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바냐삼촌 2017/03/10 11:43 by 오오카미


지난달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연극 바냐삼촌을 두 차례 관람했다.
나루아트센터 건물 앞에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두상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러시아 유학파 전훈 연출이 이끄는 극단 애플씨어터의 작품은
대학로 아트씨어터 문에서 몇 차례 관람한 적이 있고 작품들이 모두 만족스러웠기에
광진구에 위치한 나루아트센터에서도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우선 반가웠다.

광진문화재단과 극단 애플씨어터가 제작한 연극 바냐삼촌은 안톤 체홉의 대표작 중 하나다.
러시아 사실주의 희곡의 대가 안톤 체홉의 4대 장막극 갈매기, 바냐삼촌, 세자매, 벚꽃동산은
연극의 바이블이라 해도 좋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자주 상연되는 작품들이다.

바냐삼촌은 국내에서는 바냐 아저씨라는 제목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바냐가 쏘냐의 외삼촌이므로 바냐삼촌 또는 바냐외삼촌이란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1세대 유학파 전훈 연출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4년 연극 숲귀신을 통해서였다.
이전에 접했던 안톤 체홉의 작품에선 재미보다는 지루함을 느꼈기에
어째서 체홉이 연극계에서 그토록 유명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전훈 연출의 숲귀신을 관람하고 나서야 체홉의 작품에서 재미와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대학로 아트씨어터 문에서 그가 연출한 챠이카(갈매기)를 역시 재미있게 관극했기에
안톤 체홉 작품의 재미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전훈 연출의 작품을 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숲귀신은 안톤 체홉이 1889년에 집필한 4막극이고
이 작품을 개작하여 10년 후에 대중에게 선보인 것이 바로 바냐삼촌이다.

그런데 안톤 체홉이 쓴 희곡의 수는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
그가 쓴 희곡은 16편 정도이고 그 중 4막극은 앞서 언급한 4대 작품 외에
숲귀신, 이바노프, 부정상실(파더레스)이 있다.
반면 그의 단편소설 수는 400편이 넘을 정도라고 하니
체홉의 명성은 문학사면에서는 단편소설 부문에서 보다 유명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안톤 체홉 작품의 특징은 사건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등장인물 각각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 조금 과장하면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그리고 어떤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보고서 안톤 체홉의 작품이 떠올랐다.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물 흐르듯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이 체홉의 연극과 무척 닮았기 때문이다.



연극 바냐삼촌의 공연시간은 1부 70분, 인터미션 10분, 2부 70분으로 구성되었다.
작품 속엔 총 아홉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죽은 전처의 영지에 젊은 새 아내를 데리고 찾아오는 퇴직한 유명교수 세례브랴꼬프,
교수의 젊고 매력 넘치는 후처 그래서 남자들을 현혹시키지만 정조를 지킬 줄 아는 옐레나,
교수의 전처의 딸이고 바냐를 도와 영지 일을 거들고 있으며 마을의사를 짝사랑하는 쏘냐,
교수의 전처의 모친이고 딸이 죽은 지금도 옛 사위를 하늘처럼 떠받드는 노부인 마리아,
교수의 전처의 오빠이고 영지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교수의 뒷바라지를 해 온 시골 노총각 바냐,
일만 하느라 연애도 못했고 숲을 가꾸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는 마을의 유일한 의사 아스뜨롭,
몰락한 지주의 아들이고 얼굴이 곰보라서 곰보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바냐의 친구 뗄레긴,
오랜 기간 바냐의 가족과 함께 살아온 늙은 유모 마리나, 그리고 젊은 하인 에핌이다.

첫 번째 관람 때 캐스팅은 세례브랴꼬프 역에 진남수, 옐레나 역에 김샛별, 쏘냐 역에 이규빈, 마리아 역에 홍정인,
바냐 역에 조환, 아스뜨롭 역에 김진근, 뗄레긴 역에 김두영, 마리나 역에 장희수, 에핌 역에 김우순 배우였다.
두 번째 관람 때 캐스팅은 다른 배역은 동일했고 아스뜨롭 역에 이재혁, 마리나 역에 조경미 배우였다.



연극 바냐삼촌은 은퇴한 유명교수 세례브랴꼬프가 그의 젊은 아내 옐레나를 데리고
바냐와 쏘냐가 살고 있는 시골의 대저택으로 찾아온 후 일어나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바냐의 죽은 여동생이 교수의 전처였고 그 여동생의 딸이 쏘냐다.
교수가 새장가를 갔고 후처를 데리고 왔음에도 바냐의 모친 마리아는 사위를 상전 떠받듯이 받든다.
바냐는 모친의 그런 태도를 이해할 수도 없고 허세 가득한 매제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미운 매제와는 달리 그의 새부인 옐레나는 젊고 아름다워서 바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바냐뿐만이 아니다. 옐레나의 마성은 마을 남자들의 마음까지도 뒤흔들고도 남았다.
그 중 하나가 마을의 유일한 의사 아스뜨롭이다.
쉰 살 가까이 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의사로서 일만 하느라고 사랑할 시간도 없었고 유일한 취미인 숲 가꾸기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사랑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던 아스뜨롭조차 옐레나를 본 이후로 바냐의 저택을 찾는 빈도가 늘어났다.
한편 바냐를 도와 저택과 영지를 관리하며 열심히 노동하는
쏘냐는 나이차가 많이 남에도 의사 아스뜨롭을 짝사랑하고 있다.

