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리스크 2017/11/14 13:10 by 오오카미




11월의 첫 번째 주말에 정동에 위치한 세실극장에서 연극 리스크의 막공(마지막 공연)을 관람했다.



극단 사슬이 제작한 연극 리스크는 2016년에 국내 초연되었다.
이 연극은 이태리에서 유행했던 즉흥극 성격이 강하고 가벼운 희극을 가리키는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 풍의 희곡을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여 많이 쓴 걸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극작가 에두아르도 데 필리포(Eduardo De Filippo)의 원작 희곡에다가
서커스 단원들의 우스꽝스럽고 산만한 공연을 접목시킨 코믹한 부조리극이다.
극단의 대표 이수정 연출가가 연출과 각색을 맡았다.

아내에게 총을 쏘는 성격 급한 남자 아루투로 역에 양희준,
아루투로의 집을 방문하는 고교 동창생 미케레 역에 서정후,
매력 넘치지만 늘 뭔가에 욕구불만인 아내 도르테야 역에 윤서하,
마술사 역에 정경훈, 서커스단원 역에 김로완, 한서연 배우였다.
공연시간은 85분이다.



배우 고수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핸섬한 마술사의 등장으로 무대는 막을 올린다.
"레이디 앤 젠틀맨 웰컴 투 서커스." 
그는 서커스 공연장에 찾아온 관객들을 환영한 후 간단한 마술을 시연한다.
그러고 나서 이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리스크(risk)에 관하여 설명을 덧붙인다.
리스크란 보통 위험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정확하게는 불확실한 선택이라고.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득이 될 수도 손실이 될 수도 있는 게 인생이고
이제부터 우리 서커스 단원들이 한 편의 이야기를 펼쳐놓을 텐데
화려한 쇼에 속지 말고 드라마에 집중하라며 너스레를 떤다.



마술사의 쇼타임 선언과 함께 귀에 익은 행진곡이 경쾌하게 울려퍼지고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여 덤블링도 하고 저글링도 하면서 요란을 떤다.
서커스 단원들의 과장되고 요란스러운 연기는 삼류 유랑극단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기계체조 등을 전공하지 않은 배우에게 고난이도의 아크로바틱(곡예)을 주문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하여 고급스러운 묘기와 마술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상대로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닐 뿐
무엇을 보여주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든 서커스단원들의 몸짓은 유치하게까지 여겨졌다.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하는 의도였다는 건 알겠으나 전달력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나저나 서커스단원들이 처음 등장할 때 사용된 배경음악은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1957)의 주제가로 잘 알려져 있는
보기 대령 행진곡(Colonel Bogey March)이었다.
이 노래는 영국 군악대의 작곡가 케네스 조제프 알포드(Kenneth Joseph Alford)가 1914년에 작곡했다.
그의 골프 친구 중에 언제나 보기를 치는 이가 있어서 그 친구의 별명이 보기 대령이었다고 한다.
케네스는 친구의 별명을 행진곡의 제목으로 삼았다.
즉 보기 대령 행진곡의 보기는 인명이 아니라 골프용어의 그 보기다.
보기 대령 행진곡은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주제가로 사용되며 전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던 영국 작곡가 말콤 아놀드(Malcolm Arnold)는 아카데미상 작곡상을 수상했다.
말콤은 이 영화에서 보기 대령 행진곡을 편곡한 콰이강 행진곡(The River Kwai March)도 함께 사용했다.



서커스단원들의 퇴장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냇 킹 콜 (Nat King Cole)이 부르는 감미로운 팝송 When I Fall in Love가 흐르는 가운데
여주인공 도르테야가 무대에 등장하여 열심히 집안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청소에 싫증이 났는지 그녀는 기타를 손에 들더니
프랭키 밸리(Frankie Valli)가 부른 역시 감미로운 팝송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른다.
어려운 가사는 허밍으로 대체하고 쉬운 가사가 있는 부분만 골라서 노래한다.

초인종이 울려서 도르테야가 나가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미케레는 아루투로의 고등학교 친구이고 얼마 전에 나폴리로 전근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며칠 전 거리에서 우연히 아루투로를 만났는데 집주소를 알려주며 초대했다고 덧붙였다.
도르테야가 미케레의 행색을 보니 커다란 여행가방도 들고 있었다. 며칠 묵을 심산으로 왔나 보다.
그녀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차갑다고 느낀 미케레는 도르테야를 향해
미인이시네요라고 칭찬하자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도르테야는 미케레에게 남편이 나에게 총을 쐈다고 말한 후
천사가 나를 보호하는지 다시 살아났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했다.
미케레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놀라서 묻자
도르테야는 결혼하고 2년 동안 매일이요라고 대답했다.

잠시 후 남편 아루투로가 귀가했다.
도르테야가 남편을 맞이하는 태도는 쌀쌀맞기 그지없었다.
아루투로가 도르테야에게 커피 두 잔을 주문하자
내가 당신 하녀인 줄 아냐며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카페에 가라고 반박하는
아내의 태도에 화가 난 아루투로는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하며 분을 삭였으나
계속되는 도르테야의 무시와 불손함에 결국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들어 그녀에게 겨누었다.
도르테야가 쏠 테면 쏴 보라고 도발하자 아루투로는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도르테야는 바닥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았다.
미케레는 친구의 행동에 경악을 금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가을에 듣기 좋은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감미롭게 흐르는 가운데
무등을 태워 키를 키운 서커스단원 두 명이 검은 천을 두르고 무대에 등장하더니 도르테야를 되살려낸다.
깨어난 도르테야는 또 기적이 일어났다며 좋아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죽기 전과는 딴판으로 남편에게 고분고분 순종하는 착한 아내가 되어 있었다.




연극 리스크 커튼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앞서 언급했던 보기 대령 행진곡 때처럼
음악이 흐르고 서커스단원들이 난입하여 우스꽝스러운 그러나 그다지 와닿지 않는 몸짓 개그를 선보인다.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버전으로 걸쭉한 느낌이 살아있는 When You're Smiling 등
여러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여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선 여주인공 도르테야가 기타를 치며 도입부에선 대충 불렀던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모든 가사를 노래하며 완벽하게 열창한다.
즉 그녀는 제대로 할 수 있으면서도 일부러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연극을 보면서 브루스 윌리스, 메릴 스트립, 골디 혼이 열연했던
코미디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Death Becomes Her. 1992)가 떠올랐다.
죽기 전엔 남편에게 불손하지만 되살아난 후엔 남편에게 공손해지는 여자 도르테야.
어쩌면 그녀는 이런 상황을 일부러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루투로가 쏜 총알은 실탄이 아니라 공포탄이었다.
신혼 첫날밤 부부싸움하다가 그가 홧김에 총을 꺼내들고 쏘았는데
놀라서 기절했다가 깨어난 도르테야가 고분고분해졌기에
이후로 이러한 연극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하기에 부부간의 일은 당사자들밖에 모른다고 하는가 보다.

아루투로 역 양희준 배우는 일본배우 오이카와 미츠히로(及川光博) 분위기가 났다.
그가 공중에 주먹을 휘두르며 씩씩대는 오버액션은 객석에 웃음을 전달했다.
연극 리스크는 연극에 서커스적 요소를 도입시킨 실험극적인 성격의 작품이었으나
서커스 부문이 좀 더 고급스러웠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러 과장된 액션을 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배우들의 열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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