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페리클레스 2016/11/15 22:35 by 오오카미




지난 주말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대작 연극 페리클레스를 관람했다.
페리클레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희곡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잘 알려진 제목이 아니라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셰익스피어가 1610년을 전후하여 그의 말년에 쓴 네 편의 로맨스극 중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로맨스극은 주인공이 가족 또는 연인과 이별하고 기나긴 방랑을 거치는 등 고난을 경험하지만
결국에는 헤어진 이들과 재회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줄거리의 희곡을 가리키는 문학용어다.
페리클레스, 심벨린, 겨울이야기, 템페스트(폭풍우) 이들 네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로맨스극이다.









공연장 로비에는 출연배우들의 사진과 배우들이 사진 위에 직접 쓴 사인이나 좌우명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던 유인촌 배우가 출연하여 특히 주목을 끌고 있고
유인촌 배우의 아들 남윤호 배우가 주인공 페리클레스에 캐스팅되어
부자 배우가 한 작품에 함께 출연한다는 점으로도 또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공연이다.
뉴스 기사를 찾아보니 페리클레스는 작년에도 막을 올렸고 당시에도 두 부자가 함께 출연했다고 한다.
해를 바꾸어 같은 작품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출연하여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1부 75분, 인터미션 15분, 2부 85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미션 포함 공연시간이 거의 3시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평일 저녁 공연이 오후 8시에 막을 올리지만 페리클레스는 7시 45분에 시작된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한마디로 블록버스터급 명작이었다.
토월극장 무대 위에 50톤의 모래를 깔아놓아 마치 해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모래는 영겁과도 같은 기나긴 시간을 상징하는 한편
흩어졌다가 다시 쌓이는 모래는 출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윤회하는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페리클레스는 티레 왕국의 젊은 왕이다.
안티옥 왕국의 왕이 내는 수수께끼를 풀면 아름다운 공주를 신부로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페리클레스는 안티옥를 찾아가 답을 맞히면 공주를 신부로 얻지만
틀리면 목숨이 달아나는 왕의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왕의 수수께끼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답은 안티옥 왕가의 비밀과 관련된 것이었기에 답을 말해도 죽임을 당할 것이 뻔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페리클레스는 자신의 왕국으로 도피하지만
분노한 안티옥 왕은 도망친 페리클레스를 쫓아 티레 왕국으로 군대를 파견한다.
페리클레스는 안티옥 왕이 노리는 것은 나의 목숨일 테니 내가 나라를 떠난다면 
왕국은 안전할 거라 생각하고는 국정을 중신에게 맡기고 몇몇 부하를 데리고 배를 타고서 방랑길에 나선다.

작품 속에는 티레 왕국과 안티옥 왕국 이외에도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었으나 배에 싣고 온 물자를 나누어준 페리클레스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는 다쏘 왕국,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되어 해안가에 떠밀려온 페리클레스가 어부들에게 구출된 후
그 나라의 무예대회에 출전하여 우승하고 왕의 딸 타이사 공주와 결혼까지 하게 되는 펜타폴리스 왕국,
안티옥 왕이 죽은 후 티레 왕국으로 돌아가는 항해 도중 바다 위에서 딸 마리나를 출산하고 숨을 거둔
타이사 공주는 관에 넣어져 수장되나 그녀의 관이 조류에 이끌려 도달하게 되는 에베소 왕국,
페리클레스는 은혜를 베풀었던 사서스 왕국의 왕에게 갓 태어난 딸 마리나를 맡기지만
세월이 흐른 후 마리나의 국민적 인기가 높아지자 사서스 왕가의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한 왕비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워진 마리나가 달아나다가 해적에게 붙잡혀 팔려가는 사창가가 있는 미틸레네 왕국이 등장하여
그야말로 다채로운 이야기가 십수 년이라는 세월에 걸쳐서 그려진다.


