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쿠사마 야요이전 2014/05/25 18:13 by 오오카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예술의전당에서 개최 중인 쿠사마 야요이 전에 다녀왔다.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쿠사마 야요이 전은 한가람미술관에서 지금까지 열렸던 전시회 중 
가장 큰 규모의 전시회라고 한다.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전시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1층과 2층 전시실은 전시실 내부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이동이 자유롭지만
2층에서 3층으로 이동할 때에는 일단 전시실 밖 복도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하므로
2층 전시실을 나온 후에는 1층과 2층 전시실에 재입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도슨트의 해설을 들은 후 찬찬히 작품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
전시회 관람의 묘미라는 점을 생각할 때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도슨트 타임은 평일에는 10시, 11시, 12시, 2시, 5시에 있다. 
오전에 관람하는 분이라면 두 타임을 활용하여 첫 번째 도슨트와 1층과 2층을 돌아보고서
다시 한번 1층과 2층의 작품을 관람한 후 두 번째 도슨트와 3층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일찌감치 가서 1층과 2층을 먼저 돌아보고 도슨트 시간에 맞추어 3층까지 함께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사진은 뉴욕 활동 시절의 쿠사마 야요이.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는 1929년 출생의 일본 여성예술가다.
나가노현 마츠모토시에서 태어났고 쿄토시립미술공예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내에서 몇 차례의 개인전을 연 후 1957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1960년대에는 성 해방 운동의 의미를 내포한 해프닝(Happenings)이라 불리는
전위예술 퍼포먼스를 시도하여 전위의 여왕이란 호칭을 얻기도 했다.
1973년에 일본으로 돌아왔고 85세인 현재까지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1층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쿠사마 야요이의 인사말을 접할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를 대표하는 이미지 하면 바로 무한반복하는 물방울무늬(점, 땡땡이, Dot)라 하겠다.
1층 전시실은 크게 네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선 1층 전시실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한 인스톨레이션 작품 Dots Obssession.
커다란 빨간색 공뿐만 아니라 전시실 벽면과 바닥에도 물방울 스티커가 부착되었다면
더욱 화려하고 인상적인 느낌을 주었을 텐데. 그렇게 하기에는 전시실이 너무 넓었나 보다.  

*인스톨레이션(Installaion) - 예술가의 창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배치되는 공간까지도 아울러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하는 설치미술. 관객은 감상을 넘어선 체험을 하게 된다.  


공 모양의 물체 중 제일 규모가 큰 작품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 커다란 공 내부에는 작은 공들이 걸려 있었고 사방이 거울로 되어 있었다.
거울에 비친 사물은 또 다른 거울에 비침으로써 무한히 반복된다.
무한반복 속에서 유한한 자아는 소멸하게 된다.


귀 없는 호이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일본 에로영화 DVD의 표지사진.
굳이 에로영화 사진을 선택한 것은 그나마 덜 공포스럽기 때문.

쿠사마 야요이가 점에 집착하게 된 것은 그녀의 정신병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환각과 환청을 경험했던 작가는 그림 속에
무수한 점을 그려넣음으로써 자신이 느끼는 공포감을 극복하려 했다고 한다.
일본괴담에 등장하는 귀 없는 호이치(耳なし芳一)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耳なし芳一 - 비파를 잘 타는 호이치라는 맹인 스님이 있었다.
밤만 되면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절을 나선 후 아침에 돌아오기에 동료스님들이 뒤를 미행해보니
산속 무덤가에 앉아서 비파를 타며 겐페이합전(源平合戦)의 마지막 전투였던
단노우라(壇ノ浦) 전투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이었다. 
주지스님은 나날이 수척해지는 호이치가 합전에서 패배하고 몰락한
타이라 가문의 원혼에게 홀린 것임을 간파하고 호이치의 몸 구석구석에 반야심경을 적어넣는다.
그리고 호이치에게 누군가 찾아와서 널 부르더라도 절대로 대답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불경의 힘에 의해 그들은 널 볼 수 없으니 소리만 내지 않으면 안전할 거라고.
다음날 아침 동료스님들이 호이치의 방을 들여다보니 
호이치는 두 귀가 뜯겨나가 피를 흘린 채 조용히 정좌하고 있었다. 
미처 귀에는 반야심경을 적어넣지 않았기에 원혼의 눈에는 두 귀만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고 
종적을 감춰버린 호이치 대신 그의 두 귀를 떼어간 것이다.
불경의 힘에 의해 목숨을 부지한 호이치는 그 후로도 비파를 타며 노래를 계속했다고 한다.



1층의 또 한 공간에는 하얀색 배경과 세 개의 튤립 조형물에 다양한 색상의 물방울 무늬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1층의 또 한 공간은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과 2층의 실크스크린 작품을 전시한 공간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었다.
회화 작품 또한 무수한 점과 그물망이 반복되는 구조가 많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옆의 공간에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 사다리가 놓여있었다.
사다리와 접한 천장과 바닥에는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사다리의 높이와 깊이를 연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2층에도 하얀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빨간 공이 걸려있었다.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는 2층 전시실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는 호박이었다.


