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현재씨어터에서 연극 스피킹 인 텅스를 관람했다.

이 작품의 원작자는 호주의 시나리오작가이자 희곡가인 앤드류 보벨(Andrew Bovell), 연출에 김동연.
연극은 전체 3막으로 구성되었으며 1막은 1부에서, 2막과 3막은 2부에서 진행된다.
공연시간은 1부 70분, 인터미션 10분, 2부 50분으로 구성되었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에선 4명의 배우가 9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한다.
그나마 1부는 등장인물이 네 명이고 공연시간이 한 시간 이상 할당되었기에 난해함이 덜하지만
2부는 1부보다 짧은 시간을 할당했음에도
두 개의 막으로 구성된 데다가 등장인물이 여섯 명이나 되어서 이해도를 높이려면 집중력이 요구된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가 이해하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점은
한 배우가 여러 배역을 연기하기 때문은 아니다. 왜냐하면 배우란 천의 얼굴을 가진 직업이기 때문에
의상을 갈아입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말투에 변화를 띠고 등장하면 이미 딴사람이기 때문이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가 다소 어렵고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 무대 위에 복수의 공간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하여 순서대로 대사를 발한다.
무대배경 등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하나의 무대이기 때문에
등장인물 모두가 동일한 시간에 한 공간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극속의 설정은 그렇지가 않다.
인물들은 각각 다른 공간에 존재하며 시간대 또한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각 인물들이 발하는 대사를 연결해보면
마치 한 공간 안에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연결이 된다.
상식과는 다른 시공간의 설정. 그것이 이 연극을 난해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레온&닉 역에 이승준, 피트&닐&존 역에 김종구,
쏘냐&발레리 역에 강지원, 제인&사라 역에 김지현 배우였다.
외도를 테마로 하는 1부보다는 여인의 실종사건을 다룬 2부 쪽이 보다 긴장감이 있었다.
1부보다는 미스터리와 스릴적 요소를 갖춘 2부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면 극의 난해함도 덜했을 것이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는 서로 다른 시공간을 하나의 무대 위에 혼재시키는 기법을 활용하여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표현함과 동시에 인물들간의 애증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그린 연극이었다.

이 연극은 커튼콜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해외공연의 라이선스를 획득할 때 커튼콜 촬영 허가 조건을 첨부해주면 좋겠다.
커튼콜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여 추억함으로써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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