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2016/01/14 16:44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쇳대박물관 지하에 있는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연극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을 관람했다.
제목만 보면 진홍빛 소녀와 잠수괴물이 함께 등장하는 하나의 공연일 것 같으나
실은 그렇지 않고 진홍빛 소녀와 잠수괴물이라는 두 편의 공연을 동시상연하는 독특한 무대였다.

진홍빛 소녀는 작년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수상했고
잠수괴물은 재작년 2인극 페스티벌에서 희곡상을 수상했다.



진홍빛 소녀의 공연시간은 75분. 공연 첫날이었던
이날의 캐스팅은 은진 역에 신소현, 이혁 역에 나경민 배우였다.
인터미션 15분 후 상연된 잠수괴물의 공연시간은 55분.
이날의 캐스팅은 아버지 역에 장정학, 아들 역에 김영택 배우였다.



진홍빛 소녀는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막이 오르면 대학교수 이혁이 객석을 향하여 강의를 시작한다.
강의의 주제는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의한 살인이었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구조의 손길을 내밀지 않아서 그 사람을 죽게 방치했다면
구조하지 않은 이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이혁이 집에 돌아와보니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아원에서 함께 지냈던 은진이었다.
은진은 고아원 방화로 50여 명을 죽게 하여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형무소에 있어야 할 그녀였지만 자격증 실기시험을 치르게 되어 17년만에 귀휴를 허락받았다.  
보호감찰관의 눈을 피해 첫사랑 이혁을 만나러 온 은진. 과연 그녀의 목적은 무엇일까.

은진 역 신소현 배우의 연기가 특히 좋았다.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다가
불현듯 상대방의 의표를 찌름으로써 궁지에 몰아넣는
그녀의 연기에는 섬찟함마저 느껴지는 흡인력이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17년 전 고아원 방화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연약했던 소녀를 철저하게 유린한 악인들은 불길 속으로 사라졌지만
착한 소녀는 독기를 품은 여인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여인의 마지막 선택을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속에는
연극 첫머리에서 마주했던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연극 진홍빛 소녀 커튼콜.



인터미션 시간 동안 스태프들이 무대를 바꾸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진홍빛 소녀와 잠수괴물 두 작품 모두 한민규 작, 이지수 연출이었지만
이번처럼 전혀 다른 두 개의 공연을 하나의 무대에서 연이어 접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아직 없었던 오래전 학생시절에 
학교 근처의 허름한 극장에서 동시상영으로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았던 때가 아련히 떠올랐다.

잠수괴물은 뮤지컬이었다.
2인극이었음에도 음악 반주가 엠알이 아니라 라이브여서 극에 생기를 더했다.
이 작품은 좌초된 잠수함의 함장실 실내를 배경으로 했다.
외부와의 연락은 두절되었고 잠수함은 심해 깊은 곳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극한 상황.
함내의 생존자는 두 사람이었으니 함장인 아버지와 부함장인 아들이었다.
탈출정은 1인승 한 대뿐이었기에 아버지와 아들은 자신이 배에 남고 상대방을 살리겠다고 옥신각신한다. 
그러나 언쟁 중에 과거사가 밝혀지고
이로 인해 상황이 반전하여 이젠 서로 자신이 살겠다고 다투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다.

잠수괴물은 사실의 왜곡 또는 오해가 불러일으키는 참상을 풍자한 작품이었고
혈육간의 다툼이란 소재가 씁쓸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뮤지컬 잠수괴물 커튼콜.



작년 가을에 열렸던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의 일정표.
배우 정보석 씨와 바통터치를 한 박해미 씨가 새로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2인극은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1인극인 모노드라마에선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다채로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러 배우가 등장하는 웅장한 무대에서 느껴지는 번잡함이 없다.
오롯이 무대 위의 두 배우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관객의 몰입도 또한 커진다.
2인극 페스티벌의 출품작을 접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무척 신선했다.
올해부턴 2인극 페스티벌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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