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갈매기 2015/05/07 11:13 by 오오카미


연극 갈매기를 미아리 예술극장(구 아리랑아트홀)에서 관람했다. 



미아리 예술극장은 미아리고개의 정상, 미아구름다리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공연장 입구는 매표소 옆 계단을 올라가면 우측에 위치한다. 



미아구름다리. 



공연장 입구 앞 공터에는 단장의 미아리고개의 노랫말을 적은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한국전쟁 때 패퇴하던 인민군 놈들이 애국지사와 저명인사들을 쇠사슬에 묶은 채 
북으로 끌고 갔고 피랍자의 남겨진 가족들은 이 고개에서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홉의 대표작 갈매기.
2009년에 극단 여백의 공연으로 접한 이후 오랜만에 극단 백수광부의 공연으로 갈매기와 만났다. 
전인철 연출, 공연시간은 1부 75분, 인터미션 10분, 2부 75분이었다. 
음악감독 백경윤 씨가 아코디언을 라이브로 연주하여 극의 사실감을 더해주었다. 

날개가 꺾인 갈매기처럼 꿈을 펼치지 못하고 좌절하는 젊은 청년 꼬스짜 뜨레쁠레프 역에 양윤혁,
꼬스짜가 사랑한 여인, 풋풋한 배우지망생 니나 역에 제정경, 
꼬스짜의 삼촌, 노쇠한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절름발이 소린 역에 장성익,
꼬스짜의 엄마, 부와 명성을 손에 넣은 여배우 이리나 아르까지나 역에 배해선,
이리나의 연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작가 뜨린고린 역에 박완규,
소린의 주치의,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의사 도른 역에 하성광,
소린 저택의 무능한 관리인 사므라예프 역에 박정민,
사므라예프의 아내, 도른을 연모하는 뽈리나 역에 김현영,
사므라예프의 딸, 꼬스짜를 짝사랑하는 마샤 역에 김경회,
가난한 학교선생, 마샤에게 마음이 있는 메드베젠코 역에 김효중,
꼬스짜의 하인 야코프 역에 문법준,
그리고 잠깐 등장하는 두 명의 여배우 하여 총 13명의 배우가 출연했다.

등장인물들간에 얽히고설킨 애증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가 보다.
연극 갈매기는 치정(癡情)을 그린 극이기도 했고 세대간의 갈등을 다룬 극이기도 했다.

꼬스짜가 연출하고 니나가 주연을 맡은 연극이 상연되는 장면에선
배우가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동적인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이리나가 데카당(퇴폐)이라고 비난하는 대목인 만큼 보다 퇴폐적인 연출도 가능하리라. 

안톤 체홉의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풀네임만큼이나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극단 백수광부의 갈매기는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도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게끔 잘 풀어놓은 연극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리나가 꼬스짜의 머리붕대를 갈아주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자가 화해를 시도하는 장면인 만큼 갈매기의 명장면이기도 하고 
호수를 상징하는 물 담긴 대야 속에 새 붕대를 넣어두어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자식보다 사랑을 선택한 여배우가 모처럼 모성애를 보여주는 대목인 데다가
아리따운 배해선 배우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지는 장면인 만큼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연극 갈매기 커튼콜 영상.

뮤지컬 배우로 잘 알려진 배해선 배우를 얼마 전 연극 멜로드라마에 이어서 갈매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녀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매력적인 이리나 아르까지나를 만들어냈다.

그녀가 연기한 여배우 아르까지나는 골초로 설정되었기에 수시로 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내뿜었으나
향이 좋은 담배였기에 담배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연극 무대에선 소품으로 진짜 담배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피우는 시늉만 해도 충분할 텐데 굳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는 연출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진짜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연극인의 고뇌를 표출할 수 있고 사실주의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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