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 2017/03/14 11:33 by 오오카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와 2부를 이틀에 걸쳐서 관람했다.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은 
연극 부문에서는 9편을 선정하였는데 극단 피악 제작, 나진환 연출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그 중 하나다. 
선정작들은 작년 12월부터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동숭아트센터 등에서 
각 작품당 2주씩 릴레이로 상연되었고 마지막 주자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대단원을 장식하고 있다. 

언론에도 보도되었을 정도로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굉장히 이색적인 작품이다. 
전체 4막의 공연시간이 인터미션을 포함하면 무려 7시간이 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1막과 2막을 1부로, 3막과 4막을 2부로 나누어 이틀에 걸쳐서 상연되도록 구성하였다. 
원작소설의 경우도 1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데 
연극 또한 상연시간이 가장 긴 연극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의 1막은 
정동환 배우가 연기하는 도스토옙스키의 독백으로 막을 올린다.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작가 자신의 역경을 고백하며 감옥 안에서 만났던 쾌활한 귀족청년을 회상한다. 
그 청년은 부친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붙잡혀 들어왔으나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청년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서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쓰기 시작했다. 

25세에 장편소설 가난한 사람들로 문단의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 데뷔한 도스토옙스키는 
28세 때 전제군주제를 철폐하자는 취지의 정치모임에 참석했다가 정치범으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사형집행 직전에 황제의 특별사면을 받아 징역형으로 감면되었다. 
시베리아 옴스크 감옥에서 4년간 수형생활을 하면서 그의 내면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선과 악을 구별하는 기준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감옥에서 다른 죄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선과 악은 사회적 규범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양심에 의해서 나뉘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감옥에 수감된 죄인은 사회적 규범에 의하면 악에 해당될 것이나 
도스토옙스키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중에 자연스레 그들에게서 친절, 용서, 희생 등의 인간적 미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디찬 시베리아에서의 옥고가 그의 작품들을 더욱 빛나고 값지게 만드는 밑바탕이 된 셈이니 인간지사 새옹지마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의 공연시간은 1막 100분, 인터미션 15분, 2막 110분이다. 

주요등장인물과 캐스팅은 다음과 같다. 
도스토옙스키(정동환) - 이 이야기의 저자. 정동환 배우는 이외에도 조시마 장로, 대심문관, 식객 역으로도 출연한다. 
표도르(박윤희) - 교활하고 방탕한 호색한. 가족부양 의무를 잊고서 주색잡기에 빠져 자신만의 쾌락을 추구한 죄 많은 남자. 
드미트리(김태훈) - 카라마조프가 장남. 표도르의 첫 번째 부인의 아들. 표도르를 쏙 빼닮은 호색한. 다혈질이고 감정적이다. 
이반(지현준) - 카라마조프가 차남. 표도르의 두 번째 부인의 아들. 박학한 지식인이고 무신론자.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알료샤(이다일) - 카라마조프가 막내. 표도르의 두 번째 부인의 아들. 성직자 조시마 장로의 가르침을 받은 순결한 청년. 
스메르쟈코프(이기돈) - 카라마조프가의 하인이고 표도르의 육체적 사생아이자 이반의 정신적 사생아. 냉철한 관찰자. 
그루셴카(정수영) - 표도르와 드미트리를 홀린 매력적인 여인이나 정작 본인은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 
카체리나(이승비) - 드미트리의 아름다운 약혼녀. 자신을 떠나려는 드미트리를 붙잡으려 애쓰고 있다. 


- 1막 -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가의 등장인물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소개가 끝난 후 몰도바(Moldova)의 작곡가 에우젠 도가(Eugen Doga)의 왈츠 
그라모폰(Gramofon)이 흐르고 배우들과 코러스가 춤을 추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막을 연다. 
어느 소도시의 지주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그의 아이들을 하인과 친척들에게 키우게 했을 정도로 
가족을 등한시했고 자신만의 쾌락을 추구하며 살아온 몹쓸 인간이다. 
표도르는 첫 번째 부인 아젤라이다에게서 장남 드미트리를 얻었고 
두 번째 부인 소피아에게서 차남 이반과 막내 알료샤를 얻었다. 
표도르의 기질을 꼭 빼닮아 방탕한 드미트리는 돈에 쪼들리게 되자 표도르를 찾아온다. 
그의 어머니가 남긴 재산을 분배받기 위해서였으나 표도르는 아들에게 돈을 줄 생각이 없다. 
표도르는 재산문제를 논하고자 막내 알료샤가 머물고 있는 수도원에서 가족 모임을 갖자고 제안한다. 
드미트리의 호출에 차남 이반까지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어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드미트리에겐 카체리나라는 약혼녀가 있었으나 고향에 머물던 드미트리는 그루셴카라는 여인에게 반하고 만다. 
공교롭게도 그루셴카는 드미트리의 아버지 표도르가 눈독을 들이고 있던 여인이기도 했다. 
표도르와 드미트리 두 부자는 재산문제에 이어 여자문제까지 겹치게 되니 서로를 한없이 증오한다. 
드미트리를 따라서 함께 내려왔던 약혼녀 카체리나도 그루셴카의 존재를 알게 된다. 
드미트리는 카체리나에게 이별을 대신 전해 달라고 동생 알료샤에게 부탁한다. 

