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주홍글씨 2017/10/28 12:47 by 오오카미




지난 주말 TOM 1관에서 뮤지컬 주홍글씨를 관람했다.



뮤지컬 주홍글씨의 공연시간은 100분이고 스물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 역에 오진영,
헤스터를 사랑한 목사 아서 딤즈데일 역에 임병근,
헤스터의 남편 로저 칠링워스 역에 최수형,
윌슨 판사 역에 김보현, 벨링햄 지사 역에 오찬우,
리베 역에 김혜인, 히빈즈 역에 서하윤,
그리고 마을사람들 역에 박지희, 김재형, 이천영, 김지은, 신여진, 박상아,
권오현, 이은수, 양유빈, 문소아, 송예준, 문영걸, 김윤우, 이은석, 소상일 배우였다.



창작뮤지컬 주홍글씨는 2015년 1월에 초연되었다.
원작은 미국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동명소설 The Scarlet Letter(1850)이다.
서재형 연출과 그의 아내 한아름 작가가 이 뮤지컬에서도 호흡을 맞추었고 작곡은 박정아가 담당했다.

여주인공 헤스터가 재판을 받는 장면으로 뮤지컬은 막을 올린다.
헤스터의 남편은 2년 전에 인디언의 습격을 받고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그녀가 임신을 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져 재판이 열린 것이다.
작품의 시공간적 배경은 17세기 중엽 뉴잉글랜드 보스턴이다.
이곳은 영국 성공회의 탄압에서 벗어나고자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행을 선택한
청교도들이 개척한 땅이다. 엄격한 도덕을 강조한 청교도에서 간통은 중죄였다.
헤스터는 법률에 따라 사형에 처해져야 마땅하였으나
그녀를 가엾게 여긴 일부 마을사람들의 탄원으로 최고형은 면하게 된다.
그 대신 Adultery(간통)의 머릿글자 A를 새겨넣은 옷을 평생 입고 살아야 하는 벌이 내려진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면 죄를 감형해주겠다는 판사의 권유에도 헤스터는 끝내 함구했다.
홀로 마을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며 묵묵히 처벌을 감내하는 헤스터를 지켜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헤스터와 사랑을 나누어
그녀가 아이를 잉태하게끔 만든 남자 아서 딤즈데일 목사였다.
마을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젊은 목사 아서는
차마 스스로의 죄를 밝히지 못한 채 양심의 가책을 받아 서서히 심신이 쇠약해져 간다.
어느 날 설교 중에 아서가 쓰러지자 의사임을 자처하는 백발의 노인이 나서서 목사를 치료한다.
마을에 새롭게 나타난 그 노인의 정체는 실종된 걸로 알려졌던 헤스터의 남편 로저 프린이었다.
헤스터와 나이차가 많이 나는 그는 로저 칠링워스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신분을 속인 채
헤스터의 주위를 맴돌며 자신을 배신한 젊은 아내와 간통죄를 저지른 상대남에게 복수를 계획한다.



TOM 1관은 335석 규모의 중극장이다.
중극장 무대에서 스무 명이 넘는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접하기란 흔한 일은 아니다.
마을사람 역의 배우들은 재판이 열리는 장면에서 객석에 앉아 있기도 하고 통로에 서 있기도 하여
객석까지도 무대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리베 역 김혜인 배우와 히빈즈 역 서하윤 배우.

리베는 헤스터가 돌보고 있는 16세의 고아 소녀다.
헤스터는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참회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후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봉사활동에 정성을 쏟았다.

히빈즈는 청교도 교리에 얽매이길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이다.
마을사람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올릴 때에도 그녀는 혼자서 숲 속을 거닐며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즐겼다.



윌슨 판사 역 김보현 배우와 벨링햄 주지사 역 오찬우 배우.

