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관람했다.
작품의 제목은 변강쇠의 시대를 끝내고 옹녀의 시대를 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고선웅이 연출을 맡았고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으로 배우란 존재의 위대함을 일깨워준
김성녀 씨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국립창극단이 무대에 올렸다.

공연시간은 1부 1시간 15분, 인터미션 15분, 2부 1시간으로 총 2시간 30분 공연이다.
이날 공연은 옹녀 역에 김지숙, 변강쇠 역에 최호성 배우 캐스팅이었다.
공연 영상.
공연의 일부 장면을 발췌한 영상에서 혜민서 의녀들의 코믹한 연기를 느껴볼 수 있고
변서방을 돌려받기 위해 장승들 앞에서 바바리걸, 아니 한복걸이 되어 복수를 행하는 옹녀의 연기를 접할 수 있다.
외롭다며 남심을 자극하는 옹녀의 색기에 분기탱천한 장승들은 스스로의 열기에 의해 활활 타올라 재가 되고 만다.
커튼콜 영상.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18세 이상 관람가의 작품인 만큼
인간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욕구인 성적 유희, 이른바 남녀상열지사를
진솔하고도 해학적으로 잘 그려낸 공연이었다.
외나무다리에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건너가기 위하여 서로를 껴안은 자세로
몸을 밀착시킨 채 방향을 바꾸던 옹녀와 변강쇠의 대사를 예로 들어보면,
변강쇠가 옹녀에게 어서 지나가라고 다그치니
옹녀는 당신의 물건이 다리 사이에 끼여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대답한다.
변강쇠는 아랫도리의 그것은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물건이니
스님들이 외우는 불경을 들으면 차분해질 것 같다고 옹녀에게 독경을 부탁한다.
옹녀는 불경을 왼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리수리 사바하... 사바하아... 하아... 하아... 아아...
옹녀의 신음소리에 더욱 흥분된 변강쇠는 옹녀의 손을 끌고서 강가의 장승 뒤에서 거사를 치르는데
이때 두 주인공이 서로의 그곳을 탐닉하며 남녀의 그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기물가를 부른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로 손꼽는 김홍도와 신윤복도 남녀의 성행위를 묘사한 그림인 춘화를 그렸다.
성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은 풍류와 낭만을 즐기는 하나의 수단일 뿐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조선시대 당시의 변강쇠전은 서민들에게 고달픈 삶의 굴레를 잠시나마 벗어버리고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즐거움, 인간사에 숨어있는 쾌락을 맛보게 해준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성을 소재로 한 유쾌한 이야기와 흥겨운 장단의 우리음악이 어우러진 좋은 공연이었다.

옹녀 역을 연기한 김지숙 배우의 창이 특히 좋았다.
옹녀 역에 어울리는 미모와 남심을 자극하는 울림이 있는 소리에 공연을 관람하는 내내 푹 매료되었다.

공연의 전체적인 내용과 대사 그리고 음악에 이르기까지 현대적 색채를 적절히 가미하였기에
왠지 따분할 것 같은 고전 판소리가 아니라
고전과 현재가 잘 버무려진 퓨전 창극을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무대였다.
뉴시스 리뷰기사 - 명분 잘 만들면 외설도 작품된다

P.S. 국립극장에도 토끼가 산다.

공연 중에 내렸던 소나기가 그치니 싱그러운 녹음의 향기가 짙게 느껴지는 여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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