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당아트홀에서 연극 겨울 선인장(冬のサボテン)을 관람했다.
이 작품은 2년 전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히로스에 료코, 카가와 테루유키, 차승원 등
한일 배우들이 함께 출연했던 한일합작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ぼくに炎の戦車を)의
작, 연출을 맡았던 재일한국인 정의신(鄭義信) 씨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극 겨울 선인장은 정의신 작, 김지원 연출, 공연시간은 1시간 45분.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카즈야 역에 김한, 후지오 역에 서한열,
하나짱 역에 윤혁진, 베양 역에 박현철, 류지 역에 김기범 배우였다.

연극 겨울 선인장은 시놉시스만 보면 야구부 OB(올드보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스포츠 연극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연극은 게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즉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연극의 배경은 시종일관 카와키타고교 야구부의 부실이다.
연극의 첫 장면은 고교 졸업 후 10년째, 마지막 장면은 20년째다.
고교를 졸업한 후 매년 날을 정해서 야구부 출신의 OB들이 모교에 모여 친선시합을 가진다.
동창회를 겸한 친선모임이기도 하고 코시엔(甲子園) 진출을 앞두고
사고로 생을 마감한 선수 류지를 추모하는 모임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인 카즈야, 후지오, 하나짱, 베양은 모두 동성애자다.
카즈야와 후지오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이지만
카즈야는 장남이라는 이유를 들어 후지오와의 관계에 선을 긋고 있다.
평상시에도 여장을 하는 하나짱은 게이바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보다 어린 베양은 서른이 넘도록 동정인 초식남이다.
연극 겨울 선인장은 이들 네 인물이 모교 야구부실에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류지라는 훌륭한 선수를 함께 기억하고 있고
야구부 활동을 하며 흘렸던 서로의 땀냄새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
함께했던 과거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이들.
우리네 인간관계와 다르지 않다.
카즈야와 후지오의 갈등을 주축으로 하는 한편
하나짱과 베양이 감초 역할을 하여 갈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 캐릭터의 개성이 잘 살아있고 연극 속 인물들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어서
앞서 관람했던 가을 반딧불이와는 달리 겨울 선인장은 흥미진진하게 관람했다.
여장남자 하나짱을 연기하며 목소리에도 여성스러움을 가미한 윤혁진 배우가 주목할 만했다.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처럼 혹독한 계절을 상징하는 겨울이 오더라도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인 선인장처럼
소수자들은 현실의 난관을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정의신 작가의 연극은 쥐의 눈물을 시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로 접한 작품이었는데
야끼니꾸 드래곤 등 그의 또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되는 대로 관람해보고 싶다.
연극 겨울 선인장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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