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찬란히 빛나는 2017/11/13 19:42 by 오오카미




11월의 첫 주말 서초동에 위치한 씨어터송에서 연극 찬란히 빛나는을 관람했다.



연극 찬란히 빛나는은 미국 여성작가 신디 루 존슨(Cindy Lou Johnson)이
1989년에 쓴 희곡 Brilliant Traces가 원작이다.
올해 1월에 국내 초연을 했고 원래는 연극의 제목을
원작의 영어발음 그대로 브릴리언트 트레이시스라고 하려고 했으나
바로 와닿지 않는 뉘앙스이기에 한글 제목으로 바뀌었다.

극단 칠꽃에서 제작했고 이 극단의 대표 이종혁 연출가가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20대 후반의 남자주인공 헨리 해리(Henry Harry) 역에 임종완,
20대의 여자주인공 로산나 드루스(Rosannah DeLuce) 역에 위지연 배우가 출연하는
2인극이고 공연시간은 85분이다.



작품 도입부에서 로산나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
이 드레스는 김해연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이다.
본공연이 끝난 후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커튼콜에서도 여배우의 웨딩드레스 차림을 보고 싶었으나
의상을 다시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무대인사를 하여 다소 아쉬웠다.
극단 공식블로그에 실려 있는 위지연 배우의 웨딩드레스 사진을 첨부한다.



알래스카의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오두막집이 연극의 공간적 배경이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어느날 오두막집의 문을 누군가가 황급하게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남자가 문을 여니 그곳에는 집밖에 쌓인 하얀 눈처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
실내에 들어온 여인은 자동차가 고장이 났고 눈보라 속에서 인가를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다며
자신의 절박한 처지를 설명한 후 기력이 다했는지 정신을 잃는다.

여자는 이틀 만에야 깨어났다.
눈에 젖은 웨딩드레스를 벗기고 자신의 침대를 내주었던 남자는 깨어난 여자에게 자신의 옷을 빌려준다.
남자는 400마일 떨어진 석유공장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공장에서 7주간 일한 후 자신의 휴식터이자 은신처인 이곳에서 1주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던 중이다.
여자는 애리조나에서 알래스카까지 다섯 시간에 한 번씩 주유를 하면서
며칠간에 걸쳐서 3000마일이 넘는 거리를 자동차로 달려왔다.



연극의 원제를 직역하면 빛나는 흔적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극은 기억의 흔적, 즉 추억과 그리움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었다.
남자주인공 헨리에겐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는 사랑스러웠던 어린 딸을 사고로 잃었다.
반면에 여자주인공 로산나는 잊혀지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그녀는 추억을 붙들고 싶어한다.
로산나의 결혼식장에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나타났다.
생각지도 못했던 등장에 그녀는 애타게 아버지를 불렀지만 그는 딸을 알아보지 못했다.
"당신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여자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예요."
로산나의 아버지가 웨딩드레스 차림의 그녀에게 건넨 말이다.
아버지의 기억이 어둠 속에 갇혀버린 걸 참을 수 없었던 로산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어둠을 깨부수고 아버지를 빛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그리고 그녀는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도망치듯 차에 올라타고 계속하여 달렸던 것이다.

두 배우의 연기는 좋았다.
두 주인공은 대화 중에 토론이나 말싸움을 하는 것처럼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표현이 격해지는 장면이 많았는데
각 장면에 맞게 완급을 조절하며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이들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로산나의 마음의 상처는 극 결말부에서야 밝혀지는 데다가
그녀의 대사 중에는 나는 아직도 얼음 속에 갇혀 있다는 둥
나는 공중에 떠 있는 중이라는 둥 나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둥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자주 등장하여
로산나가 인간이 아니라 설녀인가 싶기도 했고
헨리의 상처가 밝혀진 후에는 그의 죽은 딸이 성장한 모습의 유령으로 나타난 건가 싶기도 했을 정도로
난해하게 비추어지는 연극이기도 했다.

혼자서만 숨기고 있었던 자신들의 상처를 서로에게 털어놓았으니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듯이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보듬는 사이로 발전하길 바란다.
오두막 밖에는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지만
이 오두막집이 더 이상 몸을 숨기는 은신처가 아니라
돌아가면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 따뜻한 휴식터가 되기를.



원작 희곡의 서문에는 작가의 어머니인 시인 아바 페블로 존슨(Avah Pevlor Johnson)이
1977년에 쓴 시 Individuation(개별적 존재)이 실려 있다.
이 시에 희곡의 제목이 된 brilliant traces가 등장한다.





연극 찬란히 빛나는 커튼콜.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17842579
11435
3310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