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2016/08/15 14:10 by 오오카미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출판사 다산북스의 청소년문학 브랜드인 놀에서 지난달에 출간한 신작이다.
책 표지만 처음 보았을 때에는 코믹 웹툰의 단행본인 줄 알았다.
추리닝 차림의 젊은이와 쭈그렁 할머니가 나란히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림은
제목에 시체란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시체를 묻은 구덩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제목도 그렇고 표지그림도 그렇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었다.

표지와 제목에 이끌린 후 박연선 작가의 약력을 보고서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손예진과 감우성이 주연했던 SBS드라마 연애시대의 각본을 맡았던 드라마작가였기 때문이다.
연애시대는 일본소설이 원작이지만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박연선 작가의 각색에 의해 주옥같은 대사가 난무하는 명품드라마로 다듬어졌다.
필자 역시도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였기에 
연애시대 대본을 집필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에 대한 기대치는 커져만 갔다.

띠지의 홍보문구에는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탄생이라고 쓰여 있다.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란 하드보일드에 대항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코지 미스터리의 특징은 폭력성과 선정성을 가급적 배제한다는 점,
주인공이 탐정이나 경찰 등 직업적 수사관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점,
사건이 발생하는 지역이 협소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노파 탐정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시리즈가 대표적인 코지 미스터리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드라마작가가 집필한 소설답게
활자를 읽고 있음에도 영상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각 장면의 묘사가 생생했고
무엇보다도 인물들의 대사가 정말 찰져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사처럼 느껴졌다. 
동료 드라마작가의 추천평 중 새로 생긴 중국집에 짬뽕을 배달시킬 생각이었으나
전화하기 전에 이 책을 손에 들었다가 결국 그날 짬뽕을 시켜먹지 못했다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주문전화하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는 얘기니까.
필자 역시도 일요일 오후에 이 책을 손에 들고서는 결국 끝까지 완독하고야 말았다.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의 주인공은 삼수생과 백수의 중간쯤에 위치한 21세의 여성 강무순이다.
친할아버지 장례에 참석하고자 첩첩산중에 위치한 두왕리에 내려갔다가 아침잠 때문에 유배되는 인물이다.
무순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장례에 참석했던 가족과 친지는 모두 떠난 후였고
홀로 남은 할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메모와 함께 50만원이 든 봉투가 남겨져 있었다.
왕복 2차선 도로가 마을에서 가장 넓은 도로이고 시내까지 오가는 버스가 시간당 한 대 있는
오지에 버려진 주인공은 따분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할아버지 책들 속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그린 그림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15년 전 그러니까 무순이 여섯 살이던 시절의 여름, 시골에 내려왔을 때 그린 그림이었고
보물지도라고 쓰여 있었다.

여섯 살짜리 꼬맹이가 그렸던 이 보물지도 한 장이 계기가 되어
15년 전 두왕리에서 하룻밤 사이에 네 명의 소녀가 실종되었던 비극적인 사건이 재조명된다.
무순의 친할머니 80세의 홍간난 여사를 비롯하여 마을사람 모두가 입에 올리기도 꺼려하는
미제실종사건이 서울에서 내려온 삼수생을 가장한 백수 처녀에 의하여 다시 들추어지게 된 것이다.



소설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손에서 놓고 쉬었다 읽기가 싫었을 정도로.
초등학생도 알아차릴 것 같은 다임개술의 의미를 몰라서 끙끙대면서도
실종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는 말 많고 생각 많은 여주인공 무순은 물론이고
드라마 보는 것이 낙이고 부지런한 것이 천성이고 오지랖 넓은 홍간난 여사,
두왕리의 명문가 경산 유씨 종손의 외아들로 주인공이 반해 버리는 꽃미남 중학생 꽃돌이,
두왕리의 최대 번화가 삼거리에서 쭈그려앉아 공기 집기하는 덩치 큰 바보 아재 일영이 등
개성 강한 캐릭터가 즐비하여 이야기에 활기를 더해 준다.



전체적인 작품의 구성은 총 13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1장부터 12장의 끝부분에는 죽음을 앞둔 인물의 독백이 2페이지씩 주마등이란 제목으로 첨부되어 있다.
강무순과 홍간난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수시로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기에
이 소설이 미스터리소설을 가장한 개그소설 아닌가 의아해지려는 시점에서
각 장의 끝부분에서 죽음의 공포에 직면한 인물의 독백을 첨가함으로써
이 이야기는 미스터리소설이 맞다는 것을 독자에게 환기시키는 참신한 구성이었다.
작품의 마지막장인 13장의 말미에는 홍간난 여사의 독백이 추신이란 제목으로 첨가되어 있는데
모든 장이 끝났음에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던 보물지도 탄생의 비화가 이 추신에서 넌지시 암시되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도 상쾌한 충격을 던져주는 웰메이드 추리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드라마든 영화든 또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연극이든
다른 장르로 변화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곧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울러 이야기꾼 박연선 작가의 다음 소설도 꼭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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