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2016/11/21 17:37 by 오오카미




지난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The Trojan Women)을 관람했다.
트로이의 여인들의 원작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동명희곡이다.
에우리피데스가 기원전 4세기의 작가이니 약 2500년 전의 희곡인 셈이다.
고대 그리스의 희곡을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 접하면서 그 감흥을 느껴볼 수도 있다니 멋진 일이다.



하지만 서양의 고전희곡을 우리 전통노래인 판소리로 표현하겠다니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으나 웬걸.
판소리에 녹아있는 한(恨)의 정서와 전쟁에서 참패한 트로이 여인들의 정서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공연시간은 115분이고 
싱가포르 예술축제의 예술감독인 옹켕센이 연출을, 배삼식 작가가 원작을 각색하여 창극 극본을,
대명창 안국선이 판소리를, 정재일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인물은 김금미 배우가 연기하는 트로이의 여왕 헤큐바(Hecuba. 헤카베)다.
트로이의 마지막 왕비인 헤큐바는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간에 십년간 펼쳐진 트로이전쟁에서
남편 프리아모스 왕을 비롯하여 헥토르, 파리스 등 수많은 자식들을 잃은 비운의 여인이다.
게다가 전쟁이 끝난 후 노예로 끌려가던 도중에 
장남 헥토르가 남긴 트로이 왕가의 마지막 핏줄인 갓난아기 손자마저
그리스군에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헤큐바의 한은 처절하고도 처연한 것이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헤큐바의 절규로 시작하여 헤큐바의 절망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헤큐바는 자신의 비극을 스스로 토해낸 후 딸 카산드라와 며느리 안드로마케의 슬픔 또한 감내해야만 했다.



이소연 배우가 연기한 카산드라는 헤큐바의 딸, 즉 트로이의 공주다.
카산드라를 어여삐 여긴 아폴론으로부터 예언의 능력을 선물받았지만
그의 구애를 거절한 대가로 그녀의 예언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무용지물의 것이 되고 마니
트로이 목마를 성 안에 들여놓으면 안된다고 예언하였음에도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전쟁 후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후첩이 되어 그리스로 끌려가게 되고
작품에선 언급되지 않지만 그리스에 끌려간 후 아가멤논의 정실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당한다.
자신의 처녀성을 가문의 원수인 적의 총사령관에게 바치게 된
슬픈 운명의 여인 카산드라의 분노는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았다.



헤큐바의 며느리, 즉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 역에는 김지숙 배우였다.
그리스 연합군의 아킬레우스와 트로이군의 헥토르의 대결은 영화 트로이의 명장면이기도 하다.
안드로마케는 이 전쟁에서 남편 헥토르뿐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와 일곱 명의 오빠 또한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전쟁 후에는 철천지 원수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첩이 되고 마는 비운의 여인이다.
또한 후한을 두려워한 그리스군들에 의해 헥토르가 남긴 어린 아들마저 잃게 되었으니
그녀의 한 또한 헤큐바 못지 않은 것이었으리라.



그리고 트로이의 여인들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인 중 마지막 한 명은
트로이 전쟁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헬레네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황금사과의 주인으로 아프로디테를 지목했고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여인이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였던 것이다.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그리스 연합군을 조직하여 트로이를 침공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헬레네는 전쟁 후 트로이에 상륙한 메넬라오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기에 놓이자
아직도 그를 사랑한다며 자신의 미모를 활용하여 목숨을 연명하는 비책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의 피와 비극을 이끌어내는 운명의 여인이므로 그녀의 존재 자체가 비극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아직도 자신을 잊지 못하는 남자에게 돌아가게 되었으니
어떤 의미에선 다른 세 여인과는 달리 비극을 회피하는 여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일까. 작품 속에서 사용되는 악기는 대부분 판소리에 어울리는 우리 악기이지만
헬레나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피아노가 사용된다. 피아노는 음악감독 정재일이 직접 연주하여 더욱 감미로웠다.
또한 여성 배역이지만 여배우가 아니라 남자배우 김준수가 캐스팅되었다.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헬레나는 다른 트로이의 여인들과는 차별을 두고 있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한과 서러움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판소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물론 마당놀이 등 신명나는 공연에서도 판소리가 잘 어울리긴 하지만
슬픔을 표현함에 있어서 탁월한 장르임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또한 전통 판소리의 경우 옛말과 방언을 가사에 그대로 적용하는 면도 있고 하여
우리말임에도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있으나
트로이의 여인들에선 표준어를 가사로 그대로 사용하고
소리 내는 창법에서만 판소리를 사용하고 있어서 가사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리스 고전희곡을 경험하며 연극의 역사와 깊이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우리음악 판소리를 활용한 창극으로도 얼마든지 서양극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동서양의 화합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기도 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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