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나쁜 자석 2017/04/13 04:03 by 오오카미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연극 나쁜 자석을 관람했다.  

연극 나쁜 자석의 원작은 스코틀랜드 작가 더글라스 맥스웰(Douglas Maxwell)이
2000년에 발표한 희곡 Our Bad Magnet이고 국내에서는 2005년에 초연되었다.
악어컴퍼니 제작, 추민주 연출, 공연시간은 110분이고 네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에는 각 캐릭터당 세 명의 배우가 캐스팅되었는데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고든 역에 송광일, 프레이저 역에 박강현, 폴 역에 안재영, 앨런 역에 최용식 배우였다.



연극 나쁜 자석은 포스터가 꽤 인상적이다.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를 모델로 촬영한 포스터인가 싶었으나 
찾아보니 출간된 원작 희곡의 표지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었다. 



연극 나쁜 자석은 네 남자의 이야기다.
이들의 9살, 19살, 29살 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시간순은 아니고 세 개의 시기를 오가며 타임슬립한다.



막이 올라가고 첫 장면은 밴드를 결성한 19세의 주인공들이 음악으로 성공해 보겠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신이다.
그러나 밴드 내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늘 우울하여 분위기를 망치는 고든을 밴드에서 탈퇴시켜야 한다고 다른 멤버들이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로 프레이저와 폴이 아직 고심 중일 때 
눈치 없는 앨런이 고든에게 대놓고 말해 버린다. 너 밴드에서 빠지라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초등학교 시절이 그려진다.
프레이저, 폴, 앨런은 곧잘 어울려 다니는 삼총사였다.
프레이저가 대장 역할이었고 폴이 2인자, 앨런은 뚱땡이라 불리며 막내 취급을 받았다.
이들 삼총사는 방과후 자주 놀러 가던 해안가 절벽 용바위에서 전학생 고든과 마주친다.

실은 이날 삼총사는 각자가 아끼는 물건을 하나씩 가지고 나와서 용바위 구석에
타임캡슐을 묻을 계획이었다. 이것을 다시 꺼내보는 것은 20년 후로 약속하고서.
프레이저는 고든을 자신들의 팀에 끼워주기로 작정한다.
물질적으로 타임캡슐에 묻을 것이 없었던 고든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묻겠다면서
프레이저들에게 자신이 지어낸 동화 하늘정원을 들려준다.



옛날옛날 어떤 임금님이 아름다운 마을 처녀를 신부로 얻었다.
왕은 사랑하는 왕비에게 황금으로 된 온갖 장신구를 선물했다.
어느 날 호숫가에 나들이갔던 왕비가 물에 빠지고 말았는데 
몸에 걸치고 있던 황금의 무게 때문에 그만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비통에 잠긴 왕은 왕궁 옥상에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한
하늘정원을 만들어 왕비를 애도하였으나
죽은 왕비의 애비가 주도한 민란이 발생하여 왕궁이 무너지고
하늘정원도 파괴되어 무수한 꽃잎이 하늘하늘 공중을 수놓았다.
다양한 색상의 꽃잎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나풀거리며 내려오는
그 광경은 보는 이들을 얼어붙게 할 만큼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작은 씨앗은 새로운 싹을 틔운다...



극중극의 형식을 띠는 고든의 동화 하늘정원은 이 연극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이야기를 하는 고든 외에 다른 세 명의 배우가 왕과 신하 등 이야기에 등장하는 배역들을 연기하며
이 아름답고도 슬픈 동화에 활력과 윤기를 더해 준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땅에 내려앉은 작은 씨앗은
얼마 전 관극했던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도 등장했던 성경 요한복음 12장 24절의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이나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는 구절을 떠올리게도 했다.
이야기를 하는 고든 자신의 죽음을 암시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고든이 죽은 후 밴드는 해체되었고 남은 세 친구는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29세가 된 이들이 고향 마을에서 다시 재회한다.
고든과 가장 친했던 프레이저는 당시의 충격으로 인해서인지
아직까지도 사회에 부적응한 채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고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폴은 고든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출간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고
엔지니어가 된 앨런은 친구들에게 보여주겠다며 뭔가를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연극 나쁜 자석은 인간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였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가는
개개인의 기억력 또는 지능과 연관이 있겠지만
한편으로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기억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편리하게 사실을 왜곡하여 오염된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기도 한다. 
타임캡슐에 넣었던 소중한 것을 잘못 기억하듯이.

과연 프레이저, 폴, 앨런 세 사람에게 있어서 고든이란 친구는 어떤 존재였을까.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가슴 속에 살아있는 존재일 수도 있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과거엔 어찌 되었든지간에 현실에 도움이 되는 존재일 수도 있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죄책감으로 달라붙어 어떻게든 속죄하고 싶은 존재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늘정원을 이야기하는 장면과 엔딩에서 흩날리며 무대와 관객의 마음을 채워준 아름다운 꽃비처럼
인간은 가슴 속의 허전함을 달래줄 무언가를 갈구한다.
그 무언가는 사랑일 수도, 금전일 수도, 양심일 수도,
그리고 어딘가에서 왜곡 또는 가공되었을지도 모르는 추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연극 나쁜 자석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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