했다.
그런데 예식장이든 산후조리원이든 좋은 곳은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싼 곳을 예약했다. 대부분의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때마침 극단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국립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참가할 수 있겠냐고.
국립이니까 페이도 괜찮을 거고 예전에 올렸던 공연이라서 연습도 수월할 거라고 했다.
돈을 자유롭게 벌기 위해 극단을 쉬기로 했는데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 자유를 구속당하고 다시 극단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게 모두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 연극에서는 연극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정부지원금을 얻어내려고 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 연극인의 비애라든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예로 들어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적 또는 사회적 병폐가 모두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우선 연극의 초반부에 언급되는 예식장 및 산후조리원 관련하여 지적하고 싶다.
최근 자각 있는 젊은이들은 허례허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달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에 산책 갔을 때 아마도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신부로 보이는 커플이
LOVE라고 쓰인 풍선을 들고서 삼각대 이용하여 셀카를 찍는 풍경을 본 적이 있다.
예비부부라고 추측한 이유는 남자는 턱시도를 여자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사자 두 사람 이외에 이들을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남들 시선이 의식될 법도 할 텐데 그런 것 아랑곳없이 즐겁게 사진 찍는 커플을 보면서 대견하단 생각이 들었다.
남들 눈을 의식해서 비싼 예식장과 산후조리원 예약한 본인을 탓할 것이지
그것이 신자유주의 때문이라는 변명부터가 심기를 거슬렸다.

열악한 연극제작환경이라든가 비정규직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이들 문제의 모든 원인을 신자유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연극이 시장의 자유를 완전히 부정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국가가 경제든 예술이든 모든 것을 장악하고 통제하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였다면
체제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런 연극 자체가 무대에 오를 수도 없었을 테니까.

문제점을 제기하는 자가 반드시 해답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꼭 그가 아니더라도 그로 인해 문제점을 인식한 다수가 머리를 짜내어 좋은 답안을 도출할 수도 있으니까.  
연극 빈의자는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초반부에서 배우가 고급 예식장과 산후조리원을 선택한 것까지도
체제의 탓으로 돌린 것은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겠다고 몇 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들과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뭣하러 저렇게까지 해서 구매하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창 롱패딩 열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 때문이 아니라 유행에 편승하는 특정한 개개인 때문이라는 거다.





연극 빈의자 커튼콜.

이 연극을 선택한 이유는 이은주 배우 때문이었다.
연극 논쟁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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