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네더 2017/08/31 14:51 by 오오카미




지난주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국내 초연인 연극 네더를 관람했다.
원작은 미국 극작가 제니퍼 헤일리(Jennifer Haley)의 동명희곡 The Nether이고 2013년에 초연되었다.
극단 적이 제작했고 이곤 연출, 마정화 번역이고 공연시간은 95분, 다섯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제목 nether는 아래라는 뜻이다. nether world라고 하면 지하세계를 의미한다.
연극 포스터에서는 네더를 또 다른 세상, 악마의 세상, 상상이 현실을 지운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드넛 역 이원호 배우와 모리스 역 김광덕 배우.

여형사 모리스는 네더수사부 소속이다.
그녀는 가상공간 네더에서 회원제로 운영되는 은신처(The Hideaway)라는 공간을 수사 중이다.
이곳에서는 소년과 소녀들이 성인 회원을 손님으로 맞이하여 다양한 놀이를 행한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그래서 모리스는 은신처의 운영자인 심즈를 연행하여
은신처가 위치하는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 실토하라고 압박하지만
심즈는 가상공간에서 행해지는 일이고 서버도 해외에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거부한다.

젊은 신사 우드넛은 은신처을 방문하는 새로운 손님이다.
이곳의 신입회원이 된 그를 통하여 은신처가 어떠한 곳인지가 관객에게 소개된다.



아이리스 역 정지안 배우와 도일 역 이대연 배우.

이대연 배우는 5년 전 토월극장에서 상연되었던 연극 대학살의 신을 통해 만나본 적이 있다.
얼마전 끝난 KBS 아침드라마 TV소설 그 여자의 바다에도 출연하는 등
무대와 방송활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배우라서 이 공연에선 가장 인지도가 있는 배우였을 것이다.
공연 포스터에서도 그가 등장한다.
이대연 배우가 연기하는 도일은 정년퇴직을 몇 년 남겨놓지 않은 고등학교 화학교사다.
은신처의 서버 소재지를 파악하는 수사에 난항을 겪자
모리스는 이곳의 회원 중 한 명인 도일을 소환하여 심문한다.

정지안 배우가 연기한 아이리스는 은신처에 소속된 소녀다.
아이리스는 성인 손님들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심지어는 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가상공간이므로 부활할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한다.

네더수사부가 은신처에 연연하는 이유는
이곳이 소아성애자들이 소년과 소녀를 상대로 은밀하게 성행위를 하는 곳이라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상공간이라 하더라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하는 성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인 것이다.



심즈 역 김종태 배우.

김종태 배우는 2년 전 연극 그녀들의 집에서 만나본 적이 있다.
그가 연기하는 심즈는 자신이 소아성애자인 것을 깨달은 후 가상공간 안에 은신처를 만들 결심을 했다.
현실에서 그의 조카나 이웃 아이들에게 표출하게 될지도 모르는 타고난 삐뚤어진 욕망을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네더 안에 은신처를 만들고 그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을 모아서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심즈는 은신처에서 파파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그는 소년, 소녀들과 정을 나누고 회원들을 관리한다.



가상현실(VR)은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니다.
휴대폰과 머리에 쓰는 VR기기를 이용하여 아직 초보단계이긴 하지만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되었고
아마도 앞으로 이쪽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네더에서 그린 시대상과 유사한 미래,
즉 가상공간 안에서 또 다른 삶을 영위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연극은 경찰서의 취조실과 네더 속 은신처가 주된 공간적 배경이다.
무대의 앞쪽은 취조실로 설정되었고 뒤쪽으로 커다란 액자 형태의 틀을 만들어 놓았는데
가상공간인 은신처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이 틀 안에서 진행이 된다.
TV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할 수 있겠다.

현실의 심즈와 네더의 파파는 똑같은 모습과 의상으로 등장을 한다.
심즈와 파파를 동일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연극 후반부에서 기다리고 있는 반전을 위한 포석이자 함정이다.

후기를 쓰기 전에 다른 관객들의 리뷰를 찾아서 읽어보았는데
가상공간이라 하더라도 소아성애자들의 욕구를 분출하는
은신처와 같은 공간이 존재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나는 심즈가 옳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가상세계에서 분출함으로써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연극에서 그려지는 가상세계와 비교하자면 가상세계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컴퓨터 게임 속에서 총을 쏴서 적을 죽이고 칼을 휘둘러서 적을 벤다.
가상공간 속 은신처의 존재를 반대하는 의견에 따르자면 이러한 행위는
현실에선 살인에 해당하므로 게임에서도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연극 네더는 현실에선 용납될 수 없는 욕망의 분출구를 사이버세상에 만듦으로써
현실세계를 보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연극 네더 커튼콜.





덧글

  • 가녀린 아이스크림 2017/09/01 16:19 # 답글

    재밌겠는데 보러 가볼ㄲ........하다보니 짧게 하는 공연이네요 ㅠㅠ 이런...
  • 오오카미 2017/09/03 11:43 #

    오늘까지네요. 솔직히 재미보다는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논제를 담고 있는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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