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만리향 2017/05/23 02:41 by 오오카미




지난주 성수아트홀에서 연극 만리향을 관람했다. 
1년 전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처음 관람한 후 1년 만의 재관람이다. 

연극 만리향은 웰빙 가족극이다. 
코믹한 설정이 많아서 전반적으로는 유쾌한 웃음으로 채워지지만 
갈등이 해소되는 결말부에서는 배우에게 감정이입되어 눈물을 흘리게 되는 연극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추어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명품연극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중국집 만리향이다. 
포털사이트에서 만리향으로 검색해 보았더니 연극 만리향 못지않게 
중화요리점 만리향의 이름이 검색되었기에 실제로도 많이 사용되는 상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집 만리향은 한때는 맛집으로 TV에 소개되고 지방에서 손님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그러나 주방을 담당했던 바깥양반이 세상을 뜬 후 만리향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주방에 붙잡혀 선친에게 요리를 배웠던 둘째 차남이 주방일 하기 싫다고 7년 전에 집을 나가 버렸기에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해외유학까지 다녀왔으나 사업에 실패한
첫째 장남이 어쩔 수 없이 만리향을 이어받긴 하였으나 예전의 맛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노모와 첫째 며느리 그리고 셋째 장녀까지 가세하여 가게 일을 돕고 있기는 하지만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맛을 잃어버린 만리향은 간신히 중국집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연극은 5년 전 실종된 지적장애가 있는 넷째 막내딸을 노모가 시장에서 봤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종 당시에 입었던 옷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노모의 말에
자녀들은 어떻게 아직까지 그 옷을 입고 있을 수 있느냐며 잘못 본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나 막내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으니 용한 무당을 불러 굿이라도 해 보자고
하소연하는 노모의 말에 아들딸들은 무턱대고 반대만 할 수도 없었다.

돼지 한 마리를 번쩍 들어올린다는 여자무당이 그렇게 용하다면서 노모가 적극 추천하기에
자식들이 수소문해보았지만 그 무당은 얼마 전 불귀의 객이 되어 버렸다고 하고
다른 유명한 무당들의 경우 굿값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백 만원은 든다고 하기에 아들딸은 고민에 빠진다.
형제들이 머리를 맞대던 중 학창시절 유도부였던 셋째와 함께 운동을 했던 동창생이고
돼지 한 마리를 거뜬히 들 수 있는 체격이면서 졸업 후 연극배우 생활도 했다는 유숙이란 인물이 물망에 오르게 된다.



연극 만리향의 공연시간은 110분이다.
김원 작, 정범철 연출이고 극발전소 301이 제작했다.
2014년 초연되었고 그해 서울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희곡상, 신인연기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노모 역에 김곽경희, 첫째 역에 박복안, 둘째 역에 한일규,
셋째 역에 문지영, 며느리 역에 정서연, 유숙 역에 송영주,
그리고 굿판이 벌어질 때 북, 꽹과리, 장구를 연주하는 악사 역으로 이성순, 명인호, 전은정 배우였다.

연극 만리향은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따스하고 훈훈한 가족극이다.
부모의 애정을 독차지하며 대학을 나오고 해외유학까지 다녀왔지만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첫째와
가업을 잇게 할 생각이었는지 주방에 붙잡혀서 일을 배웠으나 고교 졸업 후 주방일이 싫어서 집을 나간 둘째.
두 형제의 대립이 이 연극의 갈등구조 중 큰 축을 담당한다.
장남이란 이유로 부모에게 많은 것을 받은 만큼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첫째와
형을 시기하면서도 자신이 가출한 탓에 가업을 잇게 된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둘째.
두 형제의 서로에 대한 애증이 어떻게 풀어져 가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 관극의 하나의 재미라 하겠다.

연극 만리향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펼쳐지는 굿판이다.
소품으로 준비된 모형 돼지이긴 하지만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굿판을 주도하는 유숙 역에는 씨름선수만큼이나 풍채가 당당한 여배우가 캐스팅된다.
아무래도 연예계는 외모지상주의가 우세한 만큼 유숙 역의 배우들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저런 체형으로도 여배우를 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숙 역 여배우들은 관객의 이러한 편견을 가차없이 깨어버린다.
모형 돼지가 아니라 진짜 돼지를 준비했더라도 번쩍 들어올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숙 역 송영주 배우는 맡은 배역에 접신하여 객석을 사로잡는 무당 연기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남심을 끌겠다는 사심 가득한 무당이라서 귀여운 맛까지 더해준다.

불편한 다리를 끌고서라도 잃어버린 막내를 찾아 나서려는
노모 역 김곽경희 배우의 연기는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고
세 남매 역 박복안, 한일규, 문지영 배우와 첫째 며느리 역 정서연 배우가
만들어가는 가족간의 에피소드는 객석에 웃음을 선사했다.
유도선수 출신 셋째의 유도 기술에 두 오빠가 맥을 추지 못하는 장면이라든가
자신을 짝사랑했던 유숙을 회유하기 위하여 첫째가 아내를 중상모략하는 장면 등
개그적 요소가 다분하여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는 유쾌하고 화기애애하다.
연극 만리향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명품연극이다.





연극 만리향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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