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를 관람했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는
괴기소설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 1843)의 소설가로도 유명하고
영어교과서에 실렸던 영시 애너벨 리(Annabel Lee. 1849)의 시인으로도 유명한 작가다.
또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추리소설의 창시자로서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최초의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1841)의 저자가
바로 에드거 앨런 포이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포 역에 김수용, 그리스월드 역에 최수형,
엘마이라 역에 최우리, 버지니아 역에 김사라, 엘리자베스 역에 허진아,
사장 역에 임춘길, 미스터 로이스터 역에 김장섭, 머디 역에 채시현, 의사 역에 황만익, 레이놀즈 역에 조원식,
앙상블에 박수진, 김종준, 임지영, 임지은, 이슬기, 김응주,
이준호, 김준희, 양찬주, 양예원, 전성혜, 최민우, 김현기 배우였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공연시간은 1부 75분, 인터미션 20분, 2부 65분이다.
쇼미디어그룹 제작, 노우성 연출, 노우진 각색, 김성수 편곡, 서병구 안무이고
에릭 울프슨(Eric Woolfson)이 원작의 작곡을 담당했다.
에릭 울프슨은 남성 듀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The Alan Parsons Project. 1976-1987) 출신이다.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등의 앨범을 작업한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s)의 엔지니어였던
알란 파슨스는 에드거 앨런 포를 소재로 음악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에릭의 권유를 받고서 두 사람이 프로젝트를 결성하여
1976년에 첫 번째 앨범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 - Edgar Allan Poe를 발표한다.
이후 프로젝트가 해체되는 1987년까지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는 10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프로그램북에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란 이름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Eye in the Sky(1982)의 후렴구 멜로디가 떠올랐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으니 명곡은 불후하고 불멸한다 하겠다.
에릭 울프슨은 80년대 중반부터 뮤지컬 작곡에 뛰어들었다.
주로 독일에서 작업했는데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가 독일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고
당시 독일에서는 뮤지컬 지원사업이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소재로 꿈속의 여행을 통해 자아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뮤지컬 프로이디아나(Freudiana. 1990)를 시작으로 가우디(Gaudi. 1995), 갬블러(Gambler. 1996)의 음악을 담당했고
2003년에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쇼케이스를 열었다.
에릭 울프슨은 국내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Dancing Shadows. 2007)의 작곡을 맡기도 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2009년 8월 독일 할레 오페라 하우스(Halle Opera House)에서 초연되었고
이 공연은 2011년 3월까지 계속되었다. 에릭 울프슨이 2009년 12월에 타계했기에 그의 유작이 되었다.
국내 초연은 2016년이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넘버는 다음과 같다.
1부
달님의 시간 - 엘리자베스, 포
매의 날개 - 포, 앙상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 포, 앙상블
첫 대면 - 그리스월드, 포
널 심판해 - 포, 그리스월드
눈이 멀었죠 - 포, 엘마이라, 그리스월드
함정과 진자 - 포
갈가마귀 - 포
내 눈 앞의 천재 - 그리스월드, 앙상블
함정과 진자 - 그리스월드
모두 다 안녕 - 포, 버지니아, 앙상블
종 - 버지니아, 그리스월드, 앙상블
2부
다른 꿈 - 버지니아
달님의 시간 - 포, 버지니아
관객석 그 어딘가 - 포
나를 믿어 - 그리스월드
종 - 그리스월드, 앙상블
나를 믿어 - 그리스월드, 앙상블
꿈 속의 꿈 - 엘마이라
태양이 나를 비춰주길 - 포, 엘마이라
매의 날개 - 포, 앙상블
널 심판해 - 그리스월드
달님의 시간 - 엘리자베스
관객석 그 어딘가 - 엘마이라, 버지니아
영원 - 포

1부
포의 어머니 엘리자베스가 죽은 아들을 마중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달님의 시간)
이어서 현실에서는 불행했지만 천국에선 평안하길 바란다며 그리스월드가 포를 추도한다.
포는 그의 원고를 싣기 위해 잡지사 사장과 면담 중이다.
자신의 글이 실리면 잡지가 아주 많이 팔릴 거라며
자신만만해하는 포는 남과는 다른 그만의 특별한 개성을 어필한다. (매의 날개)
사장의 요구에 맞추어 매력 넘치는 단편소설 원고를 완성한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사장의 환심을 산 포는 필라델피아 문학계를 좌지우지하는 작가 겸 평론가이자 목사인
그리스월드의 대표작 미국의 시와 시인들을 평론하는 글을 싣겠다고 선언한다. (첫대면)
포가 그리스월드의 스테디셀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잡지에 싣자 그리스월드는 분개한다. (널 심판해)
그리스월드는 부하 레이놀즈에게 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한다.
포는 그의 첫사랑인 약혼녀 엘마이라와 사랑을 속삭인다. (눈이 멀었어)
성직자라는 신분을 악용하여 포의 예비장인 로이스터를 찾아가 포를 폄훼한
그리스월드의 공작에 의하여 포와 엘마이라는 파혼을 맞이한다. (함정과 진자)
실연의 상처를 술로 달래던 포는 의식을 잃었고 그의 이모네 집으로 옮겨진다.
포에게 술은 독약이라고 신신당부한 후 의사는 돌아갔고 병약한 사촌여동생 버지니아가 포를 극진히 간호한다.
