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불멸의 여자 2017/04/18 16:28 by 오오카미




지난 일요일 오후 예술공간 서울에서 연극 불멸의 여자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2014년 제1회 서울연극인대상에서 대상, 극작상, 연기상 3관왕을 수상했던
명품연극 변태를 제작한 극단 인어의 작품이고 2013년에 초연되었다.
극단 인어의 대표 최원석이 작, 연출을 맡았고
공연시간은 110분이고 다섯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의 캐스팅은
팍스 마트 화장품 매장 직원 정희경 역에 조수정,
팍스 마트 화장품 매장 직원 윤승아 역에 이정경,
화장품 구매자 황정란 역에 송현서,
화장품 구매자 최지은 역에 송예리,
팍스 마트 매장 총괄 지배인 김상필 역에 홍재범 배우가 출연한다. 



연극 불멸의 여자의 공간적 배경은 시종일관 팍스 마트의 화장품 매장이다.
이 매장에는 정희경, 윤승아 두 명의 협력업체 파견직 여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장시간 서서 근무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희경은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다.

오전에 매장에 전화가 한 통 걸려 온다.
며칠 전 이곳에서 눈가주름방지용 화장품을 사 갔는데
제품을 사용했더니 오히려 주름이 늘었다며 반품을 요구하는 전화였다.
희경과 승아는 이 손님이 3일 전에 방문한 걸로 기억하고 있었으나
손님은 4일 전에 구입했다고 주장했고 거래명세표를 살펴보니 손님의 말이 맞았다.
오후가 되어 기품 있게 차려입은 중년의 여성고객 최지은이 매장을 방문하여 화장품을 구입하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품을 찾아볼 수 없는 등산복 차림의 중년의 여성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니
오전에 제품에 불만을 토로하며 반품하겠다고 전화를 했던 그 고객 황정란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황정란은 한마디로 진상고객이었다.
그냥 진상도 아니고 시쳇말로 개진상이라 할 수 있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이런 개진상 앞에서도 계속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만 하는
화장품 매장 직원 희경과 승아가 너무나도 안쓰러운 나머지
현실이 아니라 연극이라는 사실을 엄연히 알고 있음에도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여직원들을 괴롭히는 저 여자를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황정란이란 캐릭터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발하는 현실감 풍부한 악당이었다.

연극 불멸의 여자는 현실감을 잘 살린 사실주의 연극이었다.
매장에서 직원들을 능욕하고 고함을 지르며 갑질하는 정란의 모습은 결코 낯설지가 않다.
현실의 어딘가에서 보았던 장면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관객 자신의 언젠가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도 십여 년 전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 미지급건으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가
욕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홧김에 상담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계약 당시 대리점에서 제공하겠다던 지원금이 덜 지급되었고
그래서 몇 달 동안 요금이 더 청구되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서 전화했던 건데
상담원이 당최 알아듣지를 못하니 순간적으로 이성의 끈이 풀렸었나 보다.
전화를 끊고 얼마 후 상담원의 상급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미지급된 지원금을 지급할 것이고 문제를 일으킨 대리점 대신 
지점에서 직접 필자를 관리하겠다는 걸로 일단락되었던 기억이 난다.
대리점측의 잘못으로 빚어진 문제였으나
여하튼 상담원에게 고함을 질렀던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하여 이후로는 주의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연극은 정란이란 캐릭터를 통하여 관객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타산지석, 반면교사적 교훈을 품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관람하며 놀라웠던 것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희경의 모습이었다.
진상짓을 하는 정란을 본사에서 파견한 암행어사(미스터리 쇼퍼)로 오인했다는 설정을 가미함으로써
좋은 근평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희생하고 웃음짓는 희경의 행동을 합리화, 정당화시키고 있기는 하다.
한편으론 진상고객을 몰래 근무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라고 자기최면을 걸고 싶은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감정노동자란 단어는 이제 낯설지가 않다.
콜센터를 비롯하여 각종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언제나 고객을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강요받는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것도 성숙한 고객의 자세일 것이다.

연극 불멸의 여자는 진상고객의 화장품 매장 대소동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작품에는 마트의 총괄 지배인, 소위 말하는 높은 사람이 한 명 등장한다.
게다가 작품의 등장인물 중 유일한 남자다.
돈 많고 힘 있는 중년의 유부남 상사와 젊은 여사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감이 오지 않는가.
젊은 여사원은 진상고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였지만
사적으로는 어떤 유부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가해자이기도 했다.

작품 결말부에선 배우가 하얀 가면을 쓰고 나오고 무대에는 객석을 비추는 거울이 등장한다.
나와 너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촌철살인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극단 인어는 변태에 버금가는 명품연극을 또 한 편 선보였으니 바로 불멸의 여자다.





연극 불멸의 여자 커튼콜.
좌로부터 송예리, 조수정, 송현서, 이정경, 홍재범 배우.



공연 후 무대를 정리하는 최원석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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