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남자에게 있어서 군대란 과연 무엇일까.
최근 군부대에서 연이어 일어난 사고 소식들을 접하면서
예비역의 한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휴전 중인 분단국가다.
그렇기에 국토방위를 위하여 총을 들고서 휴전선 북쪽의 적들과 싸울 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국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군대란 곳은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하려고 해도 힘든 곳이다.
훈련이 고되고 무엇보다도 철저한 계급사회다.
징병제이므로 아무리 힘이 들어도 그만둘 수가 없는 곳이다.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해서 회사에 사표 내던지듯 때려칠 수가 없는 곳이다.
군대를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ㅈ같다"라고.
그렇지만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부대원 중에는 나쁜 놈도 있을 수 있지만 좋은 사람도 분명히 있는 곳이다.
적이 쳐들어왔을 때 목숨을 걸고서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전우가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도 26개월의 군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다.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들의 걱정이 특히 클 거라 생각한다.
어머니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기강이 바로서는 대한민국 국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P.S. 원래 군부대에는 카메라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군생활을 회상할 수 있는 몇 장의 사진이 남아있는 것은
고참들이 휴가 나갔다가 귀대할 때 들여온 일회용카메라 덕분이다.
국방의 의무를 위하여 꽃다운 청춘의 몇 년간을 바친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일반사병들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주는 것도
소대장과 하사관 등 지휘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일병 혹한기 훈련 때.
이등병, 일병은 가장 힘든 시절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많이 먹게 되는가 보다.
가장 살이 많이 오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GOP 탄포천 소초 시절.
주간근무 복귀하며.

철책 제초작업 중.
철책의 시야 확보를 위해서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에는 수시로 제초기를 돌려야 한다.
철책 건너편으로 보이는 강이 임진강이다. 북쪽 애들 초소와의 거리는 약 1km.

오랜만에 사진을 들여다보니 다들 그리운 얼굴이다.
다들 잘 살고 있겠지.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가는 우를 범한 탓에 후임병은 물론이고 선임병들 중에도 나보다 나이 많은 이가 없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렸지만 큰 키처럼 마음이 넉넉하고 친형처럼 따뜻했던 최 병장은 고마운 고참이었다.
이 시간에도 경계근무를 서며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후배 장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덧글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과 드넓은 서부평야의 아름다운 풍경이 가끔은 그립습니다.
정 병장이 잘 부르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 떠오른다.
후임병들에게 잘해준 것도 없는데 댓글까지 달아주니 반갑고도 부끄럽네.
하는 일 모두 잘 풀리도록 건승을 기원하며 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