- 2막 - 
이반은 형 드미트리의 약혼녀 카체리나에게 한눈에 반하여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그런 마음을 숨기고서 모스크바로 떠날 채비를 한다. 
드미트리는 카체리나에게 빌렸던 돈 3천 루블을 마련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그 빚을 청산해야만 카체리나를 떠나서 홀가분하게 그루셴카에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이반과 신을 섬기는 알료샤간에는 넘을 수 없는 의견의 대립이 있었다. 
이반은 모스크바로 떠나기 전에 신에 의한 구원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구원을 주창하는 
대서사시 대심문관을 알료샤에게 들려준다. 
이반은 신문에 글을 기고할 정도로 지식인이고 신은 없고 불멸도 없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주장해 왔다. 
표도르가 겁탈한 마을 여인이 낳은 사생아이자 표도르 저택에서 하인이자 요리사로 살고 있는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의 사상을 신봉하고 있다. 그는 이반에게 털어놓는다. 
드미트리가 표도르를 죽이러 찾아올 것이고 내가 그를 집안에 들여놓을 것이라고. 
알료샤의 정신적 지주였고 마을에서 추앙받던 조시마 장로가 타계하나 
아무런 기적도 일어나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장로가 위선자였다며 험담을 한다. 
드미트리는 돈을 빌리러 이곳저곳을 찾아다니지만 문전박대도 모자라 속임수까지 당하게 된다. 
결국에는 숲속에서 길을 헤매다가 그루셴카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탈진하기에 다다른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표도르가 욕실에서 느긋하게 그의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무대에는 리사 제라드(Lisa Gerrard)의 Sanvean(I am your shadow)이 장엄하게 흐른다. 



세계적 걸작으로 명성이 자자한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지만 어려운 작품이라는 평 또한 적지 않다. 
그렇기에 진지함 가득한 정극 형식으로 풀어가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하였으나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기본적으로는 정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개그적인 요소도 가미하고 있었고 
코러스의 투입과 요술거울의 활용 등으로 실험극적인 성격도 띠고 있는 작품이었다. 

빛을 비추는 각도에 따라서 거울처럼 사물을 반사해 보여주기도 하고 
유리처럼 너머의 사물을 보여주기도 하는 요술거울이 빈번하게 무대에 등장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인간에 대한 관찰과 고찰을 다루고 있는 만큼 
동일한 사물임에도 빛의 각도에 따라서 거울이 되기도 하고 유리가 되기도 하는 
요술거울은 선과 악 양면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매개물이기도 하였다. 

조시마 장로는 알료샤에게 요한복음 12장 24절의 구절을 들려준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이나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그러면서 장로는 알료샤에게 덧붙인다. 고뇌 속에서 행복을 구하라고. 
이 작품을 접하면서 수시로 곱씹어보게 만드는 구절이고 작품의 주제일 수도 있겠다. 

1막에서 재미있었던 장면은 드미트리의 약혼녀 카체리나가 그루셴카의 실체를 알게 된 후 격분하는 장면이다. 
카체리나는 자신를 찾아온 그루셴카를 집안에 들여 손님으로 정중하게 대접하고 있었는데 
드미트리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 알료샤가 카체리나를 찾아오자 
그루셴카는 본색을 드러내어 카체리나의 질투심을 자극하니 
교양 있는 품위를 유지하던 카체리나가 결국에는 육두문자를 입밖에 내기에 이른다. 
이승비 배우의 카체리나도 정수영 배우의 그루셴카도 무척 매력 넘쳤다. 

1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2막에서 이반이 쓴 서사시 대심문관 장면이라고 하겠다. 
이날 공연에서 정동환 배우는 카라마조프가의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도입부 장면에서 
대사를 깜빡하는 실수를 보였다. 아마도 표도르의 첫 번째 부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잠시 뜸을 들이다가 드미트리 역 김태훈 배우에게 도움을 청하여 위기상황을 수습했다. 
대배우의 실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연극처럼 살아있는 무대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정동환 배우는 대심문관 역의 배우 혼자서 약 20분간을 독백으로 이끌어가는 
대심문관 장면에서 원로배우의 저력을 한껏 보여주었다. 
서사시 대심문관은 종교재판이 한창이던 16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아흔 살의 대심문관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어 지하감옥에 갇힌 예수를 한밤중에 찾아가 
예수가 사막에서 악마의 세 가지 유혹을 뿌리쳤던 것이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이었느냐고 다그친다는 내용이다.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하였지만 나약한 인간에게는 불안정한 자유보다는 
구속되고 억압당하더라도 안정된 삶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대심문관의 논리에는 수긍이 가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야말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독자에게도 관객에게도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 커튼콜. 





덧글

  • 준짱 2017/03/16 13:12 # 삭제 답글

    아이고 이틀에 걸쳐 7시간... 욕 봤다.ㅋㅋ
  • 오오카미 2017/03/16 18:45 #

    공연시간만으로도 한국 연극사에 기록될 작품이다. ^^
  • claude 2017/03/22 12:08 # 삭제 답글

    최고였죠~~~~~~~♥
    7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 오오카미 2017/03/22 15:55 #

    대작임엔 틀림없었으나
    실험극적인 요소를 덜어낸다면 보다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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