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노서아 가비 2016/11/01 09:53 by 오오카미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에서 뮤지컬 노서아 가비를 관람했다.
노서아 가비는 러시안 커피를 한자 발음을 가져다 표기한 가차자 표기가 되겠다.
흰물결아트센터는 첫 방문이었다.
서초구에는 공연장 수가 적은 걸로 알고 있는데
연혁을 보니 예전부터 갤러리가 운영되었던 곳이고 공연장 화이트홀은 개관한 지 몇 년이 된 것 같다.
다양한 공연장을 접해보는 것도 공연관람의 즐거움 중 하나다.



창작뮤지컬 노서아 가비의 원작은 불멸의 이순신 등을 집필한 김탁환 작가의 동명소설이다.
소설 표지에는 사랑보다 지독하다는 카피로 제목 러시안 커피를 채색하고 있고
고종에게 매일 최고의 커피를 올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이야기라고 책을 소개하고 있다.
원작소설은 김소연, 주진모 주연의 영화 가비(2012)로 제작된 바도 있다.

뮤지컬 노서아 가비의 여주인공은 따냐다.
따냐의 아버지는 역관(통역관)이었으나 조정의 물건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참수당한다.
이후 따냐는 러시아로 건너가 흑곰단이라는 사기꾼 조직의 일원이 되어
은여우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러시아 귀족들의 지갑에서 돈을 긁어모은다.

하지만 따냐는 또 다른 사기꾼 조직 갈범무리단을 이끄는 조선인 출신 이반의 매력에 이끌려
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흑곰단을 뒤로하고 이반의 조직에 합류한다.
한때는 역관이었으나 쫓겨난 후 조선왕가에 원한을 품고 있던 이반은
일본측의 사주를 받고 고종을 독살할 음모를 계획하나 따냐에게는 비밀로 한다.

1896년 아관파천으로 고종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가 있는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고 있었다.
베베르에게 접근하여 그의 환심을 산 이반의 사전공작에 의해
따냐는 러시아 공사관에 고종의 바리스타로 취업하게 된다.
그 전까지는 베베르의 처형 손탁이 고종의 커피를 내렸으나 이제 따냐가 그 일을 맡게 된 것이다.
따냐 역시 일가를 몰락시킨 왕가에 대하여 증오심을 품고 있었지만
공사관에 피신해 있는 고종의 모습이 측은하게 여겨졌고
자신을 환대해주는 고종의 모습에 증오심은 점점 옅어져 간다.

한편 흑곰단은 배신자 따냐를 처단하기 위하여 자객들을 파견하지만
이반 부하들의 희생과 따냐의 소꿉친구이자 흑곰단의 일원이었던 강찬의 도움으로 따냐는 위기를 모면한다.
따냐는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웠던 일당 중에 이반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이반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고종에게 작별을 고하지만
길을 떠나다가 이반이 커피에 독을 타서 고종을 독살할 거라는 계획을 전해듣고는
공사관으로 달려가 고종의 독살을 가까스로 막아낸다. 그리고 이반은 참수된다.



뮤지컬 노서아 가비의 공연시간은 인터미션 없이 2시간 5분이다.
소설이 원작이기도 하여 전반적인 이야기의 틀은 잡혀져 있지만
따냐가 러시아에서 귀족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전반부와
고국에 돌아와 고종의 바리스타로 위장근무하는 후반부에 있어서
전반부가 동(動)적이라면 후반부는 정(靜)적인 분위기가 강하여
오히려 뒤로 갈수록 극의 분위기가 다운되는 느낌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따냐의 경우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그로 인하여 자신의 인생이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조선 왕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이 클 수밖에 없었음에도
왕의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그러한 증오가 사그라들고 왕의 목숨을 구하기까지 한다는 설정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역시나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기대했던 대로 금조 따냐의 가창력은 안정적이었고 여주인공으로서 매력이 넘쳤다.

반면에 극 속에서 따냐가 반해 버리는 남자로 설정된 이반보다는
위기 때마다 따냐 앞에 나타나 그녀를 구하는 흑기사 강찬이 보다 매력 있게 비추어졌기에
강찬을 남자주인공으로 띄우는 쪽으로 각색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좌로부터 갈범무리단 일원 두두 역의 이상근, 모래여우 역의 김유현, 장옌 역의 한충의 배우.



좌로부터 따냐의 호위무사 강찬 역의 신윤철, 손탁 역의 전소영, 베베르 공사 역의 박정우 배우.



고종 역의 최정수 배우.



따냐 역 금조, 이반 역 이승현 배우.



나인뮤지스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걸그룹이기에 금조 따냐를 만나볼 수 있어 특히 좋았다.



뮤지컬 노서아 가비.
내용을 조금 더 매끄럽게 다듬는다면 분명 더 나은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관람하며 아관파천과 등장인물 중 실존인물들에 대해서도 조사해보게 되었다.
손탁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처형으로
1902년에 정부에서 건립한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손탁호텔의 지배인이었다고 한다.
손탁은 한국식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안토니트 존탁으로 독일계 프랑스인이고 여러 언어에 능통했다고 한다.
손탁호텔은 정동교회 뒤쪽에 위치했었고 현재는 터가 있었음을 알리는 비석만 남아 있다.
그리고 구 러시아공사관은 한국전쟁 때 건물 본체는 파손되었으나
건물의 일부였던 탑이 현재 정동공원에 남아 있다고 한다. 부근에 갈 일이 있으면 언제 한번 들러볼까 한다.
역사 유적지에 발을 옮겨보게 만드는 것도 공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노서아 가비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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