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2017/06/08 12:20 by 오오카미


5월 하순에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를 관람했다.
극단 이루 제작, 손기호 작, 연출의 작품이고 경주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극단의 대표 손기호 연출은 자신의 고향인 경주를 무대로 하는 세 작품을 내놓았는데
2004년에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그린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2008년에 나와 타인의 관계를 그린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그리고 2011년에 부부의 관계를 그린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가 바로 그 작품들이다.
이들 경주 3부작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인연을 주제로 하고 있다.



2012년 어느 날.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아들의 독백으로 연극은 막을 올린다.
잠시 후 그 아들이 찾아가려는 경주 외곽에 위치한 부모님 집으로 조명이 이동한다.
아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고 있는 이 집이 연극의 주무대다.
소쩍새인지 뻐꾹새인지가 우는 야심한 시각
박용수 배우와 우미화 배우가 연기하는 노년의 부부가 무대 바닥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
연극에 사용되는 침구는 침대 또는 얇은 이불이나 담요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두꺼운 솜이불이 소품으로 등장하여 첫장면부터 의외로 신선함이 있었다.


이혼을 앞두고 집에 돌아온 아들이 아버지는 영 못마땅하다.
이미 손자가 하나 있고 며느리의 뱃속에 둘째가 들어섰다는데
이혼하고 외국에 나가 공부를 더 하고 오겠다며 집을 찾아온 아들이 달가울리만은 없을 것이다.

아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올해로 결혼 50주년을 맞이한다.
과수원을 경영하면서 자식들을 모두 시집 장가 보냈고
2년 전에 과수원을 정리하고 경주 외곽인 이곳에 집을 새로 짓고 이사했다.
아버지는 경상도 남자가 그렇듯 무뚝뚝하고 고집이 세다.
그런 아버지와 50년을 함께 살면서 가정을 지켜온 어머니가 아들은 늘 고맙고 존경스럽다.
노환으로 병상에 누워계신 친할머니의 병수발을 들고 계시니 어머니의 손엔 물 마를 날이 없다.

친할머니도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다.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버지를 낳으셨고 사별 후
집에서 머슴으로 일하던 두 번째 남편과 재혼하여 고모를 낳으셨다.
씨 다른 남매이기 때문일까 아버지와 고모의 관계가 그렇게 원만해보이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남매가 어머니를 어느 남편 곁에 묻어야 하는가를 놓고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웃사촌으로 서면댁이라는 여자가 있다.
열두 살 많은 월남전 참전용사 박상사와 함께 살고 있는 여자인데
고엽제 후유증으로 심신이 뒤틀려버린 남편에게 노상 맞고 사는 가엾은 여인이다.
머리가 조금 모자라고 말수도 많아서 이웃들이 기피하고 있는 탓에
말벗이 그리운지 자주 어머니를 찾아와 수다를 떨다 간다.
귀찮을 법도 한데 어머니는 서면댁을 내치지는 않으신다.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노부부 가족과 그 이웃의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의 삶에 관하여 찬찬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공연시간은 1시간 55분이고 연극에는 여섯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 작품의 주제가 인간간의 관계인 만큼
각각의 인물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관극하면 더욱 몰입하기 좋을 것이다.

우미화 배우가 연기하는 어머니는
한국의 강인하면서도 인자한 어머니상을 대변한다 해도 좋을 캐릭터였다.
연극 황금연못과 맨 끝줄 소년에서는 젊고 자기 고집이 있는 캐릭터였던 것에 반하여
이 작품에서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 융화시킬 수 있는 연륜 있는 캐릭터여서 전혀 다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연극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서면댁을 연기한 염혜란 배우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지은탁의 이모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서면댁은 정적으로 흐르는 조용한 작품의 분위기에 활기와 변화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편으론 맞고 사는 아내로 설정되어 있고 극 후반부에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폭발시킴으로써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자적 역할도 겸하고 있는 캐릭터였다.

지방색을 살리기 위해서 경상도 사투리가 사용되고도 있지만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로 시작되는 신라의 달밤을 아버지가 노래하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노부부가 누가 방귀를 뀌었는가로 말다툼하는 대목이다.
일흔 전후의 부부가 애들처럼 방귀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장면은 귀엽기까지 했다.
또한 남과 남이 만나서 부부가 되어 백년해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에 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였다.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커튼콜.
좌로부터 박상사 역 조주현, 서면댁 역 염혜란, 어머니 역 우미화, 아버지 역 박용수, 아들 역 하지웅, 고모 역 최정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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