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벌한 한파를 뚫고서 대학로 익스트림씨어터 2관에서
연극 시크릿 다이어리(구 S다이어리)를 관람했다.
친구 준짱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것은 꽤 오랜만인 듯.
뽕삼 돌김치떡삼겹에서 저녁을 먹고서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공연시간에 맞추어 공연장으로 향했다.

연극 시크릿 다이어리의 원작은 2004년에 개봉했던 김선아 주연의 영화 S 다이어리.
영화에서는 그 동안 실연의 아픔만을 경험해온 29세의 여주인공이
과거사를 꼼꼼하게 기록해놓은 자신의 일기장을 들고서 옛 남자들을 찾아가
사랑을 배신한 그들에게 사랑에 대한 보상금을 청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한다.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니 기존에 S다이어리라는 제목으로 상연되었을 때에는
여주인공의 동창친구가 신규캐릭터로 등장하는 점 이외에는
영화와 전반적인 스토리가 같았던 것 같으나
시크릿 다이어리로 제목을 변경하면서 연극의 내용도 다소 바뀐 듯하다.
여주인공의 복수 방식이 과거의 남자들에게 피해보상금을 직접 청구하는 방법이 아니라
SNS에 일기장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여주인공의 SNS가 인기몰이를 하자 과거 남자들이 만천하에 공개된
자신들의 과거사를 은폐하기 위하여 제발로 그녀를 찾아온다는 전개양상을 띠고 있다.
SNS가 화두인 시대인 만큼 보다 자연스러운 설정이라 하겠다.
연극 시크릿 다이어리는 수상한 흥신소, 웨딩브레이커 등을 제작한 극단 익스트림플레이의 작품인 만큼
믿고 볼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였고 유쾌한 시간을 맛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공연시간은 90분. 네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잡지사 기자인 29세의 여주인공 지혜 역에 오세미,
지혜의 고교동창이자 조력자 동순 역에 김유리,
지혜의 고교시절 첫사랑 규현과 직장시절 연하남 아인 역에 강민석,
느끼한 원예사와 대학시절의 연인 동혁 역에 장우진 배우였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로코 본연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개인적으로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로 꼽고 싶은 장면은
동혁이 지혜를 모텔로 유인하기 위하여 부단히 애쓰는 장면.
같은 남자로서 애처롭게까지 느껴지는, 그러나 웃기는 장면이었다.
연극의 주된 내용이 일기장의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과거 남자들과의 에피소드인 만큼
남녀의 이야기가 때로는 풋풋하게 때로는 야하게 완급조절을 하면서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
관객에게 자연스레 기억 속의 누군가를 회상해보게 하는 아련함이 있는 연극이었고
그 누군가를 향하여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을 되새겨보게 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연극 시크릿 다이어리 커튼콜.

좌로부터 장우진, 김유리, 오세미, 강민석 배우.

공연 후의 포토타임.

공연관람 후 대학로 맛집 중 하나로 알려진 뿔레치킨에서 2차를 가졌다.

이곳 명물인 까르보나라치킨을 안주로 준짱과 맥주를 나누었다.
크림소스로 인하여 프라이드치킨 특유의 바삭함을 느낄 수 없었으므로 남자들 취향은 아닌 듯.
한 해를 마감하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 또한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덧글
날씨 풀리면 정말 산에도 함 가자꾸나.^^
좋은 공연 잡히면 또 초대하마.
날 풀리면 시간 맞춰서 등산도 다녀오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