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연극 양덕원 이야기를 관람했다.
민복기 작, 이상우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95분이다.

송강호, 유오성, 이성민 등 친숙한 이름의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 차이무의 20주년 기념작이어서 더욱 관심이 가는 작품이기도 했다.

연극 양덕원 이야기의 배경은 강원도 홍천의 시골마을 양덕원이다.
양덕원에 사는 아버지가 위독하단 소식에 자식들이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3시간 뒤면 운명하실 거란 아버지는 3일이 지나도 석달이 지나도 떠나지 않으신다.
이 기간 동안 장남 관우, 차남 관모, 막내 영이는 자신들의 주거지와 고향을 오가게 되고
고향집에 함께 모였을 때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혈육간의 애증을 나눈다.
한편 양덕원 고향집에는 이들 가족의 이웃인 염쟁이 지씨도 문안차 자주 들른다.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의 전우였던 지씨는 아버지와는 형제처럼 막역한 사이다.
술에 취한 지씨는 마당 평상에 앉아 형수에게 언니(형님)와의 추억을 늘어놓기도 하고
언니의 염은 꼭 내 손으로 해드릴 거라며 형수의 손을 꼭 잡기도 한다.
(친한 동생인 지씨는 형님 대신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나이차가 나는 남자 사이에서도 언니라는 호칭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연극 양덕원 이야기는 한마디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야기였다.
자기 살기 바쁜 형제들이 오랜만에 고향에 모여 옛날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그동안 마음 속에 담고 있던 말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도 하고
가족처럼 가까운 이웃사촌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연극에는 어머니와 세 자식 그리고 이웃 지씨 이렇게 5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가족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염쟁이 지씨다.
그 이유는 연극의 중반부에서 지씨가 형수를 찾아와 한국전쟁 당시를 회상하는 장면 때문이다.
꽤 긴 시간이 할애되기도 했고 지씨 역을 연기한 강신일 배우의 연기가 무척 감칠맛 났다.
술에 취해 언니를 찾아와서는 형수 앞에서 술주정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추태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형님 내외를 아끼고 생각하는 친한 동생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도 했다.
연극의 중반부까지만 하더라도 이웃 지씨의 비중이 너무 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연극의 후반부에 접어드니 그 생각은 바뀌었다.
가까운 이웃이 멀리 있는 혈육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극단 차이무는 몇 년 전 연극 거기를 관람하면서 알게 되었고
이름 있는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이라고 하여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도 좋은 배우를 양산하는 극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응원한다.
연기의 원천이 되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연극무대이니까.
연극 양덕원 이야기 커튼콜.
좌로부터 김미수, 강신일, 박지아, 김민재, 김두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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