뒤로는 악행을 계속하여 포의 잡지사 일까지 뺏어버린 그리스월드이지만
겉으로는 웃는 얼굴로 포를 찾아가 자신의 신작발표회에 초대한다.
그리스월드의 신작발표회에서 포는 그의 신작 시 까마귀를 발표하여 참가손님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갈가마귀)
그리스월드는 그의 신작발표회를 이용하여 포가 재기에 성공하자 포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내 눈 앞의 천재)
포에게 맛본 패배감과 굴욕감에 복수를 다짐한다. (함정과 진자)
포는 버지니아에게 프러포즈한다. 병약한 버지니아는 처음엔 거절하지만 결국 청혼을 받아들인다. (모두 다 안녕)
그리스월드는 결혼축하선물로 포에게 술을 보낸다. 결혼을 축하하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흥에 겨운 포는 술을 입에 댔고 병약한 버지니아는 축하연 도중에 쓰러진다. (종)
2부
결혼 후 포는 순수문학만을 다루는 잡지 스타일러스를 창간했지만 5년 만에 결국 폐간하고 만다.
병세가 깊어져가는 버지니아는 포가 곁에 있어 주기만을 꿈꾸지만 포의 마음은 글 쓰는 일에 가 있었다. (다른 꿈)
결국 버지니아는 결혼한 지 5년 만에 눈을 감는다. (달님의 시간)
버지니아를 잃은 슬픔에 포는 괴로워하고 창작활동의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관객석 그 어딘가)
그리스월드는 포가 과거에 발표했던 작품들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속셈으로 그에게 접근한다.
그리스월드는 갈가마귀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나 때문이라며
포의 후원자가 되기를 자처하고서는 술을 끊고 글을 써서 재기하라며 그를 복돋운다. (나를 믿어) (종)
포의 후견인이 된 그리스월드는 몇 개월 후 본색을 드러낸다.
그리스월드는 기자들을 불러놓고는 후견인으로서 수 개월간 지켜본 결과
포가 이상성애자이고 약물중독자임을 알게 되었다고 거짓을 늘어놓는다.
그리스월드는 타락한 포가 쓴 글들은 악마의 작품이니 말살되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나를 믿어)
포와의 파혼 후 영국으로 떠났던 엘마이라가 귀국하여 그리스월드를 찾아간다.
엘마이라는 그리스월드에게 당신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포의 작품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단언한다.
엘마이라에겐 포의 미발표작 꿈속의 꿈 원고가 남아 있었다. (꿈속의 꿈)
엘마이라는 버지니아의 죽음 이후 창작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포를 찾아가 그와 재회한다.
옛사랑 엘마이라의 격려와 독려로 포는 다시 글을 쓰겠다며 재기를 다짐한다. (태양이 나를 비춰주길)
몸을 회복한 포는 그리스월드를 찾아가 그가 보관하고 있는 자신의 원고들을 돌려달라고 요청한다. (매의 날개)
포의 재기를 영원히 막기 위해서 그리스월드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여 포에게 보낸다. (널 심판해)
피를 흘리며 쓰러진 포의 곁에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가 나타난다. (달님의 시간)
포를 사랑했던 두 명의 여인 엘마이라와 버지니아가 포를 노래한다. (관객석 그 어딘가)
영원한 안식을 맞이한 포가 노래한다. (영원)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의외로 초반부에 있었다.
포가 잡지사 사장 앞에서 매의 날개를 부를 때
대다수의 앙상블은 그의 뒤쪽에서 배경이 되어 군무를 하지만
포와 동등한 라인상에서 화려한 독무를 추는 여성 앙상블이 있었는데 무척 매력적이었다.
독무를 추는 여인은 포의 분신이었다.
그녀는 사장 곁에서 매혹적인 춤을 추며 사장을 매료시킨다.
포의 문장력이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앙상블들의 눈화장이 진해서 포의 작품에 등장하는 까마귀를 연상시키기에
정확히 어떤 배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180도 이상 찢어지는 하이킥을 구사하며 추는
현란하고도 섹시한 댄스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뿐 아니라 이 작품에 수록된 넘버 중에서도 개인적으론 매의 날개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래서 초반부의 매의 날개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밖에도 관객석 그 어딘가, 종, 영원 등 귀에 감기는 넘버가 가득하여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수많은 명곡을 작곡하고 감미로운 보컬도 맡았던
에릭 울프슨의 향기가 감도는 공연이었다.

포와 그리스월드의 관계는 피터 쉐퍼 원작의 아마데우스의 두 주인공 모짜르트와 살리에르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스월드는 가상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글을 쓰면서 조사해 보니 살리에르처럼 실존인물이었다.
루퍼스 윌모트 그리스월드(Rufus Wilmot Griswold. 1815-1857).
얼마 전 관극했던 주홍글씨에서 악역을 맡았던 최수형 배우가
이 뮤지컬에서도 악역을 맡고 있어서 틈틈이 두 작품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포 역의 김수용 배우는 발음이 좀 더 정확해지면 전달력도 향상될 거라 생각한다.
비운의 천재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을 재조명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를 관람하며
오랜만에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회상해볼 수 있었고
또한 오랜만에 검은 고양이의 작가 포에 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커튼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MD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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