황금색 바탕에 검은색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호박은 먹음직스러워보이기까지 했다.


작가의 호박에 대한 예찬론도 벽면에 적혀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신데렐라의 황금마차도 호박이었다.


강아지 조형물 6개가 3개씩 좌우 공간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각 강아지마다 작품 제목에 귀여움을 담은 일본어 호칭인 짱이 붙어 있었다.


보라색 강아지의 작품명은 켄지짱이었다.


빨간색 바탕에 하얀색 점을 가진 강아지 이름은 오짱인데 쿠사마 야요이와 방송에서 협업을 한 적 있는
일본 남성아이돌그룹 아라시의 멤버인 오노 사토시(大野智)의 애칭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하얀색과 검은색만을 사용한 실크스크린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 중앙에는
1층의 거울공과 비슷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쿠사마 야요이는 실크스크린 작품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5점까지만 복제를 허용했다고 한다.



3층 전시실 입구를 들어설 때에는 아래층 전시실의 재입장을 방지하기 위해 티켓에 도장을 찍는다. 
먼저 등장하는 작품은 재생의 순간이라는 작품인데
말미잘의 촉수같기도 하고 남근의 또 다른 형상같기도 한
빨간색 조형물에 검은색 물방울 무늬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홍염같기도 하다.



다음에 등장한 작품은 남근 보트였다.
전위예술을 행하면서 성 해방 운동을 펼치기도 했던 쿠사마 야요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 자신은 섹스공포증과 남근공포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프리섹스, 난교(집단섹스), 동성애 등과 연관되는 성 해방 운동을 주창했던 
작자 본인은 정작 섹스리스의 삶을 살았다고 하니 예술과 현실의 차이는 큰 것인가 보다. 
무수한 남근을 집적하여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 것은 남근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리기 위한 시도였다고 하니
앞서 언급한 귀 없는 호이치 이야기처럼 점을 반복하여 그려넣은 것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작품만 보았을 때에는 남근에 대한 무한한 애착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음 방은 나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적인 제목이 붙어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는 약하고 푸르스름한 조명이 비추고 있었고
형형색색의 형광스티커가 사방에 붙어있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두운 실내의 음침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요상한 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왔기에
신비스러움과 함께 공포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공간이었다.


돼지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요상한 소리의 근원지는 반복하여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었다.
작품의 제목은 맨하탄의 자살미수상습범.
쿠사마 본인이 출연하여 내용을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었고 
데칼코마니처럼 좌우대칭되는 현란한 색상의 배경이 변화하였다.
좌우 벽면에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반복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쿠사마 야요이 전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무한 거울방 영혼의 광채였다.
무한 거울방은 네 평 정도 되는 밀폐된 구조물이라서 출입문을 열기 전까진 내부를 들여다볼 수가 없고
관람객당 내부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20초 정도 한정적으로 주어졌다.
내부는 이미 앞에서 보았던 거울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사방에 거울이 설치되어 있었고
어두운 실내를 장식하고 있는 조명과 원형전구가 색을 바꾸어가는 정막한 공간이었다.
3차원의 전구는 거울에 반사되어 거울 속에서 2차원의 물방울 무늬로 변화했고
사방에 설치된 거울은 서로를 비추고 서로에게 비춰지면서 무한 개로 증식함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평면거울의 2차원 물방울 무늬가 무한 거울방 안을 가득 채우는 3차원적 존재로 재탄생했다.
더 오랜 시간 머물 수 있었다면 거울과 빛이 만들어내는 향연에 대한 체감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어린 시절 그림에서부터 점에 대한 집착을 보여왔던 쿠사마 야요이가 
회화 이외의 조각, 퍼포먼스로 예술장르를 확장하게 된 것은 
여권발급도 어렵고 외화반출도 금지되어 있던 1950년대 후반에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예술활동을 시작했던 당시라고 한다.
자서전에서 발췌한 짤막한 글귀는 인생에 찾아온 위기를 터닝포인트로 삼아서
세계적 아티스트로 발돋움한 계기를 마련한 그녀의 예술인생을 잘 요약하여 말해주고 있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실.


쿠사마 야요이와 오노 사토시가 닛테레의 2013년 24시간 테레비 방송에서 협업한 티셔츠.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오페라극장 옆 분수광장에 올라보았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분수대의 시원한 물줄기는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올해는 5월인데도 유난히 무덥다.
다음 주에는 선풍기를 꺼내야 할 것 같다.



덧글

  • 준짱 2014/05/26 08:57 # 삭제 답글

    색감도 좋고 볼 만했겠네. 방 전체를 작품으로 꾸며야하닌 손이 많이 가겠다.
  • 오오카미 2014/05/26 10:43 #

    호박이 특히 볼 만했다. 하지만 이런 추상미술보다는 고전회화 쪽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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