판사와 주지사(시장, 도지사)라는 직책은 예나 지금이나 권세를 누리는 지위라 하겠다.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윌슨 판사는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위선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가 숲길에서 마주친 소녀 리베를 성추행하는 현장을 마침 숲 속을 거닐던 히빈즈가 목격하게 된다.
그러자 이 비열한 판사는 리베가 자신을 유혹했다며 도리어 피해자인 소녀를 나무라는 추태를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작품 후반부에서 로저의 계략에 의해 헤스터와 그녀의 딸 펄이 마녀로 몰리게 되자
윌슨 판사는 자신의 추악한 죄를 덮을 요량으로 피해자 리베와 목격자 히빈즈까지 마녀로 몰아세운다.



로저 칠링워스 역 최수형 배우.

로저는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였다.
그는 작품의 두 주인공 헤스터와 아서 목사를 괴롭히는 장본인이므로 악역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으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헤스터와 아서야말로 간통죄를 저지른 가해자이고 로저는 아내에게 배신을 당한 피해자이다.
어린 아내를 너그러이 용서하고 이혼을 하여 젊은 목사에게 떠나보내는
관용을 베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그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영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느라 헤스터보다 뒤늦게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인디언의 습격을 받아 생사의 기로에 섰다가 가까스로 탈출했고
사랑스러운 어린 연인이 오매불망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새로운 정착지가 될 보스턴에 도착했는데 믿었던 그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여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기가 막혔을 것이다.



아서 딤즈웨일 역 임병근 배우.

개신교의 목사는 천주교의 신부와 달리 결혼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아서가 헤스터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헤스터가 이미 결혼한 유부녀였다는 것이고
구교든 신교든 간음을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서는 자신의 죄를 대중 앞에서 밝히는 것이 두려워 죄를 숨긴 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그의 죄책감은 그를 병들게 하였고 날이 갈수록 그는 수척해진다.
헤스터가 A글자를 옷에 달라는 선고를 받고 7년이 흐른 후 마녀사냥으로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되자
그제서야 아서는 자신이 헤스터가 낳은 딸아이 펄의 아버지임을 스스로 밝히고 처형대에 오른다.
그가 셔츠를 풀어헤치자 그의 가슴팍에는 그가 스스로 새겨넣은 A자의 상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헤스터 프린 역 오진영 배우.

오진영 배우는 올봄 뮤지컬 오! 캐롤에서 로이스 역으로 만나보았다.
2002년에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했으니 뮤지컬 경력 15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그녀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의 무게중심을 다잡았다.

헤스터 프린은 자신의 의지로 종교적 규율을 어기면서까지 사랑을 선택한 여성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문학사에서는 수동적이고 복종적으로 그려지던 여성상에서 탈피하여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상으로의 변화를 시도한 인물로 평가되기도 하다.
뮤지컬에선 자세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원작소설에선 아서가 죽은 후
헤스터는 딸 펄을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갔다가 펄이 성인이 된 후 혼자서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와
A자가 새겨진 옷을 다시 입고서 평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다가 아서의 묘 근처에 묻히게 된다.
헤스터와 아서의 무덤 사이에는 새로운 묘비가 하나 세워졌는데
그 묘비에는 검은 바탕에 주홍글씨 A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원작과 뮤지컬은 곳곳에서 다소 차이가 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선 아서가 자신의 죄를 민중 앞에서 고백한 후 기력이 다하여 숨을 거두지만
뮤지컬에선 교수형에 처해지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어 보다 극적인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간통죄가 법적으로 폐지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도덕적, 종교적으로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랑이 없는 명목상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면
다른 이성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비난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뮤지컬 주홍글씨는 유부녀와 목사의 금지된 사랑을 그린 작품이기에
1983년 제작되었던 미국드라마 가시나무새를 자연스레 떠올려보게도 되었다.
가시나무새에서는 천주교 신부와 유부녀의 금지된 사랑을 그리고 있기에.

뮤지컬 주홍글씨는 정극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공연이었다.
객석에 웃음을 주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뮤지컬이기에
가벼운 공연보다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공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작품일 거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주홍글씨 커튼콜.







핑백

  • 오오카미의 문화생활 : 소설 주홍색 연구 2020-07-16 17:52:44 #

    ... 다. 아마도 주홍색 연구보다 앞선 1850년에 출간된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의 국내 제목에서 스칼렛을 주홍이라고 해석한 것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제목 주홍색 연구가 의미하는 것은 홈즈가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컬처블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