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초순에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연극 밑바닥에서를 관람했다.
러시아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창시자 막심 고리끼(Maxim Gorky)의 동명희곡 На дне(1902)이 원작이다.
국내에는 밑바닥에서란 제목 외에도 밤 주막이란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2014년에 김수로 프로젝트 고전 1탄으로 상연된 바 있고
이번 앙코르 공연은 작년에 김수로, 김민종 두 배우가 설립한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에서 제작한 첫 번째 연극이 되었다.

연극 밑바닥에서의 연출은 손효원, 김수로가 맡았고 공연시간은 1시간 45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루까 역에 강성진, 싸친 역에 김동현, 페페르 역에 김정환, 배우 역에 장한얼,
나타샤 역에 김주연, 바실리사 역에 노수아, 메드베제프 역에 장격수, 남작 역에 안두호,
부브노프 역에 김아영, 나스쨔 역에 김사울, 꼬스트일로프 역에 김한결, 끌레시치 역에 강민석,
안나 역에 윤정은, 끄바쉬냐 역에 곽영현, 알료쉬까 역에 신기환, 타타르인 역에 서경원 배우였다.

연극 밑바닥에서는 당시 러시아의 룸펜프롤레타리아의 희망이 없는 일상을 그린 사실주의극이다.
룸펜은 러시아어로 부랑자를 의미하고 프롤레타리아는 노동자계층을 의미한다.
즉 노동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계층임에도 노동의 의욕이 없어서
부랑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극빈층을 지칭하는 용어다.
사회주의의 창시자 칼 막스가 사용했던 용어이고 그는 이러한 룸펜프롤레타리아는
계급구조를 타파하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방해가 되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실을 여인숙으로 만들어 숙박업을 하는 집주인 꼬스트일로프.
꼬스트일로프의 딸뻘 되는 젊고 독기 가득한 아내 바실리사,
바실리사에게 학대 당하는 마음 여리고 아름다운 여동생 나타샤,
바실리사와 나타샤의 숙부인 경찰 메드베제프,
나타샤를 좋아하는 혈기왕성한 도둑 페페르,
노동에 지쳤음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열쇠공 끌레시치,
끌레시치의 병약한 아내 안나,
모자장수 부브노프, 만두장수 끄바쉬냐, 구두수선공 알료시까,
매춘부 나스쨔, 사기꾼 싸친, 몰락한 남작, 전직 배우, 타타르인(이슬람교도) 짐꾼.
그리고 순례자 루까.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하고 지저분한 지하실은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이곳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성지를 답사하는 순례자 루까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캐릭터다.
루까의 등장은 이곳의 일부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루까란 인물은 이곳 주민들이 어두운 지하실에서 벗어나
햇빛이 내리쬐는 지상으로 올라가도록 도와주는 마중물이 되어줄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병약한 안나가 숨을 거두자 루까는 홀연히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언니 부부의 학대를 피해 도움을 청하는 나타샤를 돕다가 페페르는 꼬스트일로프를 죽이고 만다.
이제 이곳을 벗어나 자유롭게 여행을 하겠다던 전직 배우는 스스로 목을 맨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장소가
답답한 지하실이 아니라 신선한 공기와 따사로운 태양이 있는 지상이라는 점이랄까.

세상을 바꿀 의지는커녕 자신을 바꿀 의지조차 없는 룸펜프롤레타리아에게
찬란한 꽃길을 선물해주고 싶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커튼콜에서는 프랑스 영화 파리의 하늘 밑(Sous Le Ciel De Paris. 1951)의 주제가가
바이올린과 아코디언의 협연으로 흘러 극의 처연함과 비장미를 더하는 여운을 주었다.
연극 밑바닥에서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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