사실주의 연극을 대표하는 작품답게 바냐 저택의 일상이 유유하게 그려진다.
아스뜨롭과 옐레나, 바냐와 옐레나, 아스뜨롭과 쏘냐 이렇게 남녀간의 애정 이야기가 그려지는 한편
죽은 전처의 가족의 집에 찾아와 머물고 있는 걸로도 모자라 이들의 재산까지 노리는 교활한 교수와
그런 교수를 용서할 수 없는 우직한 시골 노총각 바냐와의 갈등이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기대했던 대로 작품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커튼콜 촬영 금지라는 것이다.



연극 바냐삼촌은 인물의 매력을 잘 살리는 체홉의 작품답게 인물들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우선 등장인물 소개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던 교수부터 살펴 보면
교수 세례브랴꼬프는 한마디로 허세로 가득한 인텔리다.
대학에서 퇴직했고 이름이 알려진 교수이긴 하나 그렇다고 특별한 업적도 없다.
바냐가 경제적으로 후원해주지 않는다면 생활도 어려운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바냐에게 감사하지도 않는다.
젊은 새부인을 얻었음에도 그녀를 데리고 죽은 전처의 저택에 찾아와 머물고 있을 정도로 뻔뻔하고
다리 통풍으로 고생하고 있어서 마을 의사를 불러놓고도 촌뜨기에게 진찰받을 생각 없다고 말하는 오만한 인물이다.

교수의 아름다운 후처 옐레나는 한마디로 천사이자 요정이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으로 마을 남자들을 매료시켜서
그들이 일하지 않고 그녀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게 만드니
나태를 불러와서 일상을 파괴해 버리는 마성의 여자다.
게다가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놓고도 정작 그들의 마음은 받아주지 않고
늙은 남편에게 정성을 다하는 정조관념이 철저한 여인이기도 하다.
아스뜨롭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결국에는 다소 흔들리기는 하지만.



연극 바냐삼촌은 교수 부부가 마을에 온 후 바냐 저택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을 그리고 있다.
일만 하느라 연애도 해보지 못하고 노총각이 되어 버린 의사 아스뜨롭은 옐레나에게 구애를 하고
처녀 쏘냐는 의사를 짝사랑하느라 애를 태우고
바냐는 아스뜨롭처럼 역시 옐레나로 인해 가슴이 방망이질친다.

이러한 인물들간의 애정관계가 이야기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한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바냐 가족의 생활리듬까지도 완전히 바꾸어버린 교수로 인하여 발생하는 갈등이 그려진다.
교수의 생활패턴에 맞추다 보니 점심식사를 오후 7시에 하게 되었다고 유모 마리나는 투덜거리고
마음이 울적해서 피아노라도 치며 마음껏 울고 싶은 옐레나는 교수에게 방해가 될까 봐 그러지 못하고
교수의 실체를 이제서야 깨닫게 된 바냐는 현학적 허세와 교만으로 가득한 교수를 향한 증오로 마음이 들끓지만
여전히 교수라는 직함이 갖는 권위를 떠받드는 모친 때문에 대놓고 반발하지도 못해서 속이 탄다.



의사 아스뜨롭 역은 김진근 배우와 이재혁 배우를 모두 접해보았는데 각자의 개성이 다르니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두 배우 모두 매력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실제 나이로도 맡은 배역과 연령이 비슷한
김진근 배우 쪽이 보다 카리스마 있게 다가왔다. 김진근 배우는 고 김진아 배우의 동생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옐레나 역 김샛별 배우는 객석의 관객도 가슴 설레게 만들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요염한 몸짓 하며 나긋나긋한 목소리 하며 옐레나의 매력을 멋들어지게 표현해냈다.
아스뜨롭과 바냐의 가슴 두근거림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을 만큼.

쏘냐 역 이규빈 배우의 연기도 무척 좋았다.
거울을 보며 쏘냐가 못생겼다고 침울해하는 장면에서 갭이 느껴질 정도로 귀여운 매력이 있었다.
쏘냐는 등장인물 중 가장 어리지만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연극을 마무리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우리도 언젠가 쉬게 되는 날이 올 거예요라며 바냐를 다독이는 모습에선 인생을 달관한 초인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무대는 여닫이 창문이 가득한 단란한 저택의 거실을 연상시키게 꾸며졌다.
세례브랴꼬프 교수의 대사에 의하면 방의 개수만도 수십 개가 되어 미로와 같은 곳이라고 할 정도로 대저택이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위치한 그윽한 전원 풍경이 있는 넓다란 영지를 보유한 대저택을 상상하면 되겠다.
대저택이라는 배경을 사실적으로 꾸미기 위해 여러 개의 커다란 창문을 설치했는데
창틀이 많다 보니 배우들의 얼굴이 창틀에 가리기도 한다는 점은 단점이었다.

커튼콜 촬영 불가이므로 본문에 게재한 사진은
공연장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전훈 연출이 메일로 보내준 보도용 자료사진으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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