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한여름밤의 꿈 2017/06/27 16:04 by 오오카미




5월 31일부터 6월 25일까지 여행자극장에서 연극 한여름밤의 꿈이 상연되었고 첫날 공연을 재미있게 관람했다.
공연 본 지 한 달이 거의 다 되어서야 후기를 쓰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멋진 무대였다.

여행자극장은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인근에 위치하고 있고 극단 여행자가 운영하는 소극장이다. 
극단 여행자를 알게 된 것은 2년 전 청담동 유씨어터에서 연극 정글북을 관람하면서다. 
원작소설 정글북에는 모글리 이야기 외에도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고
별다른 분장이나 의상 없이도 생기 넘치는 동물과 자연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감명을 받았다.



극단 여행자의 대표 양정웅 연출은 원작희곡인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
기가 막히게 한국적이고 동양적으로 각색하여 연극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항 역에 김호준, 벽 역에 김수정, 루 역에 황의정, 익 역에 설정희,
돗 역에 정인혜, 가비 역에 정회권, 아주미 역에 김기분, 두두리 역에 정은성, 이동희 배우였다.
공연시간은 90분이다.



28수 나경(28개의 우리 별자리 나침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긴 하지만 유래를 알게 되면 이들 이름에서부터 한국적 맛을 느낄 수가 있다.
항, 벽, 루, 익은 우리 별자리 28개를 가리키는 28개의 한자 중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오리온 자리, 전갈 자리와 같은 서양 별자리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고유의 별자리 28개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돗가비는 도깨비의 옛말이고 두두리 또한 도깨비를 지칭하던 옛말이다.



한여름밤의 꿈은 낭만적인 희극이다.
셰익스피어 하면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유명하지만
한여름밤의 꿈을 비롯하여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와 같은 희극도 잘 알려져 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한여름밤의 꿈의 인물관계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름다운 처녀 허미아는 청년 라이샌더와 연인 사이이나
그녀의 아버지는 이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고
딸 허미아를 드미트리우스라는 청년에게 시집 보내고자 한다.
드미트리우스는 허미아의 미모에 한눈에 반해 버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드미트리우스에겐 그를 일편단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헬레나라는 여자가 있었다.

한편 요정의 왕 오베론은 그의 말을 듣지 않는 아내 티타니아를 골탕 먹이려고
시종 퍼크에게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마법의 꽃을 꺾어오라고 명한다.
이 꽃의 꽃가루를 잠든 자의 눈꺼풀에 묻히면
잠에서 깨어 처음으로 본 생물에게 사랑에 빠지고 마는 효능이 있다.
이로 인해 여왕 티타니아는 눈을 뜬 후
퍼크의 마법에 의해 머리만 당나귀로 변해 버린 아테네의 천민에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아버지의 강요에서 벗어나고자 허미아는 라이샌더와 사랑의 도피를 선택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드미트리우스는 이들을 뒤쫓는다.
짝사랑하는 드미트리우스를 쫓아 헬레나도 길을 나선다.
이들 네 젊은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요정의 왕 오베론이 다스리는 숲 속에 들어서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퍼크가 허미아를 사랑하는 두 남자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우스가 잠든 사이 이들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바른다.
몇 시간 후 잠에서 깬 두 남자의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이는 헬레나였다.



좌로부터 항 역 김호준, 벽 역 김수정, 익 역 설정희, 루 역 황의정 배우.
네 배우가 입은 개량한복의 화려한 컬러가 눈부시다.
원작의 허미아가 벽, 라이샌더가 항, 드미트리우스가 루, 헬레나가 익에 해당한다.

항과 루에게 사랑을 받던 벽은 도깨비의 장난으로 인해 두 남자가
자신을 버리고 자신보다 못난 익에게 구애하자 질투의 화신으로 변하여 익에게 달려든다.
반면에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익은 갑자기 두 남자가 구애를 해 오자
세 사람이 짜고서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하고 화를 내며 도망을 친다.
쫓고 쫓기는 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에 더하여 네 남녀가 뒤엉켜 싸움박질하는 장면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온다.
항과 루가 익을 차지하기 위해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선 택견이 사용되는데
택견 특유의 여유롭게 춤을 추는 듯한 동작이 급박한 상황과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더하였다.




양 끝이 두두리 역 정은성, 이동희 배우이고
중앙은 좌로부터 가비 역 정회권, 아주미 역 김기분, 돗 역 정인혜 배우.

여권이 우선시되는 시대이다 보니 원작의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원작에선 왕 오베론이 여왕 티타니아를 골리는 설정이지만
이 연극에선 도깨비 여왕 돗이 바람둥이 남편 가비를 놀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연극 정글북에선 튀는 분장 없이도 동물들의 연기를 펼치는 미니멀리즘한 무대를 접할 수 있었는데
한여름밤의 꿈에선 도깨비 배역들의 과한 분장을 통하여 한껏 치장하는 연극적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도깨비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무대의 조명을 끄고서 배우들이 야광팔찌를 양손에 들고 나와
허공에서 빙빙 휘두르니 도깨비불을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연출이었다.
게다가 그 팔찌를 객석을 향해 마구 던지며 관객을 무대 속으로 끌어들인다.
한편으론 웃기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과하다 싶은 장면도 있긴 하였는데
장난기 많은 두 두두리가 팔찌를 겨드랑이에서도 사타구니에서도 꺼내어 객석에 던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여성관객들은 비명을 지르고 남성관객들도 결코 유쾌하지는 않은 장면이었다.
지저분하게 웃기는 걸 싫어하는 관객도 있으므로 이 연극에서 유일하게 꼬집고 싶은 단점이다.

의상과 분장은 물론이고 음악면에서도 다양한 우리 전통악기를 활용하니 우리 것의 매력이 넘쳐났다.
극단 여행자의 연극 한여름밤의 꿈은 서양 원작의 희곡을 한국적 색채를 잘 살려내어 재창조한 명품연극이었다.
양정웅 연출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과 폐막식의 연출을 맡았다.
연극무대에서처럼 기발하고 참신한 연출을 기대해 본다.



공연 후 배우들과 포토타임.





연극 한여름밤의 꿈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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