1부에서는 주로 페리클레스의 이야기가, 14년의 세월이 흐른 2부에서는 주로 마리나의 이야기가 다루어졌다.
한 편의 서사시와 같은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각 왕국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려지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고조시켰다.
극단 여행자 대표이기도 한 양정웅 연출의 작품 해석력과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유인촌 배우는 이 연극을 보고나니 그냥 배우가 아니라 대배우라 부르고 싶어졌다.
무대를 장악하는 그의 카리스마는 실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시간 여행자이자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인도하는 가이드 가우어 역과
늙은 페리클레스를 연기하며 원숙미 가득한 연기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인터미션 때에는 넉가래를 들고 나와 직접 모래를 고르면서
객석의 관객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푸근하고 친근한 면모를 보여주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날 연극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젊은 페리클레스 역 남윤호 배우의 부상이었다.
공연 도입부에 배우들이 무대 뒤가 아니라 객석 입구에서 등장하여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있는데
전날 공연에서 어두운 객석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두 군데 골절상을 입었다고 한다.
배우들의 활동량이 많은 작품이므로 직접 몸으로 연기할 수가 없어서
무대 구석에 놓인 휠체어에 앉아서 대사 연기만을 해야 했다. 
그를 대신하여 젊은 페리클레스의 몸짓 연기는
다쏘 왕비에게 마리나의 암살을 지시받는 레오니네 역의 김도완 배우가 대신했다.

남윤석 배우는 극단 여행자가 제작한 연극 정글북을 통하여 좋은 연기력을 가진 배우란 것을 확인한 바 있기에
그가 연기하는 페리클레스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주인공 페리클레스를 직접 연기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무대에 서지 못하는 배우 본인이 가장 컸을 것이다.
빨리 회복해서 멋진 페리클레스를 몸소 보여주길 응원해 본다.



김범진 배우는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난쟁이 왕자 티리온을 연기하는 피터 딘클리지를 떠오르게 했다.
안티옥 왕의 사자, 미틸레네 사창가 포주 삼총사의 부하 볼트 등을 연기한 그는
객석에 웃음을 주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1인 다역을 연기하며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극단 여행자의 연극 정글북 등을 통하여 낯익은
김도완, 한인수, 김상보 배우를 다시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사창가를 찾는 단골손님이었으나 마리나에게 교화되어 회개하고 그녀를 떠받들게 되는
미틸레네 왕국의 총독 리시마쿠스 역은 한윤춘 배우였다.

고전극이므로 배우들의 의상이 고증에 입각하지 않을까 생각하였으나 그렇지도 않았다.
느낌상으로는 반반이랄까. 고전극다운 의상도 있었으나 현시대의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오기도 하여
의상과 소품에서부터 퓨전극의 느낌을 확연히 보여주는 연극이기도 했다.
안티옥 왕은 선글라스를 쓰고 마이크를 손에 들고 나오기도 했으며
작품 속에는 캔음료, 아이스박스 등 오늘날의 소품이 그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마리나를 납치하는 해적단은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루피 일당 복장으로 등장하여 웃음을 주기도 했다.



마리나 역 전성민 배우는 청초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배우였다.
마리나는 온갖 욕망이 들끓는 사창가를 성스럽고 경건한 분위기가 감도는 장소로 바꾸어버릴 정도로
기품과 매력을 지닌 캐릭터인데 전성민 배우는 그런 마리나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청아한 목소리의 노랫소리도 좋았고 콧소리로 흥얼대는 허밍도 감미로웠다.

그 외 김은회, 이국호, 전중용, 김대진, 정제우, 장현석, 김진곤, 조찬희, 장지아,
이화정, 김호준, 서동오, 김명연 배우가 출연하여 명품연극 페리클레스를 완성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올해 관람한 공연 중 단연 최고였다고 손꼽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었다.
이토록 멋진 연극을 접하고 나면 머릿속이 맑아지고 가슴속이 시원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벅찬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준 배우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영원히 잊지 못할 명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연극 페